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제부터 하늘 넘어 우주에 관심을 가졌을까요? 태어나서 하늘을 볼 때부터 아니겠습니까? 찬란한 태양을 보며, 밤하늘에 휘영청 떠있는 달을 보며 꿈을 꾸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보석처럼 뿌려진 별들을 바라보며 그 꿈들을 모자이크하면서 지나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늘을 날게 되자 꿈은 더 넓게 더 멀리 날아올랐습니다. 지구 밖으로 나가게 되자 그 세계가 얼마나 드넓은지 확인하게 되고 꿈도 무한히 넓고 깊어집니다. 그리고 상상은 시공을 뛰어넘어 무한한 세계를 항해합니다. 아직은 영화 속에나 등장하는 상상의 우주선이지만 언제인가는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는 때가 오리라 생각도 해봅니다. ‘엔터프라이즈’호 우주선.
뭐 대단한 이야기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무한한 공간을 함께 날아볼 수 있는 경험을 하고 싶었을 뿐이지요. 더불어 기대하는 것은 그 무한한 공간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떤 놀라운 일, 즉 새로운 볼거리가 기대되는 것입니다. 전쟁이야 늘 있는 사건입니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은 경험하지 못한 사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지요. 주먹으로 시작해서 칼이나 도끼, 활로 발전하고 나아가 총과 대포로 그리고 더 강력한 무기들로 나아갑니다. 수많은 전쟁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단지 더 넓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무기들이 볼거리가 됩니다. 처음 ‘스타워즈’에서 광선총을 보았을 때의 놀라움, 신기함을 잊지 못합니다.
평화로운 세상, 다시 우주 비행에 나섭니다. 얼마 안 가서 괴 비행체의 습격을 받습니다. 잡고 보니 도움을 요청합니다. 자기 비행선이 행성에 추락하여 구조를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곳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가는 도중에 무시무시한 적을 만납니다.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적을 만난 것입니다. 여지없이 당하지요.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은 각자 개인 구명선을 타고 탈출하여 목표했던 행성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흩어진 대원들을 서로 찾습니다. 위용을 자랑했던 엔터프라이즈호도 망신창이가 되어 불시착합니다. 일단 살아있는 대원들을 확인하고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함께 탈출할 길을 찾아야 합니다.
구조를 요청했던 자에게 오히려 당한 것입니다. 하기야 그도 이용당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었을 것입니다. 하나 둘 서로 연결된 대원들끼리 모입니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중요한 것은 정체를 알아야 하고 그들이 목적한 바를 알아야 하고 대처할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상대하는 적이 누구인가부터 알아내는 일이 때로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알지 못하면 대처할 방법도 나오지 않습니다. 정체가 무엇인가? 그것을 알아내야 대처방법을 연구하고 찾아낼 수 있습니다. 두려움은 모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알면 길을 찾게 됩니다. 상대방을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고 모르기 때문에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입니다.
결국 적은 안에서부터 자란 것임을 알게 됩니다. 아무리 막강한 상대라 하더라도 어디엔가 약점은 있게 마련입니다. 신 이외에 완전한 존재가 있겠습니까? 도무지 상대할 수 없는 강력한 존재라 할지라도 아킬레스건은 있게 마련이지요. 문제는 그것을 여하히 시간 안에 찾아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인간과 더불어 우주의 생명체가 공동으로 모여 평화롭게 살고 있는 위성을 파괴하고 우주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야망을 가지고 총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인간의 멸망이 코앞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입니다. 구원의 길은 정체를 알게 된 엔터프라이즈 생존자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하였지만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듣고 보아 왔던 그런 이야기입니다. 지구를 구하고 인류를 구하는 어쩌면 뻔한 이야기입니다. 단지 배경이 다르지요. 소위 볼거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뻔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어떻게 구성하느냐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를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색다른 환경과 독특한 구성이 영화를 보게 만듭니다. 더구나 악의 화신이 되어버린 자가 ‘희생’을 우습게 보는 가운데 바로 그 희생을 불사하고 동료를 구하고 우주를 구하려 달려드는 이야기가 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다운 점도 어쩌면 바로 다른 존재를 위해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가치관에서 찾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생명은 귀하고 그 무엇으로도 대체가 안 되지만 그 한 번의 생명을 기꺼이 내던질 수 있는 존재입니다. 생명보다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이지요.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들로 구성된 엔터프라이즈호의 탑승원들에게는 그 가치관이 뚜렷합니다. 인생 살아본 나이든 사람들에게서나 찾을 수 있겠다 싶은 고귀함을 젊은이들에게서 보는 것도 희망입니다. ‘스타트랙’ 시리즈도 ‘스타워즈’ 시리즈와 함께 공상과학영화의 맥을 잇는 중요한 영화입니다. 오래되었고 인기 또한 꾸준하지요. 그래서 늘 기대가 됩니다. 새로운 볼거리에 대한 기대 말입니다. 우주의 광활함처럼 그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 있다 싶습니다. 영화 ‘스타트랙 비욘드’를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