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맥문학 12월호에 게재된 수필 [산 敎訓]을 보내드리오니
一讀하시고 남기실 말씀이 있는 분께서는 메모를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진첩에도 시 낭송회 사진 몇컷을 올렸습니다.
굽은 소나무
수필
산 敎訓
一松 韓 吉 洙
[자기 힘으로 성공한 많은 자산가들이 지키는 자녀 교육의 원칙이 하나 있다. 아이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벌게 하는 것이다.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오늘날 까지 바이블처럼 따르고 있는 미국 록펠러 가문에서는 자녀들에게 집안일을 시키고 그 결과에 따라 수당을 지급한다. 카펫을 손질하면 5센트, 정원의 잡초를 뽑으면 시간당 3센트를 손에 쥐어준다. 록펠러 2세의 아들인 넬슨(41대 미국의 부통령)은 록펠러 가문의 모든 성인 남자들의 구두를 닦으면서 한 컬레 당 5센트, 부츠는 10센트의 요금을 받아 돈을 모았다.
이는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자식들에게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교훈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 문장은 중국인 창랑, 위안샤오메이 공저인 [엄마는 아들을 너무 모른다]에 나오는 글인데 우리말로 번역한 것을 필자의 막네 아들이 잘 다듬어서 예담 출판사에서 펴낸 책에 있는 글 중의 일부이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엄하게 기르고 아이의 장래를 그르치려면 아이가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주어 조동으로 길러라 라는 말이 있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느니 아이를 너무 예뻐하여 버릇없이 기르면 할아버지 수염을 끄집어 당긴다는 속담도 있다.
1963년 서울시 산하 직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홍 모라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서울시에 근무하다가 다른 뜻이 있어서 중간에 공직을 떠나더니 상당한 시일이 흐른 뒤에 만나 보니 마석을 지나 경춘가도 변에 있는 공원묘원의 이사장이 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박물관도 있고 사찰도 있어 주말에 서울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유원지가 되어가고 있는 곳이다.
속담에 [비단(명주) 옷을 입으면 사촌까지 따뜻하다]더니 이 친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 나 자신이 성공한 듯 덩달아서 기분이 좋고 우쭐 해 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
물론 이 친구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에는 숱한 어려움과 말 못할 역경이 많이 있었을 것이고 아무도 모르는 고뇌와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친구가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고난과 역경 등 중간과정은 생략한 채 결과만 보고 야! 장하다! 하고 감탄을 하고 찬사를 보내면서도 당사자가 흘린 눈물에 대하여는 알아보지 아니하려고 한다.
이 친구도 산행을 즐겨하여 우리 山水會員들과 천마산, 축령산, 청계산 등 서울근교 등산을 자주 하였다. 그러던 중 하루는 이 친구가 우리 모두를 초청하여 장충동 국립극장내의 식당에서 정갈하고 입맛 당기는 한정식으로 점심을 잘 대접한 일이 있다.
그 뒤에도 명동에 있는 호텔에서 점심식사를 잘 했는데 안식구와 같이 와서 식사하라고 2인분의 식권에 대한극장의 영화 관람권까지 덤으로 받고 보니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염치없는 사람이 되어 너무 민망하고 면구스러웠다.
그러다가 지난해에도 만나자는 전갈이 왔었으나 나는 다른 선약이 있어서 만나지 못했는데 올해(2014년)에는 충무로 극동빌딩 뒤편에 있는 일식집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우선 따끈한 정종 한 컵을 주문하여 마시면서 들으니 내 졸저 [찬란한 새 아침]을 그 바쁜 와중에도 전부 읽고서 우리 선영에 외로이 서 있는 배롱나무가 너무 외로우니 한 구루를 더 사다가 마주 심어서 짝지어 주라는 나무 중매쟁이 노릇을 하였다.
그러더니 안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더니 “사전 의료의향서”라면서 읽기 시작했다. 사전에 자녀들의 동의를 받고 공증까지 마쳤다는 서류였다.
그 내용 중에는 만약에 본인이 병원에 입원 중에 의식이 없는 상태일 때는 어떤 경우에도 연명행위는 하지 말라. 수의는 새로 장만하지 말고 평상시에 입던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서 사용하라는 것 등이었다.
나는 이 의향서를 듣고 보니 지금 이 사회에서 존경받고 누구에게도 아쉬움이 없는 여유를 누릴 CEO인 이 친구의 소박한 생각에 깨닫는 바가 많았다.
그러고 나서 또 다른 봉투를 꺼내더니 나에게 내민다.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 그렇게 고심해서 글을 썼는데 나는 편히 앉아서 읽기만 해서 미안하고 고마웠다. 아주 작은 정성이지만 이다음에 또 책을 출판할 때 보태서 좋은 작품을 내 다오”하면서 금 30만원을 선 듯 내 놓았다. 이 깨끗한 성금을 받고 보니 고맙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웠다. 이런 선행을 하는 분들의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답잖은 내 글을 이렇게 알아주는 시랍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 글을 쓰는 일에 책임감은 물론 긍지와 보람도 있었다.
이 친구는 옛날로 말하면 백만장자인데도 차림새에 꾸밈이 없이 허름하게 차려입고 챙이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주로 걸어 다니기에 누구든지 일용직 노동자로 치부하기 쉽다.
친구 多松에게서 들었는데 하루는 지하철로 퇴근 하다가 지하철 계단에서 너무 피곤하고 땀이 나기에 땀을 씻으려고 모자를 벗어 옆에 놓고 눈을 감고 한참을 쉬었다가 눈을 떠 보니 지나는 행인들이 구걸하는 사람으로 잘못 알고 모자 안에 천 원짜리 지폐와 백 원짜리 동전을 넣었다고 하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인가! 내가 생각해도 실소를 금 할 수가 없다.
이것은 이 친구가 그렇게 소박하게 처신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편 생각하면 이 사회에 인정이 메마르지는 아니했다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하루는 이 친구가 운길산에 오르다가 어느 절에 들려서 잠간 쉬면서 차를 마시는데 이 절에서 금동불상을 봉안코자하나 여의치 못해서 이를 미루고 있다는 스님들의 지나가는 말을 옆에서 듣고 선 듯 단독으로 부처님조성에 소요되는 거금을 헌성하였다고 한다.
그 성금으로 조성한 불상을 모시며 점안식을 하는 날, 이 절에서는 아침부터 시주한 이 친구를 VIP로 모시려고 기다렸으나 이 친구는 본의는 그게 아닌데 괜히 낯내는 것 같기도 하고 또한 그런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쑥스럽다며 아예 그날 그 자리에 가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 뒤에 운길산에 오를 때에는 아예 그 절에는 발걸음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이 친구는 크고 작은 자선사업을 소리 소문없이 많이 하는 데도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숨은 천사로서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살아있는 활불(活佛)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자! 이제는 서두에서 인용한 내용과 같은 이 친구의 자녀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다.
이 친구는 아들 형제를 두었다. 큰 아들은 공군 장교로 전역했고 작은 아들이 사병으로 군에 입대하였다. 작은 아들이 군에 입대하기 전에 사전교육을 시켰다. “지금까지는 부모가 너를 길러주었는데 이제 너는 성인이 되었으니 입대 후에 나오는 급여가 얼마가 되었건 반듯이 받는 돈의 십일조를 부모에게 내놓아야한다. 이것이 반포지효라고 하는 효의 근본으로 자식이 부모에게 행하여야 할 마땅한 도리인 것이다.”
졸병인 아들이 군에서 받는 급여가 3만 원 정도 된다고 하자. 그 10%인 3.000원을 부모에게 보내라는 교육이었다.
이와 같은 철저한 교육을 받은 아들이 처음 몇 달은 제대로 제가 받는 봉급의 십일조를 꼬박꼬박 부모에게 보내더니 어느 달에는 펑크를 냈다. 이러한 아들의 하는 짓을 그냥 눈감고 넘어가거나 기다릴 친구가 아니었다.
친구는 마침내 승용차에 내외분이 타고서 그 먼 강원도 화천 두메산골로 십일조를 받으려고 떠났다. 오랜만에 아들을 찾아 가는 길인데 빈손으로 갈 수가 없어 무언가 준비를 하고 내외분이 찾아가는 중간에 드실 점심값과 차량 유지비 등 아들의 십일조 3,000원을 챙기려다가 100배가 더 되는 비용이 들었을 터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라고 하겠다,
그러나 여기에는 제대로 아들을 가르쳐서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부모의 깊은 뜻이 담겨 있었으니 우리도 이 깊은 마음을 헤아려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숨어서 남모르게 주변을 돕고 부처님께도 억만금의 시주를 했던 친구가 3.000원을 챙기려고 멀리까지 찾아가서 십일조를 받아왔다는 것, 이건 우리 모두에게 시사 하는바가 너무나 크고도 높은 교훈이다. 우리 모두는 이를 본받고 배우고 간직하여야할 아름다운 산 교훈이라고 하지 안을 수 없다.
첫댓글 그 선생님께서 남다르게 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성공하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모든 것은 말은 할 수 있으나
실행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이지요.
복 있는 자문위원님께서
복 있는 사람 만나게 되는가 봅니다.
주위에 좋은 사람 많은데 어찌 그리 박복하여서 인지
나같이 부덕한 사람은 정말 부럽습니다.
좋은 삶의 지침서로 알고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