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은 취미 살릴 수 있는 창업을 해보세요”
이재연 기자의 ‘창업 네트워크’18
옷수선점 ‘Quay Dry Cleaning Depot' 대표 박경자씨
캐네디언들에게 옷, 가구, 생활용품의 리폼이나 재활용은 지출을 줄이기 위해 수선집을 이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약간 차이가 있다. 이들은 제품에 따라 수선비가 신제품 구입가를 웃도는 직접적인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더 이상 리폼이 불가능할 때까지 고치고 꿰매고 바꾸어 제품의 최대 수명 이상으로 사용한다. 이것은 앤틱을 선호하는 민족적인 성향과 실용성과 편리함을 우선하는 이들의 소비문화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은 물건에 대해서는 강한 애착을 보이며, 너덜너덜해 질 때까지 수선해서 사용한다. 옷을 수선해 입는 것은, 이들의 리폼과 수선 선호도가 가장 큰 첫 번째 품목. 따라서 이런 캐네디언들의 성향이 옷수선 집의 매출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매출과 직결되는 것.
취미로 배운 바느질로 창업
“이 나라에서 도둑질 아니면 땀 흘려 하는 일에 부끄러운 직업은 없습니다. 밴쿠버 이민 온 사람치고 누구 학벌 없고 왕년에 한 가닥 하지 않으신 분이 있을까요. 이민 왔는데 꼭 일을 하고 싶다면, 한국에서 지위나 고상함 같은 건 잊어버리고 솔직하게 ‘일이 하고 싶다’고 말하면, 누군가 반드시 실제적인 도움을 줍니다.”
한국에서 은행원이었던 박경자씨가 뉴웨스트 민스터 재래시장 안에서 옷수선집 ‘Quay Dry Cleaning Depot'를 시작한 것은 2004년. 아이들을 돌보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지만 한창 엄마 손이 필요한 나이의 고만고만한 아이 셋을 둔 주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옷 수선은 한국에서부터 취미로 커튼과 홈 패션을 만들던 점에서 착안했다.
박씨가 인수한 가게는 캐네디언이 10년째 운영하며 많은 단골손님을 확보하고 있던 곳. 꼼꼼하고 솜씨가 좋아 그에거 옷을 맡긴 손님들은 수선된 옷을 입어보지도 않고 가지고 가는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전 주인의 단골손님이 많이 있다는 건 새롭게 인수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장점이면서 또 큰 부담이다. 그것도 수선처럼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업종에서는 그 장점을 살려 내지 못하면 치명적인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런 전 주인의 장점을 살려내기 위해서 초보자인 박씨가 할 수 있었던 건 몇 배의 시간적인 투자로 수선 실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한달간 혹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통한 트레이닝
“고생이다 아니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예전부터 다행히 바느질을 좋하해서 이것 저것 만들면서 바늘과 익숙해 진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하지만 취미를 직업으로 삼아 수익을 창출해내야 한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어요. 인수했으면 성공과 실패는 내게 달렸다는 각오로, 트레이닝 기간 동안 손님의 옷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박음질이 마음에 들 때까지 뜯고 다시 박으면서 밤을 꼬박 새운 날이 많았어요.”
인수 하기 전 1달 동안 가게에 나가 손님들과 얼굴을 익히며 이전 주인으로부터 고객들이 요구하는 성향 파악과 수선 후 마감 법, 옷감에 따른 보관하는 법까지 바느질 이전과 이후의 사소한 노하우가지 세밀하게 지켜보며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익혀나갔다. 특히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고객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고객99% 단골이면서 서양인
“한국인들처럼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이것저것 따지면서 외형적인 표현을 하면 오히려 수선하기가 쉬운 편이고, 실력도 조금씩 성장할 수 있을 텐데, 캐네디언들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면전에서 찌푸리거나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다음에 안 와요. 그러니 연락처도 모르지만 제가 다시 만회할 기회가 없어요.”
박씨는 캐네디언들. 특히 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업종에서는 ‘다음’이라는 재차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첫 번째 거래에서 신뢰감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밴쿠버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옷 수선 집 운영으로 성공한 비결은 첫째 꼼꼼한 바느질 솜씨. 그리고 고객의 마음을 읽고 약속을 100% 지켜야 한다는 것, 그리고 친절함을 꼽는다.
이런 철저한 준비와 노력으로 현재 박씨의 가게를 찾는 고객들의 99%가 단골손님이면서 또 캐네디언을 비롯한 서양사람들이다.
총 투자비용 5만 달러, 수익 짭짤한 편
창업초기 투자비용 외 이후 재투자가 없다는 점이 이 업종의 가장 큰 장점. 대신 기술력과 꼼꼼한 성격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초보자로서 창업에 뛰어 들어 성공한 박경자씨가 이 가게를 인수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총5만 달러 내외. 수선에 필요한 재봉틀과 오바로크 기계 등 기기일체를 인수하는 비용과 남아 있는 실, 전기, 지퍼, 단추, 부속품을 포함한 금액이다.
“어떻게 보면 미적인 감각과 창의력을 요하는 새 옷 제작하는 일보다 수선의 기술이 더 복잡하고 어렵다고 볼 수도 있어요. 새로 산 옷이라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정확하게 맞춰줘야 하는 것이 수선이므로, 감각과 인내심, 꼼꼼한 성격까지 갖춘 전문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보통 어깨 고치는데 받는 비용은 40달러, 소매 단 줄이는 일은 20달러에서 25달러 등으로 직원없이 주부가 벌어 들이는 수익으로는 좋은 편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초기 투자금도 크지 않아 평소 바느질에 취미가 있던 주부라면 한번쯤 도전해 볼만하다고. 특히 요즘처럼 환율의 변동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이라는게 이 업종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2007년 12월 21일
벤쿠버 조선일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