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6월 29일 남성, 여성, 아동을 포함한 약 260명의 로힝야 주민들을 태우고 말레이시아로 향하던 선박이 벵골만에서 전복됐다는 보고를 알게됐습니다. 현재까지 생존자는 보고되지 않았으며, 해당 선박에 탑승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로힝야 사람 10여 명의 시신이 라카인(Rakhine) 북부 해안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난 수백 명의 로힝야 사람들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 관련 정보가 뒤늦게 또는 제한적으로만 전달되는 것은 안타깝게도 이례적인 일이 아닙니다. 이는 이동 제한이 극심한 라카인주에서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충분히 예견되는 비극입니다.
이번 참사는 이전 사고와 같은 참혹한 양상을 보입니다. 지난 4월 9일 로힝야 난민과 방글라데시 국적자를 포함한 약 250~280명을 태우고 말레이시아로 향하던 어선이 악천후와 과승 상태로 인해 안다만해에서 침몰했습니다. 생존자는 드럼통과 나무 조각을 붙잡고 버티던 9명뿐이었습니다. 같은 달 말, 말레이시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또 다른 선박 사고의 생존자들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여정에서 살아남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말레이시아에서 치료한 일부 생존자들은 선박이 악천후를 견딜 수 없는 상태로 정원을 초과한 채 운항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한 밀입국업자와 인신매매범으로부터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폭력을 겪었다고 전했습니다.
라카인에서 자행되는 폭력적인 박해, 산사태와 홍수 피해까지 덮친 콕스바자르 난민캠프의 열악한 생활환경,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위험한 여정 등 로힝야 사람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정신건강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페낭(Penang)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는 정신건강 지원을 받기 위해 찾아온 환자가 20% 증가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25년은 안다만해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가장 치명적이었던 해로, 약 900명이 바다에서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말레이시아 반도 북서부 연안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페낭 진료소 신규 유입 환자가 크게 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이처럼 위험한 여정을 거쳐 온 사람들입니다. 신규 환자 수는 2023년 212명에서 2025년 620명으로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제한된 환자 수용 역량과 난민들의 진료소 접근성 제약이 반영된 결과로, 치료가 필요한 신규 로힝야 난민의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사고에서는 현재까지 생존자가 보고되지 않아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할 수는 없지만, 국경없는의사회 페낭 진료소에서 정신건강 치료를 받고 있는 로힝야인 아이샤(Aisya, 가명)가 3년 전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여정에서 겪은 경험을 다시 공유합니다. 이 증언은 오늘날 계속해서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듣고 있는 다른 생존자들 이야기와 놀라울 만큼 비슷합니다. 로힝야 사람들이 매년 얼마나 극심한 위험을 감수하며 안전을 찾아 떠나는지를 보여줍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다속으로 던져졌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승객들은 배 갑판 아래에 숨어 지냈어요. 며칠이 지나자 사람들은 극도로 쇠약해졌고, 병에 걸리기도 했어요. 개에게 물린 뒤 이상 증상을 보이던 한 여성은 밀입국업자들이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바다로 던져졌습니다. 말다툼을 벌였다는 이유로 배에서 내던져진 청년들도 많았어요.” _아이샤
해상 횡단은 이러한 인도적 보호 위기의 한 단면에 불과합니다. 많은 로힝야 사람들이 밀입국업자와 인신매매범들이 활동하는 위험하고 착취가 만연한 육로를 통해서도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신체적 폭력과 성적 학대, 착취를 비롯한 다양한 위험에 노출됩니다.
한편,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24년 12월부터 2026년 3월 31일까지 방글라데시에 새로 등록된 로힝야 난민은 약 15만 명에 달했습니다. 라카인에서 계속되는 분쟁과 치안 불안으로 많은 로힝야인들이 여전히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안전과 보호를 찾아 나섰다가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가족과 친구분들께 깊은 애도를 전합니다.
이번 비극은 로힝야 주민들이 계속해서 직면한 박해와 폭력, 그리고 기본권 박탈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폭력과 박해를 피해 탈출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과 존엄성이 보장되는 이동 경로가 마련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또한 로힝야 사람들이 바다에서 목숨을 거는 위험한 여정으로 계속해서 내몰리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긴급 조치를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