테슬라가 17일, 전기 SUV인 모델X를 청담전시장에서 공개하고 국내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지난 2015년 세계 시장에 공개된 후 3년 만에 국내 출시되는셈이라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로써 테슬라 코리아는 세단인 모델S만 판매하던 단일 라인업에서 SUV 모델을 새롭게 추가하게 됐다. 이번에 출시된 모델X는 각각 75D와 100D 트림 두가지다.
마냥 넋놓고 구경하기보다 모델X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출시현장에서 꼼꼼히 살펴봤다. 웬만한 슈퍼카보다 시선을 끌어모으는 기능부터 자동차인지 IT기기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첨단 기능까지 살펴보자.
심심하지 않고 심플한 디자인
모델X는 전형적인 테슬라 패밀리룩을 갖추고 있다. 모델S와는 헤드램프 아래쪽 꺾임과 주간주행등 위치, 범퍼 하단부 장식 정도가 차이점이다. 비슷한 디자인탓에 전시된 하얀 모델X는 모델S를 위로 잡아당겨 놓은듯했다.
테슬라의 디자인은 화려함보다 비움의 미학을 잘 표현했다고 볼수있다. 강렬한 캐릭터 라인을 남발하지도 반짝 거리는 크롬 장식을 과하게 사용하지도 않는다.
세단인 모델S에서는 이 비움의 미학 디자인(?)이 확실히 빛을 발했다. 심플한 디자인은 차를 더욱 세련돼보이게 만들었고 테슬라가 추구하는 미래지향적인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모델X는 사정이 다르다. SUV 모델인만큼 거대한 덩치와 넓어질 수밖에 없는 차체면적, 껑충한 자세는 테슬라 디자인이 추구한 심플함이 자칫 심심함으로 전락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물로 만난 모델X는 이런 걱정을 단번에 날려줬다. 분명히 모델S보다 강렬한 캐릭터 라인이나 과도한 장식을 더하지 않았으며 여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차체가 둔해보이거나 심심하지 않았다.
모델X는 길이가 5미터를 넘고 폭도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몸집을 가졌다. 이는 국산 대형 SUV인 모하비나 맥스쿠르즈보다 큰 몸집이고 경쟁모델인 BMW X6, 메르세데스-벤츠 GLE보다도 큰 덩치다.
모든 시선 훔쳐가는 팔콘 윙 도어
모델X의 가장 큰 매력점으로 팔콘 윙 도어를 꼽고 싶다. 모르긴 몰라도 이 팔콘 윙 도어 때문에 모델X를 구매하는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팔콘 윙 도어는 메르세데스-벤츠 SLS AMG가 채택했던 걸윙 도어와는 또 다른 형태를 갖추고 있다. 도어패널과 위쪽 썬루프 사이에 관절이 하나가 더 있어 문이 한번 꺾이면서 위로 열린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모델X는 멋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기능적인 장점을 얻었다. 좁은 주차공간에서 문을 억지로 비집고 모양빠지게 나올 필요도 없고 뒷좌석에 탑승시에도 허리를 숙이거나 머리를 천장에 부딪힐 염려가 없다.
문짝뿐 아니라 문을 여닫는 도어핸들도 독특하다. 팔콘 윙의 도어핸들이 앞쪽에 위치하고 있어 롤스로이스 코치도어와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다.
또한 도어핸들이 튀어나오면 잡아당겨서 문을 열었던 모델S와 달리 모델X는 도어핸들을 누르면 전동으로 문이 열린다. 팔콘 윙 도어는 물론 앞문까지 전동으로 움직이며 센터페시아 터치스크린으로도 각 문을 조작할수있다.
트렁크는 전동으로 여닫을 수 있지만, 손을 대지않고 발로 트렁크를 열수있는 핸즈 프리 테일게이트 기능은 빠졌다. 위쪽에 장애물이 감지되면 스스로 멈추는 안전기능은 당연히 포함됐다.
재미넘치는 실내공간
전반적인 실내 디자인은 전형적인 테슬라다. 높아진 차고가 아니면 모델S라고 말해줘도 믿을만큼 똑같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보면 모델X에서만 누릴수있는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모델X는 전방 윈드쉴드를 파노라마 형태로 제작했는데 전면 유리가 운전자 머리 바로 위까지 이어진다. 시승했던 차 중에는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와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었는데 시승당시 개방감이 상당했었다. 모델X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빛이 강렬한 날에는 양쪽에 장착된 선바이저를 이용할수도 있다. 다만, 선바이저가 지나치게 얇아 햇빛을 충분히 가려줄수있을지는 의문이다.
모델X는 기본 5인승을 비롯해 6인승과 7인승까지 실내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6인승은 운전석과 보조석에 2열 시트 2개, 3열 시트 2개를 추가한 2+2+2 구조를 채택했다. 7인승은 2열 공간에 좌석이 하나 더 늘어난다.
1열과 2열 시트는 모두 전동으로 움직인다. 거대한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통해 개별 시트를 조작하거나 직접 시트에 달린 버튼을 눌러서 조작할수도 있다.
3열에 타기위해서는 2열 시트 허리춤에 있는 조절버튼을 이용하면 된다. 전동으로 움직이는 점은 편하지만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움직이는 점은 다소 불편하다.
3열 공간에 앉더라도 불편함은 계속 따라온다. 2미터에 달하는 폭에도 불구하고 시트가 다소 가까이 있어 옆사람과 의도치않게 어깨싸움을 벌이게 된다. 2열 시트를 앞으로 당기면 나아지지만 무릎공간도 여유롭다고 할수는 없다.
대신 3열 공간에도 컵홀더 2개와 USB 포트 하나까지 마련한 점은 칭찬해줄만하다. 참고로 2열에는 후방 공조장치와 함께 컵홀더 2개, USB포트를 2개까지 지원한다.
트렁크 공간은 넓다. 3열 시트를 접지 않아도 접이식 유모차를 세워서 수납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마련했다. 또한 3열 시트는 완전히 평평하게 누워져 길이가 긴 짐을 밀어서 싣기에 편하다.
센터페시아 중앙의 17인치 터치스크린은 두말하면 입아프다. 거대한 크기의 스크린 안에는 웬만한 차의 기능을 손가락 하나로 조절할 수 있는 인테페이스가 담겨있다. 팔콘 윙 댄스 같은 다양한 이스터에그(숨겨진 기능)을 찾는 것도 테슬라 오너가 누릴 수 있는 재미요소 중 하나다.
슈퍼카 부럽지 않은 성능
성능만 따지고 보면 모델X는 슈퍼카 범주에 들어갈수있을지도 모른다. 최고성능을 발휘하는 P100D는 100kWh 배터리를 장착해 최대 465km를 주행할 수 있을뿐 아니라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2.9초 만에 도달한다.
국내 출시된 100D와 75D 역시 이에 못지 않은 달리기 실력을 자랑한다. 75kWh 배터리를 장착한 75D는 최대 주행거리 381km를 달성했으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4.7초 만에 도달한다.
이보다 뛰어난 100D는 보다 큰 용량의 100kWh 배터리를 장착해 474km를 주행하고 100km/h 도달시간도 0.2초 단축했다. 승차감을 위해 장착한 에어서스펜션은 여러단계로 차고 및 댐핑력 조절이 가능하다.
별 다섯개로 입증한 안전성
모델X는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진행한 충돌안전성 테스트에서 별 다섯개로 만점을 받은바 있다. 전방, 측방, 롤오버, 운전석, 보조석 등 모든 항목에서 별 다섯개를 기록해 더욱 의미있는 결과였다.
SUV가 별 다섯개를 받은 것은 모델X가 최초다. 이는 모델X가 전기차로서 갖는 장점을 안전에도 연계시켜 십분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전기차인 모델X는 차체 하단부에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전방에는 엔진룸 대신 트렁크가 자리잡고 있다. 테슬라는 전방에 엔진이 없기 때문에 2~3배 더 큰 크럼플 존(충격완화구역)을 구성해 충격흡수력이 뛰어나다고 설명한다.
또한 배터리가 차체하부에 깔려있기 때문에 낮은 무게중심을 얻었고 그로 인해 측방 충돌이 있더라도 차체가 뒤집어질 확률이 다른 SUV에 비해 월등히 낮다고 자랑한다.
여기에 운전자 편의와 안전을 함께 도모하기 위한 첨단 기능도 가득하다. 자율주행 레벨2 단계인 오토파일럿은 차선유지는 물론 속도조절과 차선변경까지 스스로 한다.
측방추돌경고와 긴급제동 등 긴급상황을 위한 안전기능도 다양하다. 이를 위해 모델X에는 서라운드 카메라 8개, 초음파센서 12개, 전방 250m까지 감지하는 전방 레이더 등 각종 첨단 장비들이 탑재됐다.
분명히 아쉬운 점도 있어
얼리어답터가 된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잠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실망스러운 부분도 몇가지 보인다. 대표적인 것으로 고급감과 소재 마감을 꼽고 싶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델X는 경쟁모델 못지않은 고급 소재들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무늬가 살아있는 우드트림을 비롯해 알칸타라와 부드러운 가죽까지 고급 소재다.
그러나 하나로 묶어서 보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고급감이 다소 떨어진다. 분명히 개별 요소에는 좋은 소재만 썼는데 하나로 조립하고 보니 고급차 느낌이 덜하다는 말이다.
차체 마감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각 패널 접합부나 소재와 소재 사이의 조립상태가 썩 정교하지 못하다. 확실히 초기 수입됐던 모델S보다는 나아진 마감 실력을 보여주지만 가격대가 비슷한 다른 경쟁모델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도 많은 수련(?)이 필요해보인다.
이번에 출시된 모델X의 국내 판매가격은 75D가 1억 1,390만 원, 100D가 1억 3,490만 원(보조금 미포함)이다. 17일부터 사전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확정주문을 받기 시작했으며 일반고객은 이달 31일부터 주문할 수 있다.
사전예약 고객은 올해 4분기부터 인도받을 수 있으며 일반고객은 내년에 인도받을 수 있을 예정이다. 먼저 국내에 들어온 모델S는 올해 7월까지 221대가 출고됐다고 한다. 과연, 모델X는 이를 뛰어넘는 인기를 보여줄수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