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밥 먹고나면 나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태균이와 완이의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랑쉬둘레길을 돌아볼까 생각했지만 둘레나 올레길은 이 뜨거운 여름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하기에 기회가 될 때 여름에 싫컷 할 수 있는 바닷물놀이가 둘다에게 좋겠다싶어 나선 길.
어제의 민망한 사건이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완이를 데리고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바뀝니다. 어디를 갈까하다 김녕해수욕장 근방까지 오게 되었는데 해안가마다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해수욕장 근방은 이미 주차된 차들로 가득하고.
마침 두 녀석이 놀기 딱 좋은 해안가를 발견, 자리잡고 놀게 했더니 물이 제법 깊이가 있어 태균이가 마음껏 수영해보기 좋은 곳입니다.
위험하지 않은 수준에 완이도 스스로 수영연습해보기에 적합해 만족스런 물놀이 시간이 됩니다. 준이녀석은 연이틀 야외활동을 거부하니 우리가 바다를 갈꺼라고 생각해서인듯 합니다.
완이에게 보여주듯이 태균이 배영에 자유형에 평형까지 섞어서 시범을 보여주고 신났습니다. 늘 다른 아이들 생각하다 정작 태균이는 뒷전이곤 했는데 어디든 빠지지 않고 따라다니니 결국 대부분의 활동 수혜자는 태균이가 됩니다. 뭐든 배우고 즐길 준비단계까지 만들어놓는 것 그래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완이녀석 혼자 수영해보려 애쓰곤해서 직접 몸잡아 물에 안정적으로 띄워주고 발차기라도 시켜주려고 하면 방어가 어찌나 심한지 접근불가입니다. 완이를 보면 그래서 참 안된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정작 필요한 도움은 모두 거부... 제멋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은 촉각방어와 제대로 소거되지 못한 원시반사 등에서 출발했지만 너무 오래 묵히다보니 뭐든 거부하는 단계가 되어버렸습니다.
혼자 판단하고 해결할 기능은 전혀 없는데 뭐든 주변의 도움은 거부하는 행태가 나날이 강해지니 하는 짓마다 사건사고인지라 당연히 받게되는 부정적 피드백들로 인해 더욱 사람과의 접촉을 거부하곤 합니다. 오로지 내가 당장 필요한 게 있느냐만 보고 그것만 요청하면 끝, 자신이 저질러놓은 것들에 아무런 느낌도 없이 오로지 현실만 있는 이 어려움...
우리 아이들이 거의 그런 면이 많지만 완이가 유독 심하긴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라고 기질이 발휘되지 않는 것은 아니니 내 자식이라면 그 기질을 잡기위해서라도 정도 이상의 조치를 하련만 내 자식이 아니니 한계가 많습니다.
그렇게 물놀이를 하고 돌아오는 길, 해안도로를 타고 오는 길에 두 녀석 너무 잘 놀았기에 흐뭇한 마음도 잠시... 또다시 벌어진 엄청난 사건... 잠시 차를 세우고 5분 남짓 밖에 다녀온 사이 벌어진 사건... 차 안에다 그대로 변을 싸놓은 기막힌 일...
예전 몇 개월 봐주었던 리틀준이란 아이를 위해 열심히 풀빌라 찾아다닐 때 실내풀에다 꼭 똥을 싸는 바람에 펜션주인들에게 싫은 소리와 항의도 꽤 듣곤 했는데... 특정장소에서 특정 감각해소를 하곤 반복적으로 하게되는 동물적 행태의 전형... 특수교육이고 뭐고 이 상황이 너무 싫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동물수준의 행태를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지...
완이부모에게 더이상 봐주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통보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치매노인도 대변가리기가 어려워지고 대변으로 견디기어려운 행동을 하게 되면 아무리 효자효녀라도 한계가 오게 되죠. 사회복지사협회에서 주관하는 정규보수교육에서 강의를 할 때 특수기관에서 근무하는 복지사들에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운지 질문을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이 바로 변문제 였습니다. 변을 가지고 장난치는 경우도 많았죠...
조용히 카톡으로 통보하려 했는데 안되겠는지 마침 걸려온 완이맘에게 쓴소리를 내질렀습니다. 도저히 완이를 온전하게 대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내 자식이었으면 이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았다! 도저히 완이를 이뻐할 수가 없으니 이런 마음으로 완이를 볼 수가 없다! 등등. 정말로 무진장 패고싶은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기에 더이상 이런 마음으로는 할 수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차안에다 그렇게 해놓고 그걸 밟고 이리저리 움직였으니 그야말로 차 안은 상상도 하기싫은 악취와 몰골. 그 와중에 과자 봉투 안 뜯어준다고 칭얼대다가 다시 깔깔대고 웃다가 노래하다가... 이러다가 내가 정신이상이 되지않을까 하는 우려... 이 정도했으면 최선을 다했다... 더이상 가면 중요한 부분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지난 주에 제주민속촌의 전 직장선배가 저보고 뭐라고 합니다. 그렇게 일 잘하고 똑똑하던 황순재가 왜 이런 일을 하냐고... 하긴 자기도 최고언론사 기자에다 계열사 사장까지 하고는 지금 분식집하니 피장파장이지... 속으로 웃어넘겼고 제가 하는 일에 어떤 회의도 없었고 오히려 도움을 받는 건 저라고 늘 생각하곤 했는데 그 한계가 이렇게 와버렸습니다.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기가 어려워서 그 동안 전달하지 않았던 것을 털어놓고나니 그것이 또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이 현실에 대해 완이부모는 얼마나 속상하고 막막했을까요? 우리 부모들 마음이 다 그렇듯 내 자식의 기행이나 문제행동을 전달받게 되면 말할 수 없이 속상한 마음 잘 알기에 그것이 또 마음아프게 합니다.
위로가 될 리는 없겠지만 밤늦게, 감정폭발해서 미안하다, 두 분 얼마나 속상했겠는가 하는 내용의 카톡을 보내봅니다. 답변이 없는 것으로 보아 많이 속상한 모양입니다. 완이를 봐주는 동안 제가 이런 태도를 보인 건 처음이니까요.
완이부모에게 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지만 죽을 뻔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2019년인가 완이 며칠 맡아달라고 해서 데리고 놀다 돌아왔는데 그 때는 신봉동 외식타운 산언저리 건물 전체를 학교이자 집으로 쓰고있을 때였습니다. 문제는 건물이 언덕에 있어 주차장에 차를 댈 때 늘 신경써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밑으로 구룰 수도 있는 상황.
그렇게 학교건물로 들어선 찰라 완이가 쉬를 그냥 차 안에다 하려고 해서 (그 때는 낮에도 쉬를 제대로 가리지 못한 때라) 급한 마음에 쉬통부터 찾는데 제가 기어도 바꾸지않고 사이드브레이크도 잠그지 않고 일어서는 바람에 순식간에 차가 뒤로 밀리니 건물 밖을 이탈해서 건물 앞 2차선을 가로질러 가기까지... 다행히 도로에 충돌방지봉이 있었던데다가 마침 어떤 차도 오지않아 큰 사고없이 끝났지만 늘 그 때만 생각하면 오싹한 기분이 듭니다.
완이부모도 부모인지라 제가 완이를 때리고싶다는 심경고백에 더 마음을 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정말 때려서라도 고쳐야된다는 절박함... 그걸 방지하기위해 저는 솔직히 심경고백을 했고 이제 완이부모가 조치를 해야될 때입니다. 이제 저는 깨끗이 정리하는 게 맞을 것이라 스스로 위안을 해봅니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결국 욕실바닥에 또다시 저질러놓은 한무더기의 변! 바닷물놀이에서 혹시 나쁜 것 삼켰을까 집에 오자마자 고용량유산균 먹이고 했건만 결국 이렇게 되돌아오는 것은 저하고 상관없었던 시간동안 오래 무시된 기본부재 때문입니다. 이렇게 부모가 무시한 기본에 대한 책임을 제가 져야할 필요도 없는데 무엇을 위해 이런 극단의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지 많은 것이 흔들리는 이틀입니다.
첫댓글 뭐라 말씀 드려야할지 ...
이쪽저쪽 입장으로 바꿔서 생각해보면, 한가지 궁금한게 있습니다. 완이 오기 전 배변문제가 반드시 거론됐을껀데, 배변 문제가 있는데 타인에게 보내는건 상상이 안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님이 맡겠다고 하셨다면 정말 오판하셨네요. 태균씨의 평화가 깨지는것도 엄청 중요한 거니까요.
앞뒤 상황 모르는 제 3자로서 뭔말을 해도 시끄러운 간섭이지만, 이제라도 합리적으로 생각하시니 다행입니다.
싸는 문제 못지 않게 먹는 문제의 선별도 중요하게 느껴지니 그건 부모만이 감당할 수 있다 여겨집니다. 결국 먹는 일과 배변문제는 부모 밖의 사람이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는게 맞습니다.
에휴 고생하셨습니다.🥀🙏‼️
배변문제에서 자유로운 ASD는 거의 없어요 ㅎㅎ 부모노력 여하에 따라서 차이가 있고 극복이 거의 되는 것 뿐이지요. 그림이는 제가 절대 ASD라고 보지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지요. 그 정도만 되어도 복받은 것입니다.
@황순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