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산에서 내려온 친구와 같이 부산역앞 상해거리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서 인근에 있는 다방에 들러 커피를 한 잔 하고 싶었다.
예전에는 길가에 다방이 많았으나 막상 찾아보니 보이지 않았다
한 참 걸어나와 부산역앞에 나오니 두어 군데 간판이 눈에 띄였다.
하나는 커피숍인데 지하였고 다른 하나는 좁고 경사진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다방이었다.
오래된 이층 기와집 건물인데 창이 부산역쪽으로 나 있어서 지하보다는 이층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층집으로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서니 실내는 생각했던 대로 1970년대 풍경 그대로였다.
넓직한 공간에 낮고 평평한 의자들만 다닥다닥 붙여 놓고
벽에는 동양화 몇점과 붓글씨로 쓴 크다란 액자가 하나 붙어 있었다.
손님이라곤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 두서너명이 한쪽 구석에 앉아 있었다.
우리가 자리에 앉아 70대로 보이는 왕마담과 50대말로 보이는 새끼마담이 반갑다며
우리옆으로 와서 날씨가 조금 쌀쌀하다며 이동식 전기히터를 켜 주면서 옆에 앉았다.
커피 두 잔을 주문했다.
청자담배가 새로 나왔을 때 담배가게에서 새 담배 청자를 사기 어려워 다방에서 주문했다.
그러면 마담이 치마속에 청자를 살짝 감추어 가져다 주곤했다.
단골손님을 위해서 담배집에 부탁해서 미리 빼 내 두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아침에 다방에 들리면 모닝커피라 하여 계란 노른자도 넣어 주었다.
어떤 때는 위티라 하여 홍차에다 위스키를 타서 마시는 것도 즐겨 찾았다.
그야말로 술에 물탄듯 물에 술 탄듯한 맛이었으나 향은 조금 있었다.
잠시후 마담이 커피를 잔에 담아내 왔다. 그리고는 옆에 앉으면서 '저도 한 잔 할까요?'했다.
옛날처럼 매상올리기 작전이다. 사내 대장부가 누가 여자가 곁에 와서 '저도 한잔 할까요?'하는 것을 냉혹하게 거절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럴바에야 이예 다방에 출입을 하지 말아야지.
예전에는 얼굴이 조금 반반한 젊은 마담이나 레지가 새로 오면 다방 주변 놈팽이들이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
손님이 별로 없자 마담 둘은 곁에 앉아서 뭄지도 않은 이야길 술술 풀어냈다.
이 집은 왜정시대 건물로 왕마담은 이 집에서 30년이나 장사를 해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고향은 제주도 애월이라고 했다, 해녀들이 많은 동네라고 하면서 자기는 육지로 나가고 싶어서 제주를 떠나왔다고 했다.
그러다가 다른 손님이 들어오자 나비처럼 날아서 그 손님곁으로 가는 것이었다.
친구와 둘이서 마주 보고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 참 세상 많이도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다방이 주로 남여 혹은 동성 친구들끼리의 교류하는 장소였다.
단골손님에겐 저녁 늦게 골방을 내주면서 술도 팔았다.
당시 나도 술을 꽤나 마셨는데 정종 됫병을 병나발을 불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방도 거의 사라지고 없다. 대신 카페나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으로 바뀌었고
교류수단은 폰이 대신 찾이하게 되었다.
세월도 가고 인생도 구름처럼 흘러간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첫댓글 남마담 너무 웃겨 ㅎ 나비처럼 다른 새 손님에게 날아가 매상 올려야지 레지에게는 하루 매상 몇잔 먹어야 월급값 한다던데.배달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