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고] 야유회 제2화
화엄사의 문화유산
청심 고병균
화엄사를 향해 올라간다. 조금 가파른 길 가운데 작은 불상이 있다. 눈을 가리고 있는 불견(不見), 귀를 막고 있는 불문(不聞), 입을 가리고 있는 불언(不言) 등의 작은 불상이다. 무엇인가 삼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나쁜 것을 보지 않으려는 불견(不見)과 나쁜 말을 듣지 않으려는 불문(不聞)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다. 하지만 나쁜 말을 하지 않으려는 불언(不言)은 나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다. 이렇게도 생각하며 올라간다.
조금 더 올라가 오른쪽 길로 빠져나왔다. 계단이 없는 길을 천천히 올라가는데 아름드리 통나무 기둥의 건물이 여러 채 이어지나. 그 팡을 지나고, 커다란 북이 있는 범고각도 지났다. 바로 대웅전 앞마당이다.
화엄사에는 문화유산이 많다. 연곡사에는 국보 2점과 보믈 4점이 있었다. 그런데 화엄사에는 건물 밖에서 확인한 것만으로도 그 문화유산이 연곡사보다 많다.
마당에 탑이 둘 있다. 비슷한 규모의 탑이다. 보물 제132호인 동 오층석석탑과 보물 제133호인 서 오층석탑이다. 동탑이나 서탑은 다 수수하게 차려입은 시골 처녀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면 서탑에는 무늬가 있으나, 동탑에는 없다.
안내판을 들여다보았다. 동탑과 서탑 공히 875(신라 현강왕 원년)에 도산 국사가 조성했다. 무려 1350년 전이다. 이들 두 탑에서 성보유물이 나왔다고 한다. 동탑에서는 사리 8과와 성보유물 330여점이 나왔고, 서탑에서는 백지문서다라니경과 사리 22과가 나왔다. 성보유물이란 불교의 유물을 지칭한 듯하다. ’백지문서다라니경‘에서 ’백지문서‘란 말도 이해할 수 없다. 누군가의 설명이 필요하다.
널찍한 계단을 통해 대웅전으로 올라갔다. 구례 화엄사 대웅전(求禮 華嚴寺 大雄殿)은 보물 제299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건축물이다. 앞면 5칸, 옆면 3칸 규모에 팔작지붕의 웅장한 건축물이다. 법당 안을 들여다보았다. 부처가 셋이나 있는데, 엄청나게 크다. 이제까지 보았던 대웅전의 부처 중 가장 큰 것으로 여겨진다. ’조선시대에는 선종대본산(禪宗大本山)으로 큰 절이었다.‘는 설명에 딱 어울린다.
왼쪽 계단으로 올라갔다. 화엄사 각황전(華嚴寺覺皇殿)이 마당을 향해 서 있다. 정면 7칸, 측면 5칸 규모로 대웅전보다 크고 웅장한 건물이다. 그런데 단청이 없다. 각황전(覺皇殿)이란 현판도 퇴색되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건물 전제가 썰렁하게 느껴지고 왠지 누추하게 보인다. 그래도 국보 제67호이다.
각황전의 본래 이름은 장육전이다. 670년(신라 문무왕 10년)에 의상대사가 건립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불에 타 당시의 모습이나 불상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의 각황전은 1643년(인조 12년)에 재건축한 것으로 그 역사가 400년에 이른다.
나라의 힘이 약해지면 전쟁이 일어난다. 그러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없다. 문화유산도 마찬가지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따라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두말 할 것 없이 나라의 힘을 길러야 한다. 그 첩경은 온 국민이 맡은 바 임무에 충성하는 것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작은 일에 충성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각황전 마당에도 문화유산이 있다.
국보 제12호 화엄사 각황전 앞 석등(華嚴寺覺皇殿前石燈)이다. 높이 6.4m, 직경 2.8m의 규모로 다른 석등에 비해 월등하게 크고 화려하다. 그런데 석등의 아래 부분만 남아 있고 위에는 꽃을 심어 놓았다. 석등의 상윤부, 옥개석, 화사석, 상대석 등을 해체하여 보존 처리 중이라고 소개한다.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다고 한다.
국보 제35호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華嚴寺四獅子三層石塔)도 소개한다. 작품이 기발하고 특이한 점에서 불국사의 다보탑과 쌍벽을 이룬다고 소개하지만 실물을 확인하지 못했다.
각황전 마당 한쪽에 보몰 제300호 화엄사 원통전 앞 사자탑도 있다. 탑의 기단에 네 마리 사자상이 네모난 돌을 떠받들고 있다. 이 마당은 원통전이 아니다.
계단을 타고 마당으로 내려오는데 왼쪽에 괘불 석주 셋이 나린이 서 있다. 야외에서 여는 불교 행사를 거행할 때, 괘불을 거는 지주이다. 여기서 괘불이란 그림 부처다. ’화엄사 영산화 괘불‘은 화엄사 성보 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이처럼 야외에서 여는 불교행사를 야단법석이라 한다.
이번에 들러본 화엄사는 얼마 전에 다녀온 연곡사나 해인사에 비해 좁다. 그러나 화엄사의 문화유물은 연곡사보다 많고 해인사보다 더 많다. 왜 그럴까?
동 오층석탑
서 오층석탑
사자탑
석등
불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