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꿈속의 상봉
十年生死兩茫茫(십년생사량망망).
아득히 이승과 저승으로 갈린 십 년.
不思量(불사량), 自難忘(자난망).
생각 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네.
千里孤墳(천리고분),
천 리 밖 외로운 무덤,
無處話凄凉(무처화처량).
내 처량한 심사 호소할 길 없구나.
縱使相逢應不識(종사상봉응불식),
우리 만난대도 알아보지 못하리.
塵滿面(진만면),
얼굴은 세속의 때에 절고,
鬢如霜(빈여상).
귀밑머리엔 서리 내렸으니.
夜來幽夢忽還鄉(야래유몽홀환향).
지난밤 아련한 꿈결 속 문득 찾아간 고향.
小軒窗(소헌창),
작은 창가에서
正梳妝(정소장).
치장하고 있던 당신.
相顧無言(상고무언),
돌아보고도 아무 말 않고,
惟有淚千行(유유루천행).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지.
料得年年腸斷處(료득년년장단처),
생각건대 해마다 애간장 태웠을 그곳.
明月夜(명월야),
달 밝은 밤,
短松岡(단송강).
애솔나무 언덕.
―‘강성자(江城子)·을묘년 정월 이십일 밤의 꿈을 기록하다·乙卯正月二十日夜記夢)’
소식(蘇軾·1037∼1101)
* 왕불(王弗, 1039-1065)은 미주 청신현(眉州青神县)에서 출생으로 진사 왕방(王方)의 딸이다. 소동파의 첫째 부인이다. 미인은 아니었으나 착하고 헌신적이어서 평생 잊지 못하였다. 왕불이 27세의 젊은 나이로 6세 아들을 남기고 죽었다. 두번째 부인은 왕불의 사촌 여동생인 왕윤지(王潤之)이다. 소동파가 지방을 전전하던 이십 여년을 묵묵히 뒷바라지한 둘째 부인마저 죽자, 항주(杭州)에서 지방관으로 재직할 때 반해 기적에서 빼내 준 왕조운(王朝雲)을 첩실로 삼아 오십대 후반을 함께 하는데, 이 여인 또한 34세로 소동파 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동파는 열아홉 나이에 열여섯 난 왕불(王弗)을 아내로 맞이하지만 십 년을 막 넘기고 사별한다. 관직 생활에 진입한 지 불과 3년여 만이었다. 그로부터 다시 십 년 후 꿈속에서 아내를 만난 동파는 그녀가 지금껏 자신을 위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 또한 ‘생각 않으려 해도 잊을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아내가 먼 곳에 묻혀 있으니 쓸쓸함을 하소연할 길이 없고, 그 사이 세파에 시달린 육신은 초췌해졌으니 만난다 해도 알아보지 못할 것 같다. 꿈속 고향에서 해후하지만 말없이 눈물만 떨구는 아내. 소나무 언덕에 자리한 무덤 위로 휘영청 밝은 달이 차라리 원망스럽고, 그간의 응어리를 실컷 뱉어내지 못한 채 무언의 눈길만 보내는 모습이 마냥 안쓰럽다.
이때 동파의 나이 마흔. 권력을 주도한 왕안석과 갈등을 겪자 자청하여 지방관을 전전할 때였으니, ‘얼굴은 세속의 때에 절고, 귀밑머리엔 서리 내렸다’는 표현이 그냥 엄살은 아닌 듯하다. ‘강성자’는 곡명, 내용과는 무관하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수(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3년 10월 27일.(금)〉, Daum, 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11월이 시작되었네요.
오늘은 비가 와서인지 아침 기온이 그래도 포근합니다.
일기예보를 보면 1주일 정도의 아침 기온이 대체로 15~18°C로 지난 10월 말 아침 최저기온보다 높습니다.
1주일 정도는 종종 낙엽지는 가을비가 온 후 중순에는 많이 추워질 것 같습니다.
이제 풍요롭고 아름다웠던 가을을 배웅하며 겨울을 마중할 채비를 시작해야겠습니다.
자연은 늘 우리 곁에 맴돌며 각양각색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며 우리에겐 선물하 듯이, 우리 인간도 자연을 훼손하지 않은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듯 합니다.
오늘도 청명하게 우리 마음을 씻어주는 따스한 햇살과 푸른 하늘 보면서 끝자락 가을을 마음껏 누리시고 늘 따뜻한 마음의 정으로 우리들 가슴에 훈훈함이
느껴지는 그런 인연으로 이어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