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축구는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것을 우선시 한다.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에서 활약하는 이영표 선수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축구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목표라고... 어느 덧 선진화되는 우리 축구팬들의 문화 속에서 '즐길 줄 아는' 마음은 계속 남아있었으면 한다.
"물론이죠. 즐거움이 99라면 어려움은 1이라고 봐야죠. 개인적으로 축구장을 많이 가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지만 TV보다는 직접 경기장을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흔히 광양 축구전용구장이 작다고 하지만 카메라 앵글에 모두 잡히지 않는 것처럼 직접 가서 보는 것이 정확하고 선수들과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 로마시대에 콜로세움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마치 그런곳에 앉아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구요. 축구장에 가면 내려다 볼 수 있잖아요. 우리 인생에서 내려다 본다는 것은 드물기도 하고, 현장에서 보는 재미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이 있죠"
"아침에 방송국에 출근을 할때 새벽부터 줄을 서서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들을 보기위해서 한 겨울에 떨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 친구들을 볼 때 도대체 사람의 열정이라는 것이 어떤것인데, 이렇게 추운 날 새벽 4,5시에 나와서 밥도 못 먹고 그 한순간을 위해 버티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요. 그와 마찬가지로 축구장의 서포터즈를 보게 되면 열정의 결정판이라는 생각을 하죠. 정말 멋지고 대단하다. 우리 나라의 프로 관중들이 유럽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그 분들이 있기에 경기장의 분위기가 흥이 나고, 때로는 감동이 흘러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와는 별개로 서포터즈와 관련한 사고가 간혹 발생을 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말씀드리면 한 연예인을 기다리는 팬들이 있는데, 그 연예인의 라이벌이 존재하겠죠. 그런데 그 라이벌한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경쟁자라는 이유만으로 안티가 된다면 비 이성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심리적 왜곡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 차원의 문제로 서포터즈들의 행동이 만약에 한계를 넘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경기장을 들어가서 발생하는 일이 있는데, 경기장은 선수들과 심판만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예요. 감독도 경기중에 못들어갑니다. 그런 규정은 없지만 축구의 전통적인 하나의 법이죠. 그래서 성공을 한 스포츠 종목이기도 하구요. 우리가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데 그곳을 들락날락 거릴 수 있는 사람은 교사와 학생입니다. 수업 도중에 간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교장, 교감,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안 된다고 봅니다. 물론 수업이 끝이나면 간여를 할 수가 있습니다. 축구도 마찬가지로 경기가 진행중인데 난데없이 경기장에 들어가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옳지가 않다고 봅니다. 그런것은 열정의 과도로 말할 수 있고, 열정이 과도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피해가 되는 것입니다. 혹시나 그런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게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 K리그와 K2리그간의 승강제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다면요?
"예민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K리그 구단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본인들은 어려운 상황을 겪어왔고, 1년 예산을 200억, 적은 곳은 80억 가까이 사용하는데, 우선 적은 돈이 아니잖아요? 그런 면에 있어서는 K2리그를 하고 있는 분들이 승강제를 원했을 때 K리그 측에서는 일종의 무임승차라고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K2리그에 있는 분들도 척박한 환경에서 더이상 한계가 있기에 K리그와 함께 해야 하는 부분도 있구요. 전체적인 프로축구의 규모와 수준의 향상을 위해서는 필요한거죠. 사실 어떤 K리그 팀이 K2로 가고 싶겠어요. 유럽은 워낙 역사가 오래되어서 하나하나 과정을 통해 만들어져서 3부, 4부, 5부까지 있지만 우리나라는 2부리그도 정착이 안 된 곳이니까 같은 방식으로 운영할 시기는 아니죠. 점진적으로 발전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일단 업제만 시행이 되니까 이것이 활성화가 되야합니다. 무조건 K리그 구단만 양보하라고 할 수는 없거든요. 이해관계가 워낙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단 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해요"
- K리그를 사랑하시는 분으로써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참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하는지 감 잡지 못할 부분도 많구요. 흔히 우리 일반 아마추어에서 스트라이커들이 아무리 잘해도 프로로 가기 어려운 실정이잖아요? 국내 프로구단들은 스트라이커는 대부분 용병을 씁니다. 즉 다른 쪽에서 이미 검증된 스트라이커들이 국내 무대에서 많이 활약하는거죠. 이것도 딱 끊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예요. 그래서 대학 축구에서 스트라이커는 K리그에 진출 못하고 실업자가 되거나 실업축구팀에 간신히 들어가곤 해요. 대신에 수비수나 미드필더 선수들은 국내파 선수들로 채워져요. 이런것이 문제죠. 시급하게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장기적인 문제를 접어두자는 것이 아니예요. 원칙은 이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면 달성하기 위해 그 과정을 만들자는 거죠. 드래프트제도가 자본주의 시장에 반하고 헌법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반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구단의 운영과 연맹에서 일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겠죠. 그런점에서 과정을 만들어보자는 거예요. 이런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승강제같은 경우에도 1부리그에 18개 이상의 팀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럼 지금처럼 돈 많이 드는 구조로 가지 않거나 돈을 충당할 수 있는 구조. 스폰서나 관중을 통해서나 아니면 레플리카 판매를 통한 수입과 같이 수입 경로를 찾아야 되는 것이죠. 즉 돈을 많이 쓰면 그 만큼 벌게 되고 적게 쓰더라도 최소한 쓴 효과는 나오게 되지 않으면 18개는 어려워요. 기업이 오너가 되지 않는 이상말이죠. 일반 시민들이 낼 수도 있지만 당장 모을 수는 없잖아요? 대전시티즌 같은 경우에는 관중들을 위한 축구도 하고 마케팅을 시행하고 참 잘하죠. 그런데 후기리그. 즉 9월 막바지에 와서 선수층이 얇으니까 체력적으로 약해져서 순위기 떨어지거든요? K2리그 팀이 들어오면 그런 과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것이 반복되면 결과적으로 팬들에게는 '재미없네?' 하는 생각을 갖게 되거든요"
지금 당장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원칙을 적용하는 것.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원칙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자는 것. 현재 우리 축구판을 돌아보며 갖는 이재후 아나운서의 생각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민을 하고 일을 하는 것이니 그렇게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그의 생각속에서 필자 또한 오랜 생각을 갖게 된다.
빠르게 흘러간 두 시간. 어느 덧 오후 스케쥴이 즐비한 이재후 아나운서의 바쁜 일정에도 필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공식적인 인터뷰를 마치기 전에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우선 축구팬을 위해서 중계를 정말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시청자들이 '저 사람이 하는 것보다는 내가 하는것이 낫겠다' 라는 말을 안들어야 되겠고, 이재후라는 캐스터가 저것까지 어떻게 알았나?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노력해야겠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K-리그는 물론이거니와 많은 축구 사랑 부탁 드립니다"
훌륭한 인터뷰를 해준 이재후 아나운서의 축구의 내공을 칭찬하자 이재후 아나운서는 "진정한 내공은 처음에 말씀드렸던 이기형의 슈팅을 말씀하신 분입니다"라며 재치있게 답한다.
현대 축구는 ‘소리없는 총성’. 즉 전쟁에 비유를 한다. 하지만 이재후 아나운서는 모든 스포츠의 본래의 의미. '즐길 줄 아는 문화'를 계속 유지하기를 바란다.
어느 덧 2002년 한일 월드컵의 4강의 영광 뒤에는 수준 높은 축구팬의 성원을 업고 축구 중계 또한 선진화 되어가고 있다.
이재후 아나운서. 그의 진정한 축구 사랑에는 많은 축구 매니아들의 찬사와 더불어 그가 앞으로 나아갈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소리없는 총성’ 속에서 그의 가치관과 걸맞는 축구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K-리그 명예기자 김용일
첫댓글 이분 목소리 탁 트여서 듣기 좋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