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김광명
오늘의 날씨는 다 맞는 게 아니었어 외
일기예보를 몸에 심고 싶은 밤이다
나는 한때 대기가 불안정한 사람처럼 흘러 다녔지만 자리에 누우면 대문 앞을 서성이는 발자국 같다
그늘이 좋지만 추운 건 싫다 시력은 좋은 데 시점은 틀렸고 당신과 또 새로운 당신은 번개처럼 싱싱하다 물어뜯긴 표정이 다각 거울 속에 있고 만지려고 다가가면 누군지 모를 것 같은
내가 당신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무심한 척 송곳니를 갈고 다듬고
통계적 데이터는, 낮 동안 90% 맑음
이후론 가끔 미소 때때로 덤덤하고 첫날밤 소식은 없겠습니다
고장 나지 않은 곳은 여행지가 아니다
샤워기가 고장 난 욕조에서 눈 감으면 이틀 후의 날씨처럼 느껴진다 더는 빗속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
꿈에선 왜 면사포가 없고 수의만 있을까 꽃 무더기, 부의금 무더기, 신발 무더기, 죽고 싶어 매일 죽는 사람들의 해피 엔딩
주식이나 살 걸 그랬어, 혼잣말이 잡음처럼 끼어드는
일기예보가 그치자 죽은 날씨들의 뼈대만 남았다
뼈에는 상처가 남지 않는다
----------------------------------------------------------
회전목마
이번 생은 둥둥 떠다니는 것 같습니다
휘파람을 불면 물결 모양 초대장이 펼쳐지지요
우린 얼마나 매끄럽게 중독된 걸까요
나는 왕자와 공주 이야기의 결말만 좋아합니다
레드 카펫이 깔리면 목마가 달리기 시작하고
우리는 경쾌한 댄스곡으로 갈아입습니다
3번 조랑말에 앉아 생각합니다 이번 리뷰는 협찬을 받았다고 써야겠습니다
2번 얼룩말은 마감이 임박했습니다 우리는 한정 판매일수록 신나는 모험을 합니다
초초하게,
반복적으로,
나는,
처음 보는 목마에게 빠짐없이 인사를 합니다 사은품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하면 아이처럼 잘 놀았다고 후기를 쓰겠습니다
타임세일하는 갈기는 주문 폭주로 휘날립니다 품절된 유니콘은 언제 재입고 될까요
신상품은 항상 잔액이 부족합니다
지금 타고 있는 목마는 꼬리가 몽땅합니다 엉덩이가 탄탄한 1번 얼룩말로 갈아탈 수 있을까요 내 발은 구매 충동으로 동동 구르고 두 손은 앞으로 뻗습니다
건너편 백마에 앉은 당신에게 묻습니다
어디로 달리고 있나요 보석 박힌 경주마를 타봤나요
나는 네 번만 더 목마를 갈아타면 여왕 등급이 됩니다
환상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놀이 궁전 휴무일을 없애주세요
정신줄을 놓은 나는 3번 조랑말의 쇠기둥을 놓고 5번 쌍둥이 목마의 귀를 쓰다듬습니다 근육질의 허벅지로 유혹하는 말들이 쇼핑몰을 달립니다
전화벨이 끝없이 울리고 있습니다
-----------------------------------------
김광명|2022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