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일정이 있어 나갔다가
늘 흔들리며 거슬리던 어금니가 있었는데
혀를 대고 쓰윽 밀자
힘없이 툭 하고 빠졌습니다.
지난번에 왼쪽 아래 어금니가 하나 그렇게 빠져나갔는데
그 사이 흔들리고 힘을 잃은 여러 이들이 아우성을 쳤고
음식을 먹을 때마다 그것이 조금씩 힘겹기도 했습니다만
예전 어른들이 다들 이렇게 이앓이를 했겠구나 하면서
그렇게 옛 어른들이 겪었을 불편을 어루만지는 것으로
또 하나의 세월을 안에 우겨 담으며 살고 있던 참입니다.
어렸을 때는 이가 아주 촘촘해서
밥 먹고 나서 이를 쑤시는 이들을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고
어느 철없는 한 때에는
그렇게 이를 쑤시는 짓이 멋스럽게 보인 적도 없지 않았는데
살면서 함부로 다룬 몸이
이에서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언젠가는 치과에 갔다가
이미 막장에 이르렀으니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치과의사의 말을 듣고는
갑자기 속이 뒤집혀
나는 이가 막장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런 말을 그리 쉽게 하는 당신은
인생이 막장인 것 같다고 하고는
치료를 거부하고 나왔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어쨌든 아껴 쓰자며
그 치과의사가 말했던 시한을 여남은 해 넘기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저번에 왼쪽 어금니 하나가 빠져나갔고
이번에 오른쪽 어금니가 또 하나 빠져나갔는데
비로소 알아들은 한 마디 말
‘앓던 이 빠진 것 같다’는 뜻이 무엇인지도 헤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빠져나온 이를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충치로 한 쪽이 푹 패어나간 내 어금니
그동안 예순이 가깝도록 나와 함께 하면서
내 소화의 한 역할을 충실하게 했던 이것의 모습은
어찌 보면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달리 보면 지저분해 보이기도 했지만
버릴 수 없어
싹싹 닦아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틈나는 대로 꺼내 만져보는데
그것이 주는 소중한 즐거움이 없지 않았고
이제 하루를 다 보내고
술 몇 잔에 얼근히 취한 채 돌아보는 내 하루에
빠져나간 어금니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가만히 살펴보는데
그렇게 그렇게 내 삶이 조금씩 마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움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이가 빠져나간 자리를 가만히 혀로 만져보면서
‘그 동안 참 애 썼구나’ 하는 한 마디
사랑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