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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무리한 수사로 매출 큰 타격"...검찰은 항소
도화엔지니어링의 4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에 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림에 따라 도화와 계열사 관계자들은 한시름 덜었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검찰 항소로 사건이 고등법원에 넘겨져 아직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27일 도화엔지니어링에 따르면 김영윤 전 대표이사의 업무상 횡령혐의와 관련해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회사 횡령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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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사 받을 당시 김영윤 전 도화엔지니어링 대표의 모습 | 검찰의 기소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이다. 문제가 됐던 부분은 후자의 횡령 혐의다. 검찰은 김영윤 전 대표가 회계·경리 부서장을 통해 직원들에게 지급한 급여액수를 부풀리고 허위로 출장비를 계산하는 수법으로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463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공소장 변경을 통해 횡령금액은 463억여원에서 418억9200만원으로 낮췄는데 이 가운데 28억5000만원은 김 회장이 생활비 등 개인용도로 사용한 금액으로 파악했다. 아울러 검찰은 김 전 대표가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도 이를 은폐하고자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뒤 공시한 혐의를 들어 회계처리기준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횡령 부분에서 회사의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을 받은 390억원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결했고, 김영윤 전 대표가 개인 횡령한 부분은 11억6100만원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 외 외부 감사법 위반 혐의는 김영윤 전 대표의 범죄성립을 전제로 한 양벌규정에 의한 것이었는데 김 전 대표의 재무제표 조작 혐의가 인정되지 않음에 따라 무죄가 선고됐다. 하지만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편 도화엔지니어링과 관계 계열사들은 1심 판결에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도화 관계자는 “처음 시작할 때는 460억원으로 시작했던 기소 금액이 결국 11억원만 유죄로 인정된 것만 봐도 검찰의 무리한 수사였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정치적인 사안으로 시작된 조사로 회사는 매출액에 큰 타격을 받았고, 김 전 대표는 141일이나 구류되는 등 심적 고생을 많이 했다. 누가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고 정말 억울하지만 일단은 차분히 2심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 법정 공방은?
검찰 "비자금 명목으로 영업비용 부풀려" 공격
도화 "비공식적으로 인센티브 지급한 것" 응수
검찰은 도화가 총 418억92000만원을 횡령했다고 봤다. 비자금 명목으로 영업비용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도화는 2010년 171억9700만원, 2011년 154억3100만원, 2012년 64억5800만원, 2013년 28억600만원 상당의 금액을 과다계상함으로써 당기순이익을 축소했다. 검찰은 도화엔지니어링이 총 4가지 방식에 따라 영업비용을 부풀렸을 것으로 추측했다. 민원 해결 명목으로 현장지급비용 계상, 허위 출장비로 현금 조성, 외주비 과다지급 후 돌려받기, 임원 임금을 과다지급한 후 다시 돌려받거나 임원 명의 통장을 만들어 임금지급 명목으로 현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도화엔지니어링의 재판에는 약 9명의 부서장이 증인으로 참석해 검찰 의혹을 반박했다. 부서장들은 본인들이 회사의 유능한 인재여서 회사 차원에서 자신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인센티브를 자주 지급했다고 밝혔다. 보통 현금으로 지급돼 소득세는 안 냈으며, 소득세 누적분은 감수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장으로 지급된 돈에 대해서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민원을 처리하고자 현지 주민들에게 개인당 50만~10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자칫 1997년 엔지니어링업계가 비자금 조성 명목으로 재판을 받은 후 무더기 구속됐던 역사가 재현될 뻔했다”며 “만약 재판 과정에서 400억원 상당의 회사 횡령 금액이 유죄판결을 받았다면 업계뿐 아니라, 국토부 산하 기관과 지자체들이 발칵 뒤집혔을 것”이라고 넌지시 밝혔다. ◆ 1997년 설계사 무더기 징계사건이란?
이번 도화엔지니어링 사태를 지켜보며 업계는 1997년 관급공사에 참여한 설계감리 업체들의 무더기 징계 사건을 떠올리는 분위기다. 1997년 조사 역시 이번 도화 사태와 마찬가지로 담합 의혹으로 시작해 조사의 마지막에는 공무원들에게 넘어간 ‘떡값’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1997년 조사는 서울지검 특수1부가 맡았는데 당시 부장검사가 안대희 전 대법관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특수통의 ‘칼잡이’로 불린 인물로 후에 노무현 정부에서 황금기의 대검 중수부를 이끌었다. 검찰 특수부 수사 결과 국내 주요 대형 엔지니어링업체 24개사가 가담해 1995년 이후 모두 770여건의 담합을 저질렀고, 이 과정에서 700억원 이상의 담합 사례비를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압수수색 과정에서 도화종합기술공사(현 도화엔지니어링)의 ‘검은 장부’가 발견된 것이 결정타였다. 해당 장부에는 담합 과정에서 공무원에게 넘어간 사례비가 적혀 있었다. 도화 조사를 시작으로 동종 업계의 삼우기술단과 한국종합기술, 유신 등 대형사 20여개사가 압수수색을 당했고 몇 개월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동일기술공사의 철도 쪽 임원이 심적 압박을 받으며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검찰의 무리한 강압 수사 논란이 도마에 올랐고 검찰은 조사를 급히 마무리지었다. 이미 조사한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기소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장부를 작성한 도화종합기술공사가 타깃이 돼 도화와 계열사 대표들이 무더기 구속됐다. 당시 조사를 받은 업계 관계자는 “검찰에 들어가면 이틀 정도는 기본으로 밤샘 수사를 받는데 가끔 구타도 있어서 결국 업계 관계자들이 이실직고했다”며 “각 회사별로 공무원 4~5명 정도의 이름을 댔고 이는 전국 지자체 공무원 조사로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결국 업체로부터 800만~4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전남 나주시 건설국장을 비롯한 2~8급 공무원 11명 외 충북지사와 제주시장, 순천시장 등 고위공직자 3명과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처벌을 받았다. 업계는 1997년 사건 이후 담합 비리는 거의 사라졌다고 말한다. 다만 ‘인사성 비용’ 조성은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조리로 지적했다. 이번 도화엔지니어링의 1심에서는 무혐의 처리됐지만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요즘 같은 건설 불황기에는 인사성 비용 같은 것들이 매우 부담스럽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업계에 ‘인사성 비용’ 조성 관행이 사라지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최지희기자 jh606@〈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