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묵상으로의 초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이라는 철학자는 무신론자이지만 기독교를 높이 평가합니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청미래)라는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 알랭은 기독교의 탁월성을 설명하며 그 예로 '반복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기독교는 해마다 사순절과 대강절 등 절기를 지킵니다. 매년 성금요일마다 슬퍼하고, 부활절이 되면 기뻐하는 일을 반복합니다. 지겹지 않을까요?
철학자들은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새로운 말을 내놓기 위해 사력을 다합니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담론은 금방 잊히고, 다음 세대 철학자들은 이전과 다른 집을 짓기 위해 다른 기초를 닦습니다. 건물을 높이 올릴 겨를이 없습니다. 그러나 알랭은 기독교가 지난 2,000년 동안 똑같은 일을 반복해 오면서 나름의 성취를 쌓아왔다고 말합니다. 무신론 철학자가 관찰한 기독교의 독특한 강점이 ‘반복’이라는 사실에서 우리는 새삼 용기를 얻습니다.
다시 사순절입니다.
우리는 다시 십자가를 이야기하고 예수님의 사랑을 말할 것입니다. 말씀에 귀 기울이고, 마음에 새길 것입니다. 실천할 일이 있으면 반복함으로 몸에도 새길 것입니다. 개인이 특정행위를 반복하면 습관이 되고, 많은 사람이 함께 반복하면 문화가 됩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익힙니다.
대한기독교서회가 사순절과 대강절 묵상집을 반복적으로 내는 것은 소중한 기여입니다. 영성 깊은 필진들이 깊은 통찰을 전해왔습니다. 기독교방송(CBS), 한국YWCA연합회, 한국YMCA전국연맹과 함께 하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묵상집이기도 합니다.
올해 사순절 묵상집의 주제는 “돌봄의 여정”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은 세상을 찾아오고 돌보는 사랑이었습니다. 태초부터 시작된 긴 여정의 정점이 십자가입니다. ‘구원’이란 하나님의 사랑과 돌봄을 받는 것이며, ‘선교’란 이웃과 창조세계를 돌보는 이로서 세상에 보냄 받는 것입니다.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지혜 또한 필요합니다. 말씀 가운데 돌봄의 사람으로 빚어지는 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
박영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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