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우표 없는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청풍명월
『Same as Ever – A Guide What Never Changes, 불변의 법칙』
Yes24에 소개된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기는 했으나 도서관에서 책을 집어 들고는 한참을 고민했다. 418쪽이나 되는 책을 삼복 더위에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냥 읽기만 한다면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나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기억하고 싶거나, 전하고 싶거나, 남겨두고 싶은 글귀를 요약해 옮겨 볼 것을 생각하니 가능할까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잠깐 추천사와 찬사를 보는 동안에 어떻게든 읽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돈, 인생, 인간의 욕망과 만족에 관한 시간을 초월한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우리가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완벽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감히 말하건데 이 작은 책 한 권에는 거대한 도서관의 지혜가 담겨있다.”-〈애틀랜틱〉부편집장이자 〈히트 메이크스〉저자 테릭톰슨 - “돈과 역사와 심리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왜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 실패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 속에 절대 변하지 않는 인간의 행동 방식과 특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불확실성에서 확실성을 찾는 것이 바로 성공 투자의 핵심이다. 웬만한 투자 서적을 모두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신의 계좌에 손실이 나고 있다면 이 책부터 읽기를 바란다.”- 체슬리투자자문 대표, 〈투자의 본질〉저자 박세익 -
『불변의 법칙』이라는 제목이 와 닿기도 한다. 요즘같이 세상의 모든 것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불변이라니? 하는 생각 말이다. 소제목도 1. 이토록 아슬아슬한 세상 (…), 23. 상처는 아물지만, 흉터는 남는다 등이 그렇다. 어쩌면 세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나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막연한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 「로건 하우젤」은 나로서는 생경하다. 그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돈의 심리학》을 3년 전에 펴내어 투자자들 사이에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월스트리트 저널〉기자로 일했으며, 경제매거진 팟캐스트 〈모틀리플〉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Ⅰ. 이토록 아슬아슬한 세상 :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면, 앞으로의 미래를 알 수 없단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상은 물론 투자에 있어서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우선한다. 과거를 안다고 해도 미래를 알 수는 없다. “나는 내년(어떤 해라도)에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음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고는 “다만, 집단 정체성에 대한 집착이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실하다. 그것은 오늘날뿐만 아니라 1000년 전에도 사람들의 심리를 지배했고, 1000년 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세상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곳인지 생각지도 않은 어떤 일이 생기는지 자신에게 닥쳤던 사례를 저자는 이야기했다.
역사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스토리가 어떻게 끝나는지는 대개 알지만, 그 스토리의 시작점을 알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2008년 금융위기는 무엇이 일으켰을까? 그 답을 알려면 먼저 모기지 시장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모기지 시장에는 무엇이 영향을 미쳤을까? 그걸 이해하려면, 이전 30년간 금리가 하락한 과정을 알아야 한다.
금리 하락을 초래한 요인은 무엇일까? 그걸 이해하려면 1970년대 인플레이션 당시를 알아야 한다. 1970년대 인풀레이션은 왜 일어났을까? 그걸 알려면 당시의 통화제도와 베트남전쟁의 영향을 들여다봐야 한다.
베트남전쟁은 왜 일어났을까? 그걸 알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을 거치면서 미국인들이 공산주의에 얼마나 많은 공포심을 갖게 되었는지 그과정을 알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짚어 올라가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계속된다.
크든 작든 지금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부모, 조부모, 중조부모, 형제자매, 사촌과도 관계가 있다. 이러한 가계도를 배제한 상태에서는 사건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 얼마나 지속될지 어떤 상황에서 그런 일이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기는 힘들다. 흔히 ‘미래를 알려면 과거를 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과거를 보아도 미래를 알 수 없다. 세상 모든 일은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서로에 영향을 주고받고 혼합되고 결과가 증폭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50년 후에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때도 여전히 사람들은 탐욕과 두려움에 지배당하고, 기회와 리스크, 불확실성, 집단 소속감, 사회적 설득에 반응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세상의 모든 사건은 나름대로 후속 결과를 낳고, 이는 또다시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앞일을 예측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것이다. 예측 불허의 비논리적 방식으로 연결된 과거 사건을 보면, 미래 사건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접어야 한다. 그러나 열린 상상력만은 지녀야 한다. 현재 상황을 뛰어넘어 늘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미약하게 시작된 무언가가 나중에 얼마나 거대해질 수 있는지 처음에 직관으로는 느낄 수 없다.
Ⅱ. Risk Is What You Don`t See(보이지 않는 것, 리스크) :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꽤 뛰어나다. 다만 뜻밖의 놀라운 일을 예측하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좌우하곤 한다.
모든 시나리오를 남김없이 고려했다고 생각한 후에 남는 것을 Risk라고 한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비한 후에 남는 것이다. 리스크는 보이지 않는다. 진주만 공습, 9.11 테러, 코로나-19, 미국 대공황, 이것들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잘못된 판단력으로 눈이 멀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1월호에 그해 예측을 싣는다. 그런데 2020년 1월호에 코로나-19 펜데믹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다. 2022년 1월호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언급은 아무것도 없었다. 잡지 발간을 준비하고 있을 때는 알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뉴스이자 가장 큰 리스크, 가장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사건은 늘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거나 낮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잠재 리스크를 파악하는 정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리스크는 결코 완전히 정복할 수 없는 것이다. 향후 10년간 나타날 가장 큰 리스크와 가장 중요한 뉴스는 지금 아무도 언급하지 않은 무언가일지 모른다. 지금은 물론이고 어느 때고 마찬가지다.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리스크를 위험한 것으로 만든다.
2001년 9월 11일 아침, 뉴욕 지역뉴스는 이렇게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8시 현재 기온은 17도입니다. 화요일입니다. (…) 오늘은 종일 날씨가 화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말 멋진 가을날이죠. 오후의 기온은 26도쯤 되겠습니다.”그날 다가오고 있은 거대한 리스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확한 예측이 있어야 대비를 하겠다고 생각할 텐데…, 리스크는 위험한 것이 된다. 오로지 예측에 의지하기보다는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를지라도 리스크가 언제고 반드시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편이 낫다. 예상할 수 없는 리스크는 언제나 존재한다.
Ⅲ. 기대치와 현실 : 행복을 위한 제1원칙은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남들과 비교해 평가한다. 사람들이 잘살게 되면 사치품으로 간주 되던 것들이 놀랍도록 짧은 기간 내에 필수품이 된다. ‘찰리 멍거’라는 투자자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탐욕이 아니라, 시기심”이라고. 미국은 1950년대 주택보유 비율은 오늘날보다 12% 낮았고, 요즘보다 3분의1 정도 집의 크기도 작았다. 그럼에도 그 안에 사는 식구는 더 많았다. 당시에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9%로, 오늘날 13%보다 16% 높았다. 산업재해 사망자 수도 오늘날보다 세 배 높았다. 그런데 그런 시대가 가장 행복했다니 이해가 되는가.
1950년대가 좋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나와 주변사람들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데 있다. 당시는 기대치가 쉽게 높아지지 않은 시대였다. 나보다 훨씬 더 잘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소득은 더 적었지만 사람들은 만족했다. 작은 집도, 부족한 의료서비스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나뿐 아니라 이웃 사람들 모두 같은 상황이었으니까. 물려받은 옷을 입어도 괜찮았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물론 이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1980년대 초 계층화된 성장이 나타나면서, 다수의 사람들이 힘겹게 느릿느릿 나아가는 동안에 소수의 사람들은 급속도로 엄청난 부를 쌓았다. 그들의 삶은 다수의 기대치와 꿈을 크게 부풀렸다.
찰리 멍거가 98세 때 “당신은 매우 행복해 보입니다. 삶에 만족하는 것 같군요. 행복한 삶의 비결이 무엇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는 “행복한 삶을 위한 제1원칙은 기대치를 낮추는 것입니다.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갖고 있으면 평생 괴로워집니다. 합리적인 기대치를 갖고, 당신이 맞이한 결과가 좋든 나쁘든 침착함과 평정심을 갖고 맞이하십시오.”라고 답했다. 이런 조언은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높은 기대치와 동기를 구분하기는 힘들 때가 많고, 또 낮은 기대치는 마치 포기를 뜻하는 것처럼 자신의 잠재력을 눌러버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Ⅳ. Wild Minds(인간, 그 알 수 없는 존재) : 독특하지만 훌륭한 특성을 가진 사람은 독특하지만 훌륭하지 않은 특성도 함께 갖고 있다.
독특하지만 훌륭한 특성을 가진 사람은 거의 항상 독특하지만 훌륭하지 않은 특성도 함께 갖고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은 간과한다. 그래서 존경의 대상으로 삼을 인물을 잘못 판단하기 쉽다. 서른두 살 인간이 GM과 포드, NASA와 맞붙어 경쟁할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듣을 것이다. 오만해서가 아니다. 트위트 에티켓을 신경 쓰지 않는 인간이다. 화성에 인간을 이주시키는 프로젝트에 개인 재산을 쏟아 붓고, 과장된 호언장담이 가져올 부정적 결과를 걱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주주들에게 비현실적인 약속을 하는 것을 신경쓰거나, 대형 텐트 시설에 테슬라 모델3 생산 라인을 만들고, 태국 어린이 축구팀의 구조를 지원하겠다며 나서고, 법무팀 승인 같은 공식적인 절차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천재적이고 대담한 비전문가로서의 ‘일론 머스크’를 좋아한다. 하지만 사회적 관습과 상식을 무시하고 독선적으로 행동하는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그의 두 모습을 분리할 수는 없다.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맥조지 번디는 언젠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에게 인간을 달에 보내는 것은 무리한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자 케네디는 이렇게 말했다. “배짱이 없었다면 40대에 대통령에 출마하지도 못했을 겁니다.”라고. 엄청난 성취를 이뤄내는 사람은 엄청난 실패를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곤 한다. 질문1. 어떤 사람이 성공한 기업 또는 위대한 리더가 될까? 단호하고 낙관적이고 ‘노(No)’라는 답을 허용치 않고 자신의 능력을 무조건 확신하는 사람이다. 질문2. 어떤 사람이 무모한 열정으로 도를 넘어서고, 욕심에 휩싸이고, 남들 눈에는 뻔히 보이는 리스크를 무시할까? 단호하고 낙관적이고 ‘노’라는 답을 허용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무조건 확신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거나, 부러워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어느 쪽을 택하든 그것은 내 삶에 영향을 미친다. 롤모델을 찾으려면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통째로 닮고 싶은지, 특정한 측면만을 닮고 싶은지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의 24시간을 그대로 살 의향이 없다면 - 그의 인생과 정체성과 나의 것을 통째로 바꿀 의향이 없다면 - 부러워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Ⅴ. 확률과 확실성(Wild Numbers) :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정확한 정보가 아니다. 확실성이다.
“세상에 문제가 생기는 근본 원인은 자신만만하고 똑똑한 바보들이 의심이 가득하다는 데에 있다.”- 버트런드 러셀(영국의 논리학자, 철학자)
미국 스텐포드대학교 로널드 하워드 교수는 시험을 치면서 학생들에게 시험문제 옆에 자신이 맞는 답을 적었을 가능성이 얼마라고 생각하는지, 몇 %인지 적게 했다. 만일 답이 맞다고 확신했는데도 틀리면 학점을 못 받았고, 답이 틀렸다고 확신했는데도 답이 맞으면 역시 학점을 못 받았다. 그냥 몇 %로만 매긴 경우에는 그 확신도에 따라 조정한 점수를 받았다. 학생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것이다.
리스크와 불확실성과 관련된 수학적 계산을 이해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사람들은 늘 그것과 씨름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때로는 발생 가능성이 높은 일이 발생하지 않고, 때로는 발생 가능성이 낮은 일이 발생한다. 이것은 세상사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도 혼란스런 현상 중 하나다. 1900년대 사람들의 시야는 자신의 주변에 한정돼 있었다. 그에 반해 오늘날 우리의 시야는 전 세계 나라, 문화, 정치, 경제를 모두 아우른다. 더 많은 세상사를 접한다고 세상이 더 암울하고 혼란스러워진 것이 아니다. 다만 과거에 늘 일어난 나쁜 일을 현재의 우리는 과거 사람들보다 더 많이 접할 뿐이다.
주식시장의 역사적 패턴에 따르면 5∼7년마다 한 번씩 폭락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도 안 돼, 뭔가 단단히 잘못됐어. 그 투자상담사 때문에 다 망했어.”라고 말한다. 늘 경계하고 집중해야 할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치명적인 리스크다. 예로 조종사가 1만 번의 비행 중 한 한번 추락하는 것은 치명적 리스크다. 그러나 우리는 확률과 큰 숫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때문에 일상적이고 필연적인 리스크, 확률적으로 볼 때 언제고 일어나게 되어 있는 리스크에 과도하게 민감해진다. 인간은 지금까지 늘 그래왔다.
Ⅵ. Best Story Wins(뛰어난 스토리가 승리한다) : 스토리는 언제나 통계보다 힘이 세다.
세상은 정보로 넘쳐난다. 사람들은 그 많은 정보를 꼼꼼하고 차분하게 살펴보면서 가장 합리적이고 옳은 답을 찾기란 어렵다. 사람들은 늘 바쁘고 감정에 쉽게 좌우된다. 따라서 언제나 훌륭한 스토리가 통계자료보다 더 큰 설득력을 발휘한다. 1. 당신이 옳은 답을 갖고 있다면,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2. 당신이 틀린 답을 갖고 있지만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3. 당신은 옳은 답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100%다. 이것은 역사적인 통계이다.
《사피엔스》는 이미 전 세계 2,8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책의 매력은 그 내용이 특이해서가 아니라 저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의 필력에 있다. 스토리가 독자를 사로잡고 글의 흐름에 막힘이 없다. 그러나 책에 대해 인류학자 홀파이크는 이 책을 비판했다. “저자가 말하는 사실들이 대체로 옳다고 해도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고, 그가 자신만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때는 종종 오류가 있으며 때로는 심각한 실수를 저지른다. 이 책은 지식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이에 대해서 하라리 교수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건 너무 평범한 내용이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새로운 내용은 전혀 없다. 나는 고고학자도 영장류학자도 아니다. 여기에 대해 내가 새로운 내용을 밝힌 내용은 없다(…). 나는 널리 알려진 지식을 읽고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책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것은 전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세상의 많은 훌륭한 작품과 업적은 기존 지식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찰스 다윈은 진화론을 처음 주장한 인물이 아니다. 단지 진화에 관한 가장 설득력 있는 책을 처음으로 펴냈을 뿐이다. 일론 머스크는 공학적 지식만 해박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비전을 투자자들에게 납득시키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약 1,500명이 사망한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4,000명 가까이 사망한 1948년 중국 여객선 강아호 침몰하고는 모른다. 4,345명이 사망한 1987년 도냐파스호 침몰사고도, 2002년 감비아 해안에서 르줄라호가 침몰해 1,863명이 사망한 사고도 마찬가지다.
타이타닉호가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남은 이유는 스토리에 적합한 요소들 때문이다. 많은 저명인사와 부자 승객들, 생사를 오가는 긴박한 순간을 직접 겪은 생존자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여객선 침몰 사고라고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톰소여의 모험』등 뛰어난 체험소설의 저자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했다. “뛰어난 문학 작품이 와인이라면 내 작품은 물이다. 물은 모든 사람이 마신다.”그는 계층이나 지역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보편적 감정들을 건드려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것은 거의 마법과도 같은 스토리의 힘이다.
모든 책은 무조건 새롭고 독창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모든 기업은 이전에 없던 혁신적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책을 쓰거나 창업을 하기도 전에 좌절부터 맛볼 것이다.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만드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Ⅶ. 통계가 놓치는 것 : 측정할 수 없는 힘들이 세상을 움직인다.
헨리포드 2세는 침체에 빠진 포드를 회생시키기 위해 젊은 로버트 맥나마라를 영입했다. 맥나마라는 세계 제2차대전 후에 수익이 악화되고 있던 포드를 회생시킬 적임자였다. 이후 맥나마라는 베트남전쟁 시기 국방장관 직을 수행할 때까지 통계와 숫자를 중시하는 접근법으로 포드를 회생시켰다. 일간, 주간, 월간 통계를 차트로 만들었다. 하지만 포드에서 통하던 전략은 국방부에서는 맹점을 드러냈다. 특수작전 대장 에드워드 렌스데일 로부터 통계 수치를 보고 받았는데, 에드워드가 ‘이 통계에는 뭔가 빠졌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맥나마라가 물었다. “뭐가 빠졌단 말이요?”“베트남 국민들의 감정입니다.”감정을 숫자로 담을 수는 없다. 이것은 베트남전쟁 관리의 중요한 문제였다. 결국 미국은 이것으로 패하고 물러났다.
당시 베트남 정치 지도자 호치민은 이렇게 말했다. “너희가 우리 병사 10명을 죽이고, 우리가 너희 병사 1명을 죽인다고 하더라도 먼저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쪽은 너희일 것이다.”라고. 아무튼 인간의 감정과 심리와 관련된 측면은 수치로 나타낼 수 없다. 그러나 측정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을 움직인다. 계산과 논리로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 측정할 수 없는 힘들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Ⅷ. 평화가 혼돈의 씨앗을 뿌린다.
이게 무슨 말인가? 평화가 혼돈의 씨앗을 뿌린다니? 시장의 안정성은 거의 확실하고 주가는 계속 오르기만 한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겠는가? 아무 주식이나 최대한 살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이라도 받아서 주식을 더 살 것이고, 한쪽 신장을 팔아서라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그리고는 바로 그 시점에 붕괴의 씨앗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주식 가치가 높아질수록 시장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기습당하기 쉬운, 민감한 상태가 된다. 평화가 혼돈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현대의 삶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안전하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이뤄진 모든 발전은 전염병의 감소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00년 미국인 10만 명당 약 800명이 전염병으로 사망했다. 2014년에는 10만 명당 46명이었다. 94% 감소한 것이다. 이런 축복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전염병 사망자가 줄어들자 사람들은 전염병에 덜 대비하게 된 것이다. 의학적 측면은 아닐지라도 심리적 측면에서는 확실히 그랬다.
주식이 고평가되어 있나? 비트코인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테슬라 주가가 어디까지 올라갈까? 수학적 공식으로는 답을 알 수가 없다. 그 답은 임의의 시점에 다른 누군가가 거기에 얼마나 돈을 투자할 용의가 있으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들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믿고 싶어 하고, 스토리텔러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스토리는 늘 변한다. 당신이 3년 뒤에는 어떤 기분 상태일지 예측할 수 없듯이 그 스토리 역시 예측할 수 없다. (2408240930)
Ⅸ. 더 많이, 더 빨리(Too Much, Too Soon, Too Fast) : 좋은 아이디어에도 무리한 속도를 내면 나쁜 아이디어가 된다.
역사상 가장 키가 큰 사람은 ‘로버트 위들로’로 그는 뇌하수체 이상으로 성장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여덟 살 때 183㎝, 열두 살 때 213㎝, 사망시점인 스물두 살 때는 272㎝, 몸무게 199㎏, 발사이즈가 470㎜였다. 그를 보면 폴 버니언(나쁜 놈들을 짓밟아주는 만화주인공 개릭터)이 생각나지만, 위들로의 삶은 그렇지 못했다. 다리 보호대를 착용하고 지팡이를 짚고 걸어야만 했다. 혼자서는 서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벽에 몸을 기대야만 했다. 사망 원인도 몸 전체에 혈액을 공급하느라 심장이 세게 뛰는 탓에 혈압이 높았다. 그로 인해 궤양과 감염으로 사망했다. 몸집이 세 배라고 성능도 세배인 것은 아니었다. 몸집이 큰 동물은 짧고 두툼한 다리를 갖거나(코뿔소), 몸통에 비해 대단히 긴 다리를 갖는(기린) 경향이 있다. 무거운 몸무게를 지탱하려면 생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몸의 비율이 바뀐 것이다. 인간이 몸이 커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스타벅스가 창업한 23년 후인 1994년에 매장이 425개였다. 2007년에는 한 해에 매장이 2,500개 새로 생겼다. 4시간마다 하나씩 생긴 셈이다. 매장의 포화상태는 도를 넘었다. 아무리 호황기였다지만 매장의 포화상태가 도를 넘었다, 그러자 매출과 성장률이 50% 감소했다. 스타벅스는 가장 알맞은 규모가 있었다. 창업자 슐츠는 자서전에서 “성장은 전략이 아니라 전술일 뿐이다. 무분별한 성장이 전략이 되어 있을 때, 우리는 방향을 잃고 헤맸다.”라고 썼다. 선을 넘어가면 매출은 증가할지 몰라도 실망하는 고객 수는 빠르게 증가한다. 타이어 재벌인 하비 파이어스돈은 1926년 이렇게 말했다.
“단번에 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왜냐하면 첫째, 대개 그것은 불가능하므로 많은 비용을 날리게 된다. 둘째, 설령 가능하다 해도 생산시설이 감당하지 못한다. 셋째, 생산이 가능하다 해도 유지하기가 어렵다. 너무 단기간에 거대해진 기업은 하루아침에 큰돈이 생긴 소년처럼 행동하기 십상이다.”
‘서두르면 망치는 법이다.’이는 식물도, 동물도 마찬가지다. 물과 빛이 잘 드는 곳에서 자라는 나무는 무르고 악하다. 그러나 여럿 속에서 치이면서 살아난 것은 야물다. 물고기를 통해 실험한 결과도 그렇다. 두 그룹으로 나눠 차가운 물과 따뜻한 물에서 물고기를 키웠는데, 따뜻한 물에서 자라난 물고기는 일반 물고기보다 빨리 자랐다. 그런 뒤에 두 그룹에서 자란 물고기를 정상온도에 넣었더니 모두 정상적인 물고기로 성장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어린 시절 일반 물고기보다 느리게, 찬물에서 키운 물고기는 평균보다 30%를 더 오래 살았다. 반면 빨리 성장한 물고기는 평균 수명보다 15% 일찍 죽었다.
인위적 성장 촉진은 조직 손상을 가져올 수 있고 ‘손상된 생체 분자의 관리 및 회복에 쓰일 자원이 대신 빠른 성장에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느리게 성장한 경우에는 ‘관리 및 회복에 합당한 자원이 증가’한 때문이라고 한다. “급하게 만든 기계는 신중하게 공들여 만든 기계보다 더 빨리 고장 날 확률이 높다. 생체의 몸도 마찬가지다. 사랑이든, 일이든, 투자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인내심과 희소성이다. 그것이 있어야 소중함을 느끼며 감사할 수 있다.
Ⅹ. 마법이 일어나는 순간 : 고통은 평화와 달리 집중력을 발휘시킨다.
1912년 미국 내 자동차는 100만 대였지만, 1929년 2,900만 대가 되었다. 그야말로 자동차 시대가 되었다. 자동차가 판매되는 속도보다 도로 건설 속도가 늦었다. 1930년에야 따라잡았다. 1920년 도로 건설 비용이 GDP의 2%였지만, 1933년에는 6%가 넘었다.(지금은 1% 수준)도로 인프라의 확충은 생산성에 미친 영향이 어마어마했다. 이는 1970년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1937년 금문교가 건설되기 전까지 샌프란시스코와 마린 카운티는 배를 타야만 했다. 그러나 교량은 도심과 단번에 연결됐다. 1930년대는 미국 교통수단의 황금기였다. 전기보급도 급증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전기는 우리의 가정을 환하게 밝혀줄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기꺼이 봉사하는 하인이 될 수 있습니다. 주부의 고된 집안일을 줄여주고 고생하는 농부의 어깨에서 큰 짐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라고.
미국에서 1930년 대공황이라는 비극이 없었다면, 기술적 도약이 일어났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한다. 심각하게 망가진 경제를 살려내려는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뉴딜’같은 정책을 끝까지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줄줄이 파산하는 기업들을 목격하지 않았다면 그토록 절박하게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말 탄 기병이 싸웠지만, 전쟁 마지막 해인 1945년에는 핵폭탄이 투하됐다. 소련이 세계 최초로 스푸티니크를 우주에 발사하자, 미국은 위기감을 느끼고 1958년 NASA를 설립하고, 11년 후에 인간을 달에 보냈다. 두려움이라는 동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이런 혁신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 사는 방식은 시대와 역사에 따라 달랐다. 많은 철학자, 사상가들이 행복에 대해, 인생에 대해 말했다. 그중에서 37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리차드 닉슨은 이렇게 말했다.
“백만장자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거야말로 최고의 인생이지! 날마다 일할 필요가 없다면, 그저 낚시나 사냥, 골프, 여행이나 하며 산다면 최고의 인생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인생을 알지 못한다.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목적의식이기 때문이다. 목표, 치열한 싸움, 고군분투이기 때문이다. 설령 승리하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Ⅺ. 비극은 순간적이고, 기적은 오래 걸린다.(Overnight Tragedies and Long-Term Miracles)
워런 퍼핏이 말했다.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것이 무너지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신뢰 상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발생한 치명적 실수로 일어난다는 말이다. 지난 50년 동안 미국의 GDP는 두 배 이상 커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날 때 세상을 기억하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최근 몇 개월만을 기억한다. 발전에는 언제나 시간이 걸린다. 너무 오래 걸려 발전이 일어났는지 알아챌 수조차 없다. 나쁜 일은 그렇지 않다. 망설이지도 미묘하지도 않다. 너무 빨리 덮쳐 관심을 몽땅 차지한다. 진주만 공습, 9.11테러는 지난 100년간 일어난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사건 모두 시작에서 종료까지 1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나 소련 붕괴 등도 수십 년간 공들인 것이 순식간에 재앙에 휩싸인 사례다. 회복은 그처럼 빠른 속도로 일어날 수 없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성장과 발전은 언제나 그것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힘, 장애물에 맞서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하고, 초고층 빌딩이 올라가려면 중력과 싸워야 하고, 새 모델은 시장의 기존 주자와 싸워야 한다. 발전하는 것은 관심을 받지만, 무너지는 것은 그렇지 못하다. 갓 태어난 아기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 250조 개의 시냅스, 고유한 기관계 등 성격특성을 지닌 복합생명체다. 반면 죽음은 그렇지 않다. 아주 간단하다. 심각한 부상, 심장 질환, 뇌졸중, 암, 감염, 약물남용 등 원인이 무엇이든 대부분의 죽음은 산소부족 때문에 일어난다. 질병 자체의 증상과 프로세스는 복잡할 수 있지만, 결국 죽는 이유는 필요 부분에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들기는 어렵고 파괴하기는 쉽다.’는 것은 어디에나 적용된다. 건물을 지으려면 수많은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건물을 무너뜨리는 데는 대형 망치만 있으면 된다. 설령 무너뜨리는 것이 쉽지 않다해도 그것을 파괴하는 방법은 만든 방법보다 간단하다. 만약 누군가가 ‘50년 후에 미국인들이 지금보다 두 배 부유해질 가능성이 있는가?’하고 묻는다면 가당찮은 애기라고 할 것이다. 재산이 곱절로 늘어난다는 것은 너무 야심찬 목표다. 하지만 50년간 연간 평균 성장률이 1.4%라면 가능하다. 오히려 비관론자라고 할지 모른다. 고작 1.4%라고 할지 모르지만 둘은 똑같은 애기다.
Ⅻ. 사소한 것과 거대한 결과 : 작은 것이 쌓여 엄청난 것을 만든다.
2010년 예일대 연구팀은 비만이 증가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식사를 많이 하는 것 때문이 아니라, 적은 양의 간식을 자주 먹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힘을 지닌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단세포 유기체인 인간에게 저장용량 1테라바이트 아이패드로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하는 힘, 높은 시력을 갖게 하고, 하늘을 나는 새(비행기)를 만들어내고, 면역체계를 만든 힘을 만든 저력은 바로 진화다. 진화가 성취해낸 결과에 비하면 인간이 만든 과학의 것들은 별로 대단치 않을 수 있다.
진화마법의 진짜 힘은 무려 38억 년 동안 유리한 특성을 선택해왔다는 점에 있다. 아주 사소한 변화라도 38억 년 동안 유리한 특성을 선택해 왔다면, 관건은 작은 변화가 아니라 시간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쌓으면 마법이라고 불러도 좋을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투자할 때 지금 당장, 올해 또는 내년의 성과에 급급한다. 그러나 진화의 경우처럼 단기간에는 마법이 일어날 수 없다. 복리효과에 숨겨진 수학을 이해한다면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최고 수익률을 달성할까?”가 아니라 “내가 정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수익률이 얼마일까?”이다. 늘, 언제나,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작은 변화가 엄청난 결과를 내왔다.
ⅩⅢ. 희망 그리고 절망 : 낙관주의와 비관주의가 공존해야 한다.
1984년 제인 폴리는 28살이 된 빌 게이츠와 인터뷰를 했다. 폴리는 “당신을 두고 천재라고들 하죠. 그런 애길 들으면 민망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게이츠는 무표정한 얼굴로 어떤 감정도 표현하지 않았다. 폴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 네, 별로 안 민망하신가 보네요”라며 어색함을 덮으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게이츠는 아무 반을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는 천재였다. 게이츠는 모든 가정, 모든 책상에 컴퓨터가 설치되도록 하겠다는 꿈을 품고, 19살에 대학을 중퇴했다. 자신에 대한 엄청난 자신감을 지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공동 창업한 폴 앨런은 그를 처음 만난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게이츠를 만나자마자 세 가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진짜 똑똑했어요. 경쟁심이 강하고,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 보여주고 싶어했죠. 그리고 끈기가 대단했어요.”그러나 게이츠는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불안을 달고 살았다. 자신감과는 반대되는 특징이다. 그는 수익이 창출되지 않아도 항상 충분한 현금을 은행에 보관해 두고 있었다. 1995년 토크쇼 진행자 찰리 로즈가 게이츠에게 왜 그렇게 많은 현금을 보유하느냐고 물었다. 기술업계는 변화 속도가 대단히 빠르기 때문에 다음 해 기업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게이츠 역시 낙관적 태도와 자신감 그리고 강한 비판론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었다. 낙관론과 비관론은 하나의 스펙트럼 위에 존재한다. ‘비관론자처럼 저축하고 낙관론자처럼 투자하라. 비관론자처럼 대비하고 낙관론자처럼 꿈꾸라.’얼핏 생각하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 같다. 둘이 공존할 수 있다(또 그래야 한다고)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성공하는 거의 모든 일에는 그 둘이 공존한다. 비참한 비관주의자가 되거나 파산한 낙관주의가가 되거나….
ⅩⅣ. 완벽한 함정(Casualties of Perfectiion) : 약간 불완전함이 오히려 유용하다.
진화의 핵심은 모든 생명체는 죽는다는 점이다. 지구에 살았던 종의 99%가 이미 멸종했고, 나머지도 결국엔 멸종할 것이다. 항상 모든 것에 적응하는 완벽한 종은 세상에 없다. 어떤 종이 뛰어난 능력을 지냈더라도 자신이 갖추지 못한 능력이 갑자기 더 중요해지는 때가 온다. 그러면 나는 죽을 수밖에 없다. 사자는 몸집이 커지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고, 나무는 키가 커지면 더 많은 햇빛을 받겠지만, 강풍에 부러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든 종에는 언제나 약간의 비효율성이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은 효율적인 삶을 살려고 애쓴다. 조금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사람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낭비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나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해변을 오래 산책한다.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서다. 연구가 풀리지 않을 때 방안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응시하면서 머릿속 상태를 마음속에서 시각적으로 그려본다.”
투자하는 사람은 당연히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시간이 흐르면 경제가 발전하고 생산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을 정확하게 예측하려는 것은 자원만 낭비하는 활동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적당히 예측하고, 예측에 만족하면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정확성은 추구하면 할수록 큰 그림을 보여주는 원칙에 집중할 시간이 줄어든다. 정확성 보다는 원칙이 더 중요할 가능성이 높다. 진화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더 완벽해지려 하면 할수록 여러 면에서 더 취약해 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ⅩⅤ. 모든 여정은 원래 힘들다 : 고통을 개의치 않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1846년 도너 가족 87명은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를 출발했다. 머나먼 캘리포니아로 가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새로운 땅에서 만날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그 길에는 원주민의 공격, 병에 걸리거나, 혹독한 날씨를 견뎌야 하는 위험요인에 노출되어 있었다. 전체 여정의 절반쯤을 지날 무렵 지친 그들은 탐험가 랜스퍼드의 조언을 들었다. 기존 경로가 아닌 유타주를 통과하면 3∼4일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여름에 솔트레이크 사막의 더위를 견뎌야 했고 먹을 물은 바닥이 났다. 소는 죽어갔고, 결정적으로 전체 일정이 한 달이나 늘어났다. 일정 지연에 따른 타격은 치명적이었다.
늦가을이 지나고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지날 때는 한겨울이 되었다. 이해 겨울은 기록적인 추위가 찾아왔다. 눈이 3∼6m 쌓인 산을 통과해야만 했다. 이미 6명이 죽었고, 나머지 81명은 절반이 18세 이하의 아이들이었는데, 그들은 배고픔을 견디며 겨울을 산속에서 지내기로 했다. 먹을 양식이 떨어지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죽은 사람의 인육을 먹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네 살이었던 조지아 도너는 이상한 고기를 먹었던 일을 이렇게 회상했다. “아버지는 울면서 내내 우리를 쳐다보지 않았다. … 그것 말고는 먹을 게 아무것도 없었다.”이런 모든 일이 지름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빠르고 쉬운 길에 유혹당하기 쉽다. 고생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길은 거의 없다.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어느 정도는 견뎌야 한다. 많은 관리자가 비생산적이거나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지는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한다. 그들은 “나는 완벽함을 원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비현실적 관점이다. 그런 관리자는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다. 적정한 수준의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견딜 줄 아는 인내심, 그것은 성공과 발전의 연료다. 대부분의 일에는 비용이 따르며 이를 인정하고 기꺼이 치르는 것이 현명하다. 적당한 양의 불편함을 견디는 것이야 말로 성공의 지름길이다.
ⅩⅥ. 계속 달려라(Keep Running) : 경쟁 우위는 결국 사라진다.
어떤 종은 오래 생존하지만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그의 생존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진화학자 벤 베일런은 “진화에서의 경쟁은 경기가 끝나면 승리한 팀이 마음놓고 쉴 수 있는 축구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화 경쟁은 끝이 없다. 한 종이 다른 경쟁자보다 우위를 획득하면 곧 경쟁자 역시 발전하고 진화하도록 자극한다. 이를테면 군비 경쟁처럼 말이다. 진화학은 결국 우위에 관한 학문이다. 결국 영원한 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모든 생명체가 늘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저만치 훌쩍 앞서나가 멸종 가능성에서 자유로운 생명체는 없다.
검은코뿔소는 800만 년 동안 살아왔지만, 인간의 밀렵 탓에 심각한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리먼브라더스는 150년 동안 서른세 번의 경제 침체를 거치면서도 적응하고 번영했으나 주택저당증권 시장 붕괴라는 위기를 만나 무너졌다. 누구도 안전하지 않고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제자리라도 지키려면 ‘계속 달려야 한다.’그것이 진화의 원리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도, 제품도, 일도, 국가도, 인간관계도…. 진화는 가차없고 냉혹하다. 앞서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뒤처지는 것을 멸종시킴으로써 가르침을 준다.
ⅩⅦ. 미래의 경이로움에 대하여 : 발전은 지지부진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한다.
에디슨은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다량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그런 발명가였다. 발견들이 서로 결합하고 효과를 내면서 더 의미 있는 발명품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했다. 예를 들어 전구는 에디슨이 최초로 발명한 것이 아니었다. 에디슨 전구가 나오기 80년 전에 영국의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가 목탄 막대기를 필라멘트로 이용한 ‘아크 등’이라는 조명 기구를 만들었다. 이것은 에디슨 전구와 비슷하게 작동했지만, 빛이 지나치게 밝고(실명의 위험)지속시간이 짧아서 실용성이 떨어졌다. 에디슨의 업적은 밝기를 적당히 하고 수명이 오래가는 전구를 개발한 것이다.
1900년대 초 비행기가 실용화됐을 때 사람들은 이 새로운 발명품의 용도를 예측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우편물 수송과 비행기 레이싱이었다. 누구도 거기에 원자폭탄을 생각하지 않았다. 비행기가 없었다면 원자력발전소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공중 투하 방식을 몰랐다면 폭탄도, 핵폭탄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핵폭탄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원자력발전소의 평화적 이용 방법은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연이 돌아가는 원리를 보면, 북쪽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그다지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남쪽에서 더운 공기가 불어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둘이 미주리주 상공에서 만나면 토네이도가 발생한다. 이러한 창발 효과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초래한다. 새로운 기술도 마찬가지다. 기하급수적 성장이라는 개념을 간과할 경우 상상하기 힘든 방식이 된다. 조직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적절한 타이밍에 두세 가지 평범한 능력을 동시에 발휘하는 사람이 단 한 가지만 잘하는 사람보다 몇 배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ⅩⅧ. 보기보다 힘들고, 보이는 것만큼 즐겁지 않다.(제목을 잘 음미해야 할듯)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미지 게임을 한다. 어떤 이들은 자기 확신에 차서 적극적으로 이미지를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만든 이미지는 자신의 완전한 이미지가 아니다. 거기에는 일종의 필터가 작용한다. 누구나 못난 결점은 숨기기 마련이다. 특별한 재능을 인정하고 존경하는 것과 그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둘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누구나 이런저런 문제와 힘겹게 싸우고 있다. 상대방을 깊이 알기 전에는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좀 더 상대에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ⅩⅨ. 인센티브: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Incentives:The Most Powerful Force in the World)
아무리 많은 정보와 사실적 근거가 주어진다 해도 뭔가 참이기를 바라는 절실한 욕구나 필요만큼 강력하게 우리의 행동을 좌우하는 것은 없다. 인센티브의 힘은 너무나 강력해서 우리는 자신의 인센티브가 행동과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상대를 설득하고 싶다면 이성이 아니라 이익에 호소하라.”고 했다. 인센티브는 사람들의 행동과 믿음을 정당화하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연료다. 사람들은 조언이 아니라 인센티브에 따른다.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의 어리석음과 결점을 잘 보지 못한다. “악은 자신이 추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가면 뒤에 숨는다.”프랭클린이 말했다. 먹이사슬 위쪽에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대출 담당자뿐 아니라 은행 CEO, 투자자, 부동산 감정사, 부동산 중개업자, 주택을 리모델링해 되파는 업자, 정치인, 중앙은행장, 이들의 인센티브는 물에 잘 떠 있는 배를 굳이 흔들어 소란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쪽으로 크게 이울어져 있다. 그래서 시장이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계속 노를 졌는다.
인센티브는 비정상적이고 지속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을 생각보다 더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 이런저런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사람들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최대한 버티기 때문이다. ‘나는 그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한다면 당신은 인센티브에 설득당한 것이 아니라 인센티브 탓에 눈이 멀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설득은 묘미가 있다.
ⅩⅩ. 겪어봐야 안다 : 직접 경험하는 것만큼 설득력이 센 것은 없다.
우리는 읽고 쓰고 공부해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면서 공감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무언가를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어떤 행동을 할지, 무엇을 원할지, 기꺼이 감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직접 경험하는 것만큼 강한 설득력을 가진 것은 없다. 역사 작가 스티븐 앰브로즈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 자신감과 허세로 가득한 채 훈련소를 나온 군인들은 전의를 불태우며 전선에 투입됐다. 그러나 총탄을 맞아 부상 당하면해 보면 모든 게 바뀐다. 훈련으로 총 쏘는 법과 명령을 따르는 법을 배울 수는 있지만, 훈련으로 실제 전투에 대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기관총 사격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파편 세례를 맞으며 공포와 무력감에 압도당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칠 수는 없다.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그 상황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경기가 안 좋다고 말하는데, 시장 침체는 그저 혼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주식이 30% 떨어진다면 그것은 다수의 사람이나 기업, 정치인이 뭔가를 망쳐놓았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내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제 나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방어적으로 기존 자산을 지키는 쪽으로 전략을 바꿀 것이다. 시장이 호황일 때 이런 심리적 변화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어렵고 힘들 때,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라고 한 워런 버핏을 조언을 따르기가 쉽지 않다.
성공을 이룬 뒤에 멋진 대저택에서 살고 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그렇게 화려한 생활과 부를 누리는 삶에서는 모든 게 만족스러울 것 같다. 하지만 잊기 쉬운 것이 있다. 호화 저택에 사는 사람도 독감에 걸리고, 소송에 휘말리고, 배우자와 싸우고, 불안감으로 괴로워하고, 정치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이것들은 물질적 부에서 오는 만족감을 밀어낼 수 있다. 우리가 성공과 행복을 상상할 때는 현실적인 측면을 쏙 빼놓고 이상적인 그림만 그린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는 언제나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뒤섞여 공존하면서 영향을 미친다. 직접 경험하고 나면 ‘아, 그렇구나’하고 깨닫는다. 상황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 언제나 겪어봐야 안다.
ⅩⅪ. 멀리 보는 것에 관하여 : “장기전략으로 갈 거야”라고 말하는 것은 에베레스트산 밑에서 정상을 가르키면서 “저기에 올라갈 거야”하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투자나 일, 인간관계에서 장기적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사람들이 다 안다. 에베레스트를 오르겠다는 생각은 멋진 생각이다. 그러나 이제 수많은 고난이 시작된다. 장기전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또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보상을 안겨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장기전략을 세우면 고통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단기적 사건을 피해갈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투자기간이 길수록 더 많은 재앙과 비극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장기적 계획과 실행을 위해서는 단기적 리스크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당신은 멀리 보면서 버틸 용기가 있지만, 배우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결실을 보려면 시간이 걸리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상사와 동료들에게는 그런 인내심이 없을 때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으로 옳은 판단을 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당신은 옳은 판단을 하는 동시에 주변사람들도 설득할 수 있는가? 그 둘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고 간과하기 쉬운 문제다. 진정한 장기적 사고를 하려면 인내심과 고집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그에 대한 해결책은 당신의 업계에서 절대 변하지 않을 소수의 것들을 파악한 뒤, 그 외의 나머지는 전부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수정이 필요한 대상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그렇게 파악된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장기전략을 적용할 대상이 된다. 그 외 나머지는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장기전이라고 해서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만약에 2010년에 투자기간을 10년으로 잡고 투자했다면 목표해가 2020년이었는데 이때는 전 세계가 휘청거린 해였다. 기업이든 투자자든 자신이 오랫동안 인내심있게 기다려온 보상을 손에 쥐리라고 기대하기 힘든 해였다.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
죽는다.”고 한 케인스의 말을 잊지 마라. 여기서 저자의 말을 인용하면 이렇다.
“나는 날마다 신문과 책을 읽는다. 그런데 2011년 신문에서 읽은 내용은 단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해 읽은 인상적인 책 몇 권과 그것이 내 사고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꽤 자세히 말할 수 있다. 아마도 나는 그 책들을 평생 기억할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신문을 계속 읽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책을 더 많이 읽는다면 뉴스를 더 잘 이해하게 도와줄 필터와 생각의 틀을 머릿속에 갖추게 될 것이다.”고 하고는 그것은 뉴스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기사와 걸러내야 할 기사를 판단하기가 더 쉬워진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ⅩⅫ. 복잡함과 단순함 : 복잡한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인간이 암을 극복할 수는 있을까? 1971년 미국은 국가암관리법을 제정하고, 2013년에는 국립암연구소를 개설해 암을 극복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 목표에 이를 길은 요원해 보인다. 암 연구의 권위자인 MIT의 로버트 와인버그 교수는 애초에 암에 걸리지 않으면 암으로 죽을 일도 없다고 하면서 “담배를 끊으라고 설득하는 일은 심리적 활동이다. 그것은 분자와 유전자, 세포와 아무 관련이 없다. 그래서 나 같은 과학자들은 본질적으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단순한 진실을 간과하고 예방을 위한 활동은 지적 흥미와 자극을 주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단순한 방법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음에도 복잡한 것에 더 몰두하는 인간의 경향을 엿볼 수가 있다. 사람들은 복잡한 것이 더 가치 있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건강문제는 8시간 숙면하고 많이 움직이고, 좋은 음식을 먹고 과식을 피하는 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전부다. 하지만 사람들은 건강보조식품과 빠르고 쉬운 지름길을 찾고 온갖 약을 찾느라 난리다. 아이들은 단순하고 자기가 아는 것만 말한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 그 능력을 잃어버린다. 새로운 기술을 획득하다보니 온갖 복잡하고 장황한 언어로 말을 꾸미는 기술을 찾는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은 짧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대개 헛소리로 가득차 있다. 나는 책이 짧을수록 헛소리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필요이상으로 복잡하고 어려워서 좋을 것은 없다. 복잡한 것에 지나치게 끌리고 힘을 쏟을 수는 있다. 하지만 큰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ⅩⅩⅢ. 상처는 아물지만 흉터는 남는다(Wounds Heal Scars Last)
이번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고, 작심한 듯이 “당신과 다른 경험을 한 사람은 당신과 다른 사고방식이나 관점을 지니기 마련이다. 그들은 다른 목표, 다른 견해, 다른 욕구, 다른 가치관을 지닌다. 따라서 사실 대부분의 논쟁은 이견이 아니라 경험이 충돌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동부 전선에서 4년 동안 3,0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지금도 이 지역에서 유골과 총탄, 포탄이 발견되고 있지만, 전쟁이 야기한 대부분의 물리적 피해는 1960년까지 거의 복구되었다. 산업시설이 재건되었고, 사람들의 생활도 회복되고 종전 10년 후에는 인구도 이전 인구를 넘어섰다. 전쟁 당사자인 일본의 경제회복은 주목할만한데, 1946년 하루에 1,500칼로리를 제공할 정도의 식량밖에 생산하지 못하던 일본이 1965년 GDP 910억 달러, 1980년 1조 1,000억 달러로 증가했다. 여기에 크게 기여한 것은 기술과 제조업 부문의 뛰어난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일본도 전쟁의 흉터는 남았다.
우리는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기분, 두려움, 희망, 원망, 목표, 동기, 기대는 그럴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 속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난 것이다. 잊고 싶어서가 아니라 잊어야 하기 때문에 잊는 것도 있겠으나, 사람들의 기억력은 좋지 못하다. 대개 나쁜 경험도 금세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과거에 배운 교훈도 잊어버린다. 그러나 강렬한 고통과 스트레스는 흉터를 남긴다. 눈앞의 비극을 마주한 채 ‘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하는 뭔가를 경험하고 나면, 기대치와 목표가 완전히 재설정되고 이전까지 당연한 듯 몸에 뱄던 행동 방식이 바뀔 수 있다.
개인이나 집단 간 견해 및 시각 차이로 인한 충돌은 역사에서 늘 있서온 인간의 기본적 행동 패턴이다. “왜 저 사람은 나와 의견이 다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무수히 많다. 저 사람은 이기적이니까, 저 사람은 멍청이니까, 분별력이 없으니까, 무식하니까 등등. 그럴 때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게 맞을 것이다. “저 사람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무엇을 경험했기에 그런 견해를 갖고 있을까? 만일 저 사람과 같은 경험을 한다면 나도 저렇게 생각하게 될까?”
경험하지 못한 무언가가 내 견해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심리적 불편함을 초래한다. 내가 무지하고 뭘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되기 때문이다. 대신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은 나보다 생각이 짧은 것이라고 믿는 것이 훨씬 더 쉽고 속 편하다. 우리는 늘 의견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관심을 더 많이 접할수록 사람들은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더 분노하기’때문이다.
의견충돌은 사람들이 가진 지식이 아니라 경험과 크게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경험은 언제나 다르기 마련이다. 의견충돌은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늘 변함없이 과거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400쪽이 넘는 책을 삼복더위 속에서 읽었다. 그리고 이만큼 베끼기도 했다. 투자자문가의 글이라기보다 인생 멘토로서 들려주는 조언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할말 다한 것 같은데 마지막에 이런 말도 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확실한 것으로 바꾸고 싶어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앞을 응시한다. 더 많은 데이터로 더 정확하게, 더 똑똑하게 미래를 예측하려 애쓴다. 하지만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은 사실 그 반대다. 뒤를 돌아보고 넓은 시야를 갖는 것이다.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알아내려고 하는 대신에 과거 역사가 피해 가지 못한 굵직하고 중요한 일들을 공부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경험이 입증하더라고도 했다. 책을 마치면서도 몇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그것을 참고로 보고 생각해 보자.
·현재 내가 가진 견해 중 만일 다른 나라에 태어났거나 다른 세대에 속했다면 동의하지 않을 만한 것이 있는가?
·내가 진실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영리한 마케팅의 결과에 불과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해서 무지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나 문제는 무엇인가?
·똑똑해 보이지만 사실은 헛소리만 하는 허풍쟁이는 누구인가?
·나는 상상하지 못한 리스크에 제대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가?
·내가 인내심이 있는 것인지 고집을 부리는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의 진짜 모습은 형편없는 누군가를 존경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껏 늘 옳았던 것은 무엇인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
출처: 우표 없는 편지 원문보기 글쓴이: 청풍명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