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없는 미래 대학의 출발점
차 상균 (전기 공학 76 - 80) 모교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장
2013 년 범 대학 차원 빅데이터 硏 설립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 준비로 이어져
실리콘 밸리 방문 후 설립 당위성 확신
데이터 · 인공지능 전 라이프 사이클 연구
작년 개원, 신규 교수 28 명 등 전폭 지원
팬데믹과 미중 패권 대결로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대전환은 규모와 속도, 타이밍의 게임이다.
역동적인 혁신 생태계를 갖춘 실리콘 밸리가 이 게임에서 앞서 가고 있다.
한때는 스타트업이었던 구글, 엔비디아, 테슬라 같은 빅테크 기업과 새로 생겨나는 스타트업이 스탠퍼드, 버클리 같은 혁신 대학과 어우러져 이 생태계를 만든다.
2013 년 6 월 오 연천 총장은 임 지순 물리학과 교수가 이끌던 미래 연구 위원회의 제언에 따라 데이터 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범대학 차원의 빅데이터 연구원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 준식 연구 부총장과 성 노현 연구처장은 필자를 이 신설 연구원의 설립 추진 위원장으로 추천했다.
실리콘 밸리 창업과 M & A, 글로벌 SW 기업 SAP 의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개발과 시장 개척 경험을 살려 서울대에 봉사하라는 부름에 주저없이 수락했다.
실리콘 밸리 친구들이 제 2 의 창업을 권유하던 때였다.
2014 년 4 월 10 일 총장, 교육부 및 미래 창조부 차관, 해외 석학 등 400 여 명의 학내외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빅데이터 연구원이 설립됐다.
서울대의 각 단과 대학장들이 추천한 40 대 초반의 교수들이 설립 추진위원이 되어 연구원 설립을 이끌었다.
이 젊은 지성들은 자유 토론을 통해 범대학 차원의 경계 없는 초학제적 빅데이터 연구원 설립안을 만들었다.
연구원이 설립되자 국내외에서 협력 요청이 쇄도했다.
과제 수주가 지수적으로 늘어 4 년차에는 연 100 억 규모가 되었다.
2015 년 데이터 기반 패러다임이 모든 학문과 산업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누구든 데이터 사이언스를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체계를 대학에서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학부 과정에 변화를 주기에는 수도권 정원 규제 등 장애물이 너무 많았다.
허브 성격의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을 혁신의 컨테이너로서 설립하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학내에서 대학원 신설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2016 년 9 월 성 낙인 총장의 실리콘 밸리 출장에 동행해 구글, 엔비디아,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에서 근무하는 20 여 명의 젊은 연구원, 기술자와 만남의 시간을 만들었다.
구글에 근무하는 미대 졸업생 등 참석자 모두로부터 디지털 혁신의 생생한 목소리를 청취한 성 낙인 총장은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 설립의 시대적 당위성을 확신하게 됐다.
다음 문제는 대학원 설립을 위한 신규 교수 정원과 재원 확보였다.
마침 고용 노동부가 비학위 과정의 4 차 산업 혁명 인력 예산을 만들고 있음을 알게 됐다.
지리학과 이 건학 교수가 고용 노동부에 4 차 산업 혁명 인재 양성의 틀을 만들어 제공했다.
2017 년 6 월 연구원 부원장 이 상구 교수가 사업단장을 맡아 서울대 4 차 산업 혁명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이어 경제학부 류 근관 교수가 책임자가 되어 빅데이터 핀테크 과정을 추가로 시작했다.
다양한 전공의 SKY 재학생, 졸업생 등 150 여 명의 청년 구직자가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고려대 영문학과 재학생이 수료 후 고려대 컴퓨터 공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이듬해에 저명 인공지능 컨퍼런스에 논문을 게재했다.
이 프로그램은 누구든 열정만 있으면 학부 전공에 상관없이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로 변신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데이터 사이언스는 데이터와 지식의 모델링, 수집, 정제, 저장, 기계 학습, 디지털 솔루션 개발 및 적용 등 데이터와 인공 지능의 전 라이프 사이클을 다루는 학문이다.
현재의 데이터 기반 패러다임은 컴퓨팅 (C) 의 획기적 발전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컴퓨팅의 발전 때문에 빅데이터 (B) 수집과 저장, 처리가 가능하게 됐고, 인공지능 알고리즘 (A) 의 개발과 구현도 가능하게 됐다.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은 첫 학기에 위에서 열거한 ABC 파운데이션 교육에 집중한다.
이 기간에는 지도 교수도 정하지 않는다.
후속 과목으로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인과 추론 같은 과목은 물론 인공 지능 윤리, 데이터 혁신 및 창업 같은 과목도 제공한다.
모든 학생들은 교수별로 쪼개진 공간 대신 하나의 열린 공간에서 학습하고 연구한다.
ABC 를 깊이 연구해 데이터 사이언스 파운데이션 전문가가 될 수도 있고, 경제학이나 의학 같은 특정 도메인 (D) 에서 파괴적 혁신을 이끌 수도 있다.
노벨 경제학상이나 과학상은 경제학과 과학에 데이터 사이언스를 접목한 연구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국에서는 2012 년 무어, 슬론 재단이 데이터 사이언스를 통한 대학 혁신 실험을 위해 3,800 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했다.
2013 년 버클리와 NYU, 워싱턴 대학교가 이 기금을 받아 혁신 실험을 시작했다.
5 년간의 이 혁신 실험이 끝날 무렵 버클리에서는 범 대학 차원의 혁명적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 체계가 들어섰다.
데이터 사이언스 파운데이션 과목은 필수가 아니지만 2,800 명의 대학 신입생이 수강한다.
이 과목 때문에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 모든 분야의 과목들이 따라 변하게 됐다.
버클리의 이 변화에 감동한 익명의 독지가가 2 억 5,000 만 달러를 기부했다.
NYU 는 서울대처럼 허브 성격의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을 만들고 학부 과정으로 확장했다.
2018 년 8 월 버클리의 혁명적 변화를 이끈 데이비드 컬러 초대 데이터 사이언스 학장을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다른 환경에 있었지만 데이터 사이언스를 통해 대학의 사일로를 허무는 공통의 가치를 추구해온 우리는 금방 동지가 됐다.
1 년 뒤 2019 년 8 월 실리콘 밸리를 방문한 오 세정 총장에게 컬러 학장을 소개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선도 대학의 존재 이유는 과감한 교육 실험을 통해 다른 대학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대와 버클리는 선도 대학이 아닌가 ?”
2000 년부터 16 년간 스탠퍼드를 이끈 존 헤네시 총장은 재임 중 스 탠퍼드의 획기적 도약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다.
퇴임 후 구글 이사회 의장을 맡은 그는 스탠퍼드의 성공적 도약 요인으로 학문간 경계는 물론 대학과 실리콘 밸리 간 경계를 자유롭게 넘는 학풍을 꼽았다.
스탠퍼드는 이 유연성 때문에 버클리와 같이 사일로를 깨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다.
기계 학습 분야의 대부인 마이클 조던 버클리 교수는 작년 11 월 한국을 방문해 데이터 사이언스는 이제 누구나 알아야 하는 교양이라고 선언했다.
변혁의 시기에는 과거의 관성에서 먼저 벗어나는 자가 리더가 된다.
정부는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 설립을 통해 서울대가 선도할 수 있도록 28 명의 신규 교수 정원을 지원했다.
이 숫자는 MIT 나 스탠퍼드가 새로운 기금을 조성해 추가로 확보하려는 교수 숫자와 같다.
2020 년 3 월 서울대 내부의 석사 40 명, 박사 15 명의 정원으로 데이터 사이언스 대학원이 개원했다.
1 년 동안 6 명의 신임 교수가 부임했다.
구글 본사와 겸직하는 교수도 생겼다.
서울대의 변화는 시작됐다.
세 분의 총장과 서울대에 희망을 건 수많은 동문과 학내외 지지자들의 공감과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축적된 변화의 모멘텀을 살려 서울대와 한국의 미래 모습을 만들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