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미즘
오늘 아침 살려고
칼로 사과 자르고
물 끓여 율무차 타고
비닐봉지 담긴 진한 크림치즈 휘낭시에 뜯고
이어 하루 잘 견디려고
역시 포장된 척추관절통증류마티스 약 복용한다
칼은 쇠로
사과는 햇볕과 바람과 물과 농부가
율무차도
비닐봉지, 빵은 공장과 사람이
약은 약은 약은
모두가 지구에서 지구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말했단다
‘내가 살려면 누군가가 죽어야 하며 내가 죽어야만 누군가가 살 수 있다’
점심이 되면
저녁이 되면
살려고
육해공 중 하나 정도는 꼭꼭 씹어 먹겠지
미야자키 하야오는 말했단다
‘내가 살려면 누군가가 죽어야 하며 내가 죽어야만 누군가가 살 수 있다’
나는 죽어 누구를 살리는가
칼, 사과, 농부, 율무차, 비닐봉지, 빵, 사람, 약, 육해공 중 누구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에서 말한다
“애니미즘은 살아가는 저마다가 자기 조건과 능력에 따라 일하고 서로의 필요에 따라 나누는 공생의 삶에 주목한다.”
나도 죽어 누구를 살리는 공생의 삶이 될 수 있을까
사람은 이제 지상에서 지상으로 가는
모든 거에 영혼이 있다는 애니미즘 영혼은
살찐 지상에만 머무는데
미래 대안이라는 애니미즘
애니미즘인가
애증인가
애욕인가
오늘 점심
누가 죽어 내 식탁에 오를까
영혼도 올까
그 영혼에 참배할까
그러면서 살은 찌는데
아, 애니미즘이여
애달픈 애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