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5가 이화동 4거리 에서 콘서트가 있었다.
보통 대학로라고 하면 다 알것이지만 이상하게
내 느낌으로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쪽은 항상
따뜻한 느낌이 나는데 단 몇발짝 종로쪽으로
내려와서 이화동 4거리만 오면 썰렁하다.
썰렁한 정도가 아니라 어제는 무슨 바람이 그리
불던지 불알이 다 얼어붙을 지경이였다.
같이 만나기로한 야봉선생이 좀 늦어 지는 바람에
혼자 짜장면집을 들어가 짬뽕을 시켜 먹었다.
짬뽕을 먹는김에 쇠주한병을 시켜 같이 먹었다.
짬뽕하나에 쇠주한병을 다 비우고 있을려니
문득, 아~~ 내가, 이제 이런 나이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슬프게 스쳤다.
짬뽕국물하나에 혼자 아무렇지도 않게 쇠주한병을
비워 내는 나이...
그렇게 다 비우고 계산을 하는 중간에 야봉선생한테
전화가 왔고 콘서트장 안으로 들어갔다.
한 150석의 좌석이 꽉차 있었고, 내부의 열기는 훈훈했다.
얼핏, 콘서트장의 분위기를 살펴보니 "오빠"부대 분위기
는 아니였다. 야봉선상왈, 만약 그런 분위기라면
그냥 나올려구 했다고 말한다. 오빠 부대 분위기가 아니라면
이건 어떤 분위기 일까? 그렇다고 그 무슨 두 주먹 불끈
쥐고 구호를 외치는 노동가요 분위기도 아니였다.
뭐랄까? 20대 중반과 30대 초반의 여성관객이 거의 다 차지한
객석, 드문 드문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들이 낑겨있다.
거기에서 야봉선생과 난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졌는데 그 어떤
사상적 이질감 보다는 계급적 이질감이였다고 말하면 정확할
것이다.
후줄그레 이미 쇠주한병으로 얼굴이 벌개진 중년의 남자와
히끗 히끗 힌머리를 휘날리는 야봉선생... 우리는 그렇게
거기 맨 앞자리에서 30대 젊은 여성들의 틈에 끼어 있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단정하고 단아한 모습이였으며 뭔가 돈많은
부티를 풍기고 있었다. 어쨌거나 전혀 노동자적이라던가 민중적
이라던가 뭐 그런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는 관객들...
그저 좀 고급취향의 진보적 여성들이라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공연은 차분히 진행되었다. 중간에 안치환이 게스트로 나와서
분위기좀 뛰워 주었고 이지상의 노래는 내가 전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처음듣는 노래였다. 조용하고 서정적이라고
표현 하면 맞는 말일것이다. 그의 노래중 마지막에 불렀던
"새"라는 노래와 중간에 불렀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새라는 노래를 끝으로 공연이 끝났고 사람들은 앵콜을
연호했다. 야봉선생과 나는 그 앵콜 노래는 듣지 않고 자리를
떴다. 워낙 긴시간 담배를 피우지 못하고 버틴것도 힘든차였는데
앵콜이라니? 안되! 이제 나가죠..라는 내 한마디에 야봉선생도
얼른 군말없이 일어난다.
우리는 거기를 나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묘령의 여인을
만나 한잔 했다. 그 한잔 하는 자리에서 야봉선생이 나한테
물어본다.
"야~~ 백칵...이지상 거기 콘서트에는 이쁜 뇨자도 많고
아주 잘나가던것 같은데 느그 시인촌은 어찌 좀 딸리는 것
같다.라고..."
"썩을... 시인촌 확 뿌샤 뻐리까 부다."
"아~~ 거...싱거분 소리 말고 술이나 마셔요...캥~~킁~~"
콘서트 감상 끝!
내 상한 마음의 무지개 -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