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을 좋아하는 막내아들과 근처 골프장 벚꽃 길을 걸었다. 아들은 일러스트 예비 작가다. 지금은 열심히 습작하는 시간이지만 몇 년간 곁에서 지켜보면서 분명 행복한 일러스트 작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무엇보다 본인이 그림을 그리면서 즐겁고 행복해한다.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면서 습작하는 시간이지만 때가 되면 꿈을 활짝 펼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온다고 믿는다.
오래된 나무에서 저렇게 화사한 꽃이 피는 모습을 어찌 말로 다 할까? 갓 태어난 벚꽃은 보랏빛을 띠면서 핀다. 시간이 지나면서 뽀얗게 분을 바른다. 막 피어난 꽃에서는 아가 냄새가 난다. 내일 비 예보가 있어서 아들에게 벚꽃을 보여주려고 함께 나왔다. 골프장 들어가는 입구에 벚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는데 사월이면 환상적인 벚꽃 터널이 된다. 살짝 휘어지는 모퉁이 길이 멋진 풍경을 만든다.
벚나무 아래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와 진달래의 콜라보는 환상적인 색의 조화를 이룬다, 연분홍 진달래꽃은 새벽을 닮았다. 막 세수를 마친 말간 얼굴이다. 노란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꼬마들처럼 사랑스러운 개나리꽃이 어쩌면 가장 봄을 닮은 꽃이 아닐까?
토산지 앞에도 벚꽃이 활짝 피었다. 개나리꽃으로 울타리를 둘러친 산책로가 벚꽃으로 환해졌다.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많은 꽃이 태어났다. 꽃을 한 소쿠리이고 서 있는 벚나무도 입이 코에 걸렸다. 사람들이 목을 뒤로 젖히고 봄을 카메라에 담는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할머니도 웃고 킥보드를 타고 싱싱 달리는 어린아이도 웃고 엄마랑 산책 나온 우리 아들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하다. 꽃 아래서는 누구나 웃는다.
공원 의자에 앉아서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어서 먹고 있으니, 여기가 무릉도원이다. 아들과 산책하러 나오면 언제나 햄버거를 사 준다. 어려서 친정엄마가 장에 다녀오시면 꽈배기를 사 오셨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사 오신 기억이 난다. 엄마가 시장에 가시면 꽈배기 기다리는 재미가 있었다. 나도 아들에게 산책하러 갈 때마다 햄버거를 사주었다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 미래의 시간에 추억이 많은 아들로 만들어주고 싶다. 감자튀김을 아들과 벚나무 아래서 먹으니 행복해서 가슴이 쩌릿쩌릿했다. 청포도 주스의 상큼함이 더해서 봄이 통째로 입안에 들어 온 기분이 들었다. 아들이 그림 작업하는데 영감을 줄 수 있는 그런 시인 엄마가 되고 싶다. - 2024년4월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