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장애[五蓋]의 의미 1
괴로움이 있어서 즐거움의 가치를 안다. 불행이 있어서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괴로움이 없으면 즐거움의 가치를 모른다. 불행이 없으면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괴로움과 불행은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필요한 정신적 요소다. 그래서 세상은 필요한 것만 있지 않고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함께 있어서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괴로움과 불행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괴로움과 불행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 괴로움이 즐거움이 될 수 있고 불행이 행복이 될 수 있다. 괴로움과 불행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지 않으면 괴로움이 괴로움으로 그치고 불행이 계속되어 계속 불행을 부른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 대상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지 않으면 대상을 거부하여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상을 받아들이면 대상이 소멸한다. 대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충돌하면 대상의 힘이 더 커진다. 그러므로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대상의 소멸로 가는 길을 가게 한다. 그래서 괴로움과 즐거움이 있거나 없음이 문제가 아니다. 오직 대상과 어떻게 접촉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위빠사나 수행인 사념처 신수심법에서 네 번째 법념처의 시작은 다섯 가지 장애다. 이것이 오개(五蓋)라는 뜻의 다섯 가지 덮개다. 수행을 시작하면 제일 먼저 나타나서 수행자의 창의력을 덮어버리는 뜻으로 오개라고 한다. 다섯 가지 장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감각적 욕망이다. 감각적 욕망은 감각기관이 감각 대상과 부딪쳐서 일어나는 탐욕이기 때문에 감각적 욕망이라고 한다.
둘째, 악한 의도다. 악한 의도는 성냄, 질투, 인색, 분노, 미움, 두려움, 걱정, 긴장, 후회다. 셋째, 나태와 혼침이다. 수행을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게으름과 졸음이 생긴다. 이것들이 나른함, 권태로움, 무기력함, 선하품, 식곤증, 까라짐으로 일어난다. 넷째, 들뜸과 후회다. 들뜸은 마음이 하나의 대상에 머물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후회는 나쁘거나 옳지 않은 것을 한 것과 좋을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을 말한다. 하지만 후회는 과거에 한 일들에 대해 회한이라서 참회와는 다르므로 불선업에 속한다. 후회는 얻거나 이루지 못한 일들에 대한 욕망과 미련이 있어서 하는 화를 내는 행위다. 다섯째, 회의적 의심이다. 회의적 의심은 대상에 대해 의혹을 품는 것으로 당혹한 상태를 말한다.
회의적 의심이 있을 때는 불확실한 상태라서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다. 이처럼 곤혹스러운 상태를 회의적 의심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의심하는 상태에서는 고민만 깊어진다. 이때의 회의적 의심은 일반적으로 진리에 대한 의심이다. 그래서 자기가 하는 수행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불신한다. 그러므로 회의적 의심은 불법승 삼보에 대한 의심을 말한다.
이상이 누구나 수행을 시작하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다섯 가지 장애다. 다섯 가지 장애는 수행의 출발을 가로막으며 나의 창의적인 의도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덮개를 씌운다. 이때 장애를 장애로 보느냐 아니면 알아차릴 하나의 대상으로 보느냐가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통과의례의 과정이다. 이때 장애를 장애로 보면 장애를 뛰어넘지 못한다.
장애를 하나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 장애라는 거미줄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장애를 통과한다. 이것이 대상을 부정적으로 보느냐 아니면 긍정적으로 보느냐의 차이다. 수행의 출발은 꽃길로 가는 것이 아니고 통과하기 어려운 가시밭길의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때 다섯 가지 근기인 믿음과 노력으로 알아차림과 집중을 해서 지혜를 얻어야 장애를 통과할 수 있다.
이상이 다섯 가지 장애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며, 다음으로 어떻게 하면 이런 장애를 극복하는가에 대한 설명이다. 하지만 진리를 말하는 법념처의 시작이 왜 다섯 가지 장애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법을 담마(dhamma)라고 하는 데 있는 그대로의 진리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법념처는 대상으로서의 법과 진리로서의 법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그래서 법념처는 수행하려고 오온을 알아차렸을 때 처음으로 나타나는 대상이 다섯 가지 장애라는 뜻이다. 이때 다섯 가지 장애는 알아차릴 대상이고, 이것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서 세속의 진리라는 의미다. 이때 세속의 진리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무상, 고, 무아의 지혜가 나서 출세간의 진리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이 대상인지 알아야 하고, 이때의 대상을 알아차린 결과로 진리를 얻는다. 그러므로 다섯 가지 장애는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나의 진실이며, 그래서 이것이 알아차릴 대상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그러므로 다섯 가지 장애는 수행자가 알아차릴 대상이며, 이것 자체가 지금 여기 오온에 있기 때문에 진리다.
수행자에게 다섯 가지 장애는 부정적인 대상이 아니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서 받아들여야 할 긍정적인 대상이다. 이것이 장애를 괴로운 대상으로 여겨 부정적으로 보느냐, 아니면 하나의 알아차릴 대상이라서 긍정적으로 보느냐의 선택이다. 이런 선입관의 차이가 모든 수행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누구나 장애가 나타나면 괴롭게 여겨서 장애를 뛰어넘지 못하고 수행을 포기한다.
특히 법념처는 오온이 무상하고 괴로움이며 무아라는 진리를 깨닫게 하는 종합적인 과정이라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사념처의 전 과정이 모두 무상하고 괴로움이며 무아의 지혜가 나게 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법념처에서는 최종적으로 무아의 지혜가 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 시작이 다섯 가지 장애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이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는 진실이라고 알아서 손님으로 맞이해서 극복해야 한다. 법념처는 진리를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다. 그래서 처음에 다섯 가지 장애를 극복하고 다음에 오취온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런 뒤에 12처를 알아차려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칠각지다. 이런 칠각지의 과정을 거쳐 사성제의 깨달음에 이르러 열반을 성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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