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0 신라대 정문에서 버스를 내려 일행 몇 명과 백양산 등산을 시작했다. 목적지는 온천장 케이블카있는 곳까지. 날씨가 제법 차서 산등선에 바람도 매섭게 운다. 한시간 가량을 쉬지 않고 올라가니 삼각산이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삼각산 정상에 서서 삼각낙조가 사상8경중 하나라고 귀띔한다. 삼각산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이 일품이라는 얘기
백양산은 정상아래 까지 임도를 닦아 놓아 차가 다닐 수도 있다. 임도! 난 저 넘만 보면 울화가 치민다. 멀쩡한 산에 숲을 베고 길을 내어 산림을 해친다. 생태계를 바꿔놓는 환경파괴길을 단지 원활한 화재진압 및 기타의 목적을 위해서라며 행정기관에서 난도질을 해댄다. 들어가는 돈을 얼마일까??? 우리산하가 임도로 결단나지 않은 곳이 별로 없으니.....산불이 꼭 생태계에 나쁜 것만도 아니라고 들었다. 산에는 나무도 필요하지만 갈대도 필요하고 키 큰 나무아래 치여서 자라기에 힘이 부치는 작은 생명들의 안식처도 필요하다. 자연은 스스로의 복원능력이 있어 인간의 손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自然! 한자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하다’란 뜻 아닌가?
산불 난 자리에 꼭 나무들을 심는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금정산에 원효봉에서 동문 쪽으로 오다보면 망루 쯤 못 미쳐 몇 년 전 산불로 많이 탄 곳이 있었다. 막걸리 파는 곳이 있는 그 근처 불탄 자리에 억새가 우거져 장관을 이루어 달빛 산행시에 갈대꽃이 달빛과 어우러져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울렁이게 하곤 했는데, 얼마전 보니까 구청에서 철쭉을 심는 공사를 했다. 저 자리에 해마다 무슨 철쭉제를 열려고 자연에다 돈을 바르는가 싶었다. 산불을 방지한답시고 산에 무지막지한 길을 내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산불이 난 자리에는 또 이상한 나무들을 심어 자연을 훼손시킨다. 우리 산하에 불도져로 깍아내린 그 수많은 임도! 임도만 보면 내 가슴에 불이 붙는다.
백양산 정상 아래쯤 도착하니 愛鎭峯이라는 큰 비석을 세워놓고 그 아래 일행으로 보이는 등산객 수십명이 찬 날씨에도 막걸리와 기타등등을 놓고 질펀하게 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愛鎭峯(부산진구를 사랑하는 ....). 근데 곰치작가는 釜山鎭을 왜 津으로 표기했을까???? 백양산은 내가 보기에는 야간산행하기에는 참으로 좋은 산이다. 좌우로 부산의 모든 야경을 한 눈에 관망할 수 있고 산행하기에 높이(642m)도 적당하다. 몇 번 하려고 마음 먹었지만 아직 못했다. 담엔 기필코..
백양산 정상에서 만덕고개 쪽으로 조금 가면 넓은 평원이 나온다. 역시 인간들이란~ 벌써 바리깡(?)으로 이발을 해 놓아 버렸다. 그냥 두면 갈대가 무척 고운 곳인데.. 그곳에 앉아 쉬면서 소주2병을 비웠다. 취한다. 소주! 그 무한한 삶의 에너지원! 인간이 발명(견?)한 가장 위대한 걸작품! 영혼을 신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
정상을 내려서 어린이 대공원 숲길을 지나면 이 고장에서 가장 신선한 숲을 만난다. 태고의 숲 우거져 한여름 그 시원한 그늘 아래 신문지 한 장 펴고 오수를 즐길 수 있는 곳, 산에 가고 싶을 때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
아무르산의 개구리가 산다는 연못을 지나자 다시 일행 중 한사람이 막걸리 집이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러나 나의 순정은 막걸리에게 있지는 않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만덕고개를 지나 다시 케이블카가 있는 동문방향으로 깔딱깔딱 올랐다. 케이블카 있는 곳까지 오니 총 산행시간 6시간 걸렸다. 막걸리를 권하던 일행이 다시 막걸리 한잔을 이야기한다. 다시 거절했다. 아랫동네 내려가면 소주와 삼겹살, 그리고 김치가 기다리고 있노라고~
대기실에 앉아 케이블카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다시 막걸리를 이야기하던 일행중 한사람이 삭도의 삭(索)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 케이블카에 삭도라고 쓰여있는 것은 간혹 보았지만 별 생각없던 것인지라 모르겠다. 이 양반 평소에도 엄숭(?)해서 알면서도 잘 물어본다. 가만히 보니 ‘rope-way’란 영어가 보인다. 저 넘이 ‘索道’란 뜻이겠거늘 하고 ‘줄’하고 대답했다. 닝기리! 영어를 한자로 저렇게 번역해서 쓰고 있구만! 좋은 한글이름이 없을까 생각하다 그만 뒀다. 문득 트럭 적재함에 간혹 적혀있는 ‘전착도장’이란 말이 생각났다. 세상살이는 일상에서도 이렇게 이해하기 힘들다.
첫댓글 아..............닝기리란 표현 없어스면 작품인줄 알아슴돠...
참 좋은 산, 백양산! 가까이 있다보니 가지 않다가 한 번 가기 시작하니, 길내기가 무섭다고 시간 있을 때마다 오르게 되는 정말 괜찮은 산!, 새해 첫 날, 첫 산행지로 택한 산이었습니다. 야간 산행 하실 때, 번개 쳐 주세요. 혹시 따라 나설 시간 있으면.......
광풍님하니 생각나는분이 한분 계시네요. 서울 사시던 취운햄하고 대전(?)을 하셨던...,설마 그 광풍님 아니시죠. 만덕 살적 백수 시절에 자주 오르던 백양산 너른 분지 그 한적하던 오솔길과 저멀리 보이던 소나무 몇그루의 여유롭던 풍광이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