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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높으면 터널 뚫고 가라” 친노 네티즌 강력 반발
이 의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가보안법 등 4대입법 처리와 관련해 “산이 높으면 좀 돌아가고 물이 깊으면 얕은 곳을 골라 건너야 한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한다”며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대한 야당과 타협을 모색해 합의 처리 하겠다는 게 이 의장의 생각.
이에대해 참여정부의 탄생은 물론 열린우리당이 17대 국회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는데 큰 공헌을 했던 네티즌들은 “개혁을 빼면 열린우리당의 존재 이유는 없다”며 이 의장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정치 웹진 서프라이즈에 글을 쓴 ‘눈사람’이라는 네티즌은 “산이 높으면 중장비 동원해서 터널을 뚫고 곧장 가시오. 물이 깊으면 양수기로 물을 다 퍼내고 곧장 가시오”라고 정면 돌파를 주문했다.
이동헌씨는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산이 높은지 올라가 보기라도 했느냐”며“그냥 밑에서 어~ 좀 높네 그러더니 돌아가겠다는 것 아니냐”며 어이없어 했다.
특히 한나라당 출신인 이 의장의 전력을 문제 삼아 ‘한나라당 프락치’ 아닌가 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 글을 쓴 노종현씨는 “물 흐리지 말고 안영근 김부겸 의원이랑 같이 옛날 당신 집으로 가세요”라고 조롱했다.
지학수씨도 “산이 높다고 생각되시거든 안개모 작자들하고 나가서 냇가에서 물장구나 치고 놀라”고 꼬집었다.
김수진씨는 “차떼기당을 지지하는 30%의 국민들이 그렇게 탐나서 그들에게 잘 보이려 하느냐”며 “당신네 쳐다보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갈망하는 지지자들은 보이지 않는가. 지지자들 가슴을 이렇게 멍들여도 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격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의장의 발언을 보수적인 사법부에 아부하기 위한 것 이라고 해석한 네티즌도 있었다.
서프라이즈에 글을 쓴 ‘하늘다래’라는 네티즌은 “선거법 위반으로 500만원의 검찰구형을 받아 보궐선거 출마가 좌절 될 위기에 처한 이 의장이 국보법폐지에 반대하는 검찰에 아부하기 위해 태도를 바꿨다”고 주장 했다.
한편 당내에서도 개혁세력을 중심으로 이 의장의 발언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재야파와 일부 초선그룹, ‘친노’그룹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최재천 의원은 ‘산이 높으면 돌아가야 한다’는 이 의장의 발언에 대해 “지금까지 인간이 오르지 못한 산은 없다”며 “등산을 앞둔 산악인이 산을 한번 올려다보고 지레 포기하거나 겁을 먹고 그만두겠다는 식이라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최 의원은 또 “전술적 차원에서 법안통과의 선후를 따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당내 논의에 앞서 한나라당의 대안 제출을 촉구해야 한다”며 “이런 입장들이 또 하나의 당내 분란으로 비쳐지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유시민 의원은 ‘개혁 속도조절론’에 대해 “(우리가) 언제 개혁이라고한게 있나”라고 반문한 뒤 “속도조절할 게 없다”고 단언했다.
재야파인 장영달 의원도 “야 당과 협의조차 해보지도 않는 상황에서 미리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니냐”며 “정기국회 내에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각오로 나가야지 벌써부터 내년을 찾는 식으로 나온다면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파인 천정배 원내대표도 이 의장과 다른 입장을 밝혔다.천 대표는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국회운영에서 야당을 존중하는 가운데 끈질기게 대화하고 토론하는 유연한 자세를 보이겠다”면서도 “민생 개혁입법은 연내성사시켜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도 1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일부 의원이 4대법안을 뒤로 미루자고 하는데 이해가 안된다”며 “제출한 법안을 철회하자는 얘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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