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주일학교 탐방기] 광주서현교회 영아부
‘독립된 예배자’로 쑥쑥 크는 ‘아기나라’
‘예배는 재미있게, 말씀에 순종하며, 간식 먹지 않는다’ 3가지 규칙 약속
설교에는 동영상·노래가 중요 도구로 … 성경구절 암송으로 성취감 높여
깜찍하기도 하여라. 여덟 명의 선생님들이 귀여운 앞치마 차림으로 변신했다. 아이들과 제대로 어울리기 위해서는 우아함이나 세련됨 따위는 벗어버려야 한다. 복장이 바뀌면서 선생님들은 제대로 ‘아기나라 영아부’ 속으로 뛰어든다.
광주서현교회(박은식 목사) 영아부 예배가 시작되기 15분 전, 하나 둘씩 엄마아빠 손을 잡고 아이들이 예배실로 들어선다. 신나는 음악이 흐르고 선생님들은 호들갑스러운 목소리로 아이들을 맞는다. 영아부실 문을 사이에 두고 안팎으로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듯하다.
담당교역자인 한용자 전도사의 모습은 더욱 충격적이다. 파스텔 톤의 원피스로 부족했는지, 머리에는 물방울 무늬의 커다란 리본까지 장식했다. 마치 한 전도사 자신이 아이들을 위한 선물상자가 된 느낌이다.
게다가 조금 전까지의 단정한 모습과 말투 대신, 한 전도사는 동화 속 주인공 같은 앳된 목소리로 아이들을 상대한다. 이런 장면이 생소한 기자에게는 몹시 혼란스러운 변신이지만, 영아부 식구들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전도사님은 아기나라의 안내자이니까.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주보와 헌금봉투를 받아들고 자기 자리를 찾아가면, 앞자리에서 기다리던 김지영 선생님이 환영과 축복의 인사로 맞아준다. 환한 표정으로 안부를 묻고, 시작기도를 한 후 찬양이 시작된다.
“하나, 둘, 셋, 넷, 셀 수 없는 하나님 사랑!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셀 수 없는 예수님 능력!”
아이들의 눈높이와 사고력에 맞는 노래와 율동들로 찬송시간이 꾸며진다. 엄마아빠 품을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던 아이들도 이 시간이 되면 혼자서 입술을 달싹이고, 일어나서 손발을 흔들며 찬송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독립된 예배자의 모습으로 조금씩 변해간다.
물론 아이들은 수시로 보채거나 떼를 쓴다. 그때마다 선생님과 부모들은 협력해서 아이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다시 예배에 집중하도록 다독인다. 하지만 손쉽게 먹을 것으로 달래는 부모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예배시간에는 3가지 규칙을 지키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첫째 예배는 신나고 재미있게, 둘째 선생님 말씀에 순종, 셋째 예배시간에 간식을 먹지 않아요.’
오늘도 예배에 앞서, 모두가 함께 세 가지 규칙을 힘차게 외친다. 잠시 후 설교가 시작된다. 오늘의 주제는 ‘이웃을 위해 기도해요.’
설교에는 동영상과 노래가 중요한 도구로 활용된다. 설교자와 교사가 팀을 이루어 성경 속 이야기나, 주제와 연관된 상황을 연출하는 콩트도 마련된다. 아이들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반복과 전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특히 오늘의 요절인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예레미야 33:3)를 수시로 제시하는 점이 눈에 띈다.
요절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가 하면, 율동으로 바꾸어 암송하기도 한다. 60km, 80km, 100km로 속도를 높여가며 암송을 놀이처럼 반복하는 시간까지 있다. 이런 식으로 한 달 동안 성경구절 하나를 외우게 한다.
매월 마지막 주에는 율동과 함께 암송대회를 연다. 영아부라고 설마 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암송에 성공한다.
백부장의 하인을 고쳐주신 예수님의 이야기를 구연동화 형식으로 들려준 후, 설교자가 질문한다.
“아픈 친구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예쁜 목소리를 가진 지원이의 대답이 들린다.
“친구를 위해 기도해요!”
예수님께 칭찬받은 백부장의 믿음을 본받아, 다른 사람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어린이들이 되자는 결론으로 마무리 된다.
설교 끝에는 아이들에게는 친구와 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과제가, 엄마아빠에게는 기도노트를 작성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영아부 예배는 아이들만 아니라 엄마아빠도 함께 집중하고 참여하는 시간임을 새삼 상기하게 된다.
헌금시간, 네 살배기 유민이가 오늘 당번이다. 가운을 입은 채 작은 손으로 헌금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앙증맞은 모습 속에는 예배의 일원으로서 어엿한 자태도 얼핏 보인다. 아이들은 그렇게 성취감을 느끼며, 책임감을 배우며 자라난다. 영아부는 아기들의 돌봄교실, 그 이상이다.
‘집중’이 핵심 교육 전략
많은 메시지 전달보다 한 주제에 초점
예준이가 모세 역할을 맡았다. 선생님들과 파란 비닐에 물고기 스티커를 붙여놓은 ‘홍해바다’를 열심히 흔드는 동안, 예준이는 지팡이를 높이 들고 기도한다. 이윽고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이 벌어진다. 모세의 뒤를 따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육지로 변한 홍해를 줄지어 지난다.
홍해 퍼포먼스는 두 그룹의 아이들이 각기 애굽 병사 역할과 이스라엘 백성 역할을 번갈아가며 수행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영아부 부장 임유경 선생님이 들려주는 “모세도 기도하는 사람이었어요”라는 가르침은 앞서 예배시간에 공부한 기도의 내용과 연계된다. 우리가 기도해야 할 이유,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에 대한 교훈을 아이들은 그룹 활동으로 되새긴다.
영아부의 특성상 분반공부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대체 프로그램으로 선택한 것이 그룹 활동이다. 그룹 활동은 매주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되지만, 설교내용을 복습하거나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배와 문화사역을 결합시킨 팻머스 시스템에서 착안한 것이다.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광주서현교회 영아부의 교육전략이다. 복습은 그룹활동 말고 다른 형태로도 진행된다. 바로 주보와 가족활동지이다.
“월요일에는 말씀을 읽어요. 화요일에는 말씀을 외우고, 수요일에는 가정예배를 드려요. 목요일에는 온 가족 찬양, 금요일에는 가정학습지, 토요일에는 주일을 준비하고, 주일에는 꼭 교회에 가요.”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영아부 가족들의 손에는 일주일분의 활동지가 주어진다. 특히 활동지에는 설교주제에 맞춰, 온 가족이 함께하는 과제가 제시된다. ‘이웃을 위해 기도해요’가 설교주제였던 이번 주에는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친구들의 갖가지 상황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그림 옆에다 자신은 어떻게 친구를 위해 기도할 것인가를 기록하도록 과제를 부여했다.
활동과제는 부모와 자녀가 충분한 대화와 의논을 통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되, 너무 어렵지 않은 수준으로 제시한다
. 동시에 활동지에는 주일 설교내용을 복습할 수 있도록 가정예배 순서도 수록하고, 부모들을 위해서는 설교본문을 어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별도의 설명을 덧붙여놓는다.
주보에도 ‘작은 실천’이라는 타이틀로, 그 날의 설교주제를 가족들이 간단한 퀴즈나 게임을 통해 복습할 수 있도록 코너를 만들어놓았다. 이런 식으로 한 가지 주제를 교회와 가정에서 한 달 동안 다루는 동안 아이들에게 충분한 훈련과 안목형성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영아부 가족들이 활동과제를 성실히 수행한 결과는 다음 주 예배시간에 공개적으로 소개한다. 칭찬과 격려는 가족들이 더욱 열심히 다음 활동과제를 수행하는 자극이 된다.
영아부의 교육목표는 아이와 부모들이 말씀 가운데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연중 교육계획도 바로 이 목표에 맞춰서 편성된다.
매주 한 차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가정예배를 갖도록 독려하고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며, 연중행사로 ‘아가랑 부모님이랑’ 성경암송대회나 성경퀴즈대회를 열어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도모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특히 아이들 못지않게 부모들 교육에 힘을 쏟는 것도 영아부의 특징이다. 분기별로 한 차례씩은 부모교육을 실시하고, 매월 한 번씩 학부모 기도회를 열며, 영아부 예배에만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부모들을 위해서는 한용자 전도사가 별도로 4주간의 새가족 양육과정을 인도할 정도로 열성을 보인다.
여름성경캠프는 유치부와 함께 운영한다. 모처럼 영아부 동생들이 형 누나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이다. 이외에도 가정의 달인 5월에는 가족찬양축제가, 맥추감사주일부타 추수감사주일까지는 사랑의 동전모으기, 5월과 11월에는 달란트 잔치가 연중행사로 펼쳐진다.
결석자 관리와 심방은 담당 교역자가 맡는다. 결석한 아이의 집을 직접 방문해 다음 주에 반드시 만나기로 격려하고, 주보와 가족활동지 등을 전달하는 일이 교역자의 몫이다. 이와 별도로 석 달에 한 번씩은 손편지 심방이 이루어진다.
한용자 전도사는 “올해 표어를 ‘365 가정예배 순종하기’로, 교육주제를 ‘예배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거예요’로 각각 정하고 부모와 자녀들을 예배자로 바로 세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힌다.
광주서현교회 영아부 탄생기
광주서현교회 영아부의 나이는 아직 두 살밖에 되지 않았다. 오랜 기간 영아들은 유치부 언니 오빠들과 함께 예배하고 공부했지만, 신체적 정신적 발달 차이 때문에 사역자들의 고심이 항시 깊었다. 더욱이 주일학교 규모가 전체적으로 성장하면서 공간부족 문제도 대두됐다.
담임목사인 박은식 목사는 이 문제를 가지고 오랫동안 기도한 후 결론을 내렸다. 영아부와 유치부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재작년 두 부서의 분할이 추진됐고, 그간 유치부를 담당해 온 한용자 전도사에게 영아부 조직책임이 맡겨졌다.
10년 넘게 유치부를 맡아온 베테랑 사역자였지만, 더 낮은 연령대의 아이들을 타깃으로 새로운 부서를 만드는 일은 한 전도사에게 여간 힘겨운 작업이 아니었다. 운영 자료를 찾는 일부터가 난관이었다. 유치부에 비해 영아부 관련 교육자료들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물었다. 이때 큰 도움을 준 인물이 현재 영아부 부장을 맡고 있는 광신대 유아교육과 임유경 교수이다.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영아부의 기초를 세워나갔다. 총회교재를 영아부 수준에 맞게 새롭게 변형시켰고, 교사 공과지도안도 직접 제작했다. 설교는 매주 공과와 일치하는 성경본문을 정해 작성하되, 동화구연 PPT 영상물 등 다양한 매체와 자료들을 활용하기로 했다.
또한 설교의 내용에 맞춰 특별활동을 만들어가기로 했다. 예를 들어 ‘기도’를 테마로 말씀을 듣는 기간에는 기도방석 만들기, 기도문고리 꾸미기 같은 활동을 하는 식이다.
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교사들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가장 힘든 과정이었다.
“영아부 교사는 주일학교 중에서도 3D에 분류될 만큼 힘든 사역이 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었죠. 선뜻 나서주지 않으리라는 것은 처음부터 각오했었죠.”
한 전도사는 이렇게 고백한다.
하지만 먼저 자원해서, 혹은 설득을 통해서 여덟 명의 교사들이 세워졌고, 이들은 각기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수행해주었다. 보조교사를 맡아 준 중등부 학생들도 출석부 정리에서부터 보채는 어린 동생들을 안아주는 일까지 쏠쏠한 활약을 해주었다. 교사기도회에서 지도부들이 항상 잊지 않는 인사는 “어린이들을 사랑해서 모인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이다.
부모들과도 영아부 운영에 관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했다. 특히 영아부는 운영과정에서 부모를 위한 예배와 양육의 기능도 함께 담당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게 나타났다. 매주 아이들의 과제와 별도로 부모들의 과제가 나가고, 가족활동지를 배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특히 영아부 예배에만 참석하고 돌아가는 부모들을 위해서는 한 전도사가 직접 4주간의 새가족반 과정을 인도해 신앙의 기초를 닦아주고, 네이버에 영아부 밴드를 개설하고 공지사항은 물론 찬양, 율동, 공과지도안 등 각종 자료들을 올려놓아 교사와 부모들이 스마트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장치해놓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첫 해를 시작한 영아부는 사실상 맨 땅에서 시작해 연말에는 70여명이 함께 예배하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했다. 상당수 아이들을 유치부로 올려 보낸 후, 올 초에는 다시 12가정 30여 명의 모임으로 시작해 서서히 규모를 키워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영아부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신뢰와 호응이 높다는 것이 전체 스태프들에게 큰 보람이 된다. 주일 아침예배가 시작될 때마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외치는 구호를 들으며, 교사들은 솟아오르는 기쁨과 사명감을 느낀단다.
“나는 믿음의 큰 인물이 될 거예요!” 10월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