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뜻하는 한자어와 그 유래
나이를 뜻하는 한자어와 그 유래
우리 조상들은 어른의 나이를 말할 때는 몇 살, 몇 살로 부르지 않고 나이 뒤에 세(歲)를 붙여 몇 세, 몇 세라고 불렀는데, 이는 한학(漢學) 중심의 유교적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세(歲)를 붙여 나타내는 말 외에, 고전에 전거한 말이나 글자를 파자(破字)해서 나이를 가리키는 여러 가지 말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럼 여기서 그 대강을 살펴보기로 하자.
1. 2~3세의 어린아이를 해제(孩提) 또는 아제(兒提)라 했고, 손으로 무엇을 끌어잡을 수 있는 어린 아이란 뜻이다.
2. 10세 안팎의 나이를 충년(沖年)이라 안다.
3. 15세는 지학(志學)으로 부르는데, 공자의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의 '지우학(志于學)'에서 유래한 말이 지학(志學)으로 굳어졌다.
4. 16세를 과년(瓜年)이라 하여 혼기에 이른 여자 나이를 이르는 말로, 이는 진(晋)나라 손작(孫綽)의 ‘정인벽옥가(情人碧玉歌)’에 '파과(破瓜)'란 말이 나온다. 이는 ‘오이과(瓜)’ 자를 파자(破字)하면 '八八'이 된다. 이를 더하여(八+八) 여자의 나이 열여섯 살을 가리키게 되고, 이를 곱하여(八×八) 남자의 나이 예순네 살을 가리키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남자의 나이 64세라는 의미는 거의 없어지고, 혼기에 접어든 여자의 나이를 뜻하는 말로 일반화되었다.
5. 20세를 약관(弱冠), 약년(弱年/若年), 약령(弱齡)이라 부르고, 20세 안팎의 여자는 방년(芳年)이라 하는데, 이는 『예기(禮記)』 ‘곡례편(曲禮篇)’에서 공자가 스무 살에 관례를 치른다고 한데서 나온 말이다. 방년은 꽃다운 나이란 뜻이다.‘弱’은 20세를 가리키고 ‘冠’은 갓을 가리킨다.
아래는 곡례편(曲禮篇)의 일부 내용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10년이면 유(幼)라고 하여 이때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20세를 약(弱)이라 하며 비로소 갓을 쓴다. 30세를 장(壯)이라 하고 집(家:妻)을 가진다. 40세를 일컬어 강(强)이라 하며 벼슬을 하는 나이다. 50세를 애(艾)라 하며 관정(官政)을 맡는다. 60세를 기(耆)라 하고 남을 지시하고 부린다. 70세를 노(老)라 하는데 이쯤 되면 자식 또는 후진에게 전한다. 80, 90세를 모(耄)라고 하며, 모는 도(悼:7세를 가리키는 말)와 마찬가지로 죄가 있어도 형벌을 더하지 않는다. 100세가 되면 기(期)라 하고 기린다.”
6. 30세 이립(而立) 역시 공자의 '위정편'에서 유래한 말로 이(而)는 접두사로 의미가 없고 립(立)은 뜻을 세운다 하여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7. 32세 이모(二毛)는 중국 진(晋)나라 때 '반악(潘岳)'이란 시인이 서른두 살 때 머리가 반백(半白)이 된 것을 두고 쓴 글이 있는데, 그때부터 32세를 이모(二毛)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모(二毛)는 말 그대로 머리털의 빛깔이 두 가지 즉, 흰머리와 검은 머리가 반반인 것을 말한다.
8. 40세 불혹(不惑)은 공자의 ‘四十而不惑’에서 온 말로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다는 뜻인데, 예전 공자 시대와는 다르게 요즘의 40대는 흔들리는 중년층이다.
9. 48세는 상년(桑年)이라 부르는데, ‘뽕나무 상(桑)’ 자를 파자(破字)하면 ‘十十十十八’이 되기에 쓰는 말이다.
또 군보(君甫)라는 사람이 우물 속에 뽕나무가 난 꿈을 꾸고 조직(趙直)이라는 자에게 해몽토록 하니, “그대 수(壽)가 48세가 아닐는지...” 했는데 과연 48살에 죽었다고 한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삼국촉지(三國蜀志) 양홍전배송지주(楊洪傳裵松之注)〉
10. 50세 지천명(知天命)은 줄여서 지명(知命)이라고도 한다. 논어 ‘위정편’의 ‘五十而知天命’에서 딴 것으로, 여기서 '천명을 안다'라는 것은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거나,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안다는 뜻이다. 곧 마흔까지는 주관적 세계에 머물렀으나, 50세가 되면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세계인 성인(聖人)의 경지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또한 100세의 반이라 반백(半百)이라고도 하고 머리털이 쑥처럼 하얗게 변한다 해서 애년(艾年)이라고도 부른다.
11. 51세 망륙(望六)은 망칠(望七 61세), 망팔(望八 71세), 망구(望九 81세)와 같은 쓰임으로 60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숫자 앞에 ‘망(望)’을 붙이는 것은 어른의 장수(長壽)를 경축함과 동시에 더욱더 오래 살기를 바란다는 뜻이 들어 있다.
12. 60은 이순(耳順), 육순(六旬)이라 하고, 61세는 60갑자가 지나고 태어난 간지(干支)의 해가 다시 돌아왔음을 뜻하는 환갑(還甲), 회갑(回甲), 화갑(華甲)이라 부른다. 화갑은 화(華) 자를 파자하면 十 자 여섯 번과 一 자가 합해진 데서 유래한다.
62세는 환갑에서 1년을 더 나아간다(進)는 의미로 진갑(進甲)이라 칭하는데, 북한에서는 70세의 생일 때를 진갑이라고 한다.
13. 미수(美壽)는 미(美) 자를 파자하면 六(뒤집어 씀)十六이 되므로 66세를 가리킨다.
14. 61~70세는 칠질(七秩)이라 하는데, 한 질(秩)은 십 년을 이른다.
15. 70세는 고희(古稀), 종심(從心), 희수(稀壽)라 하는데, 77세를 나타내는 희수(喜壽)와는 한자 구별을 요한다. 77세를 희수(喜壽)라고 하는 것은 ‘喜’ 자의 초서체가 七十七을 잇달아 쓴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70세를 고희(古稀)라 부르는 것은 두보(杜甫)가 47세에 당나라 수도 장안에 있던 유명한 연못 '곡강'에서 쓴 곡강시(曲江詩) 제2수에 나오는 구절인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유래한 말로, 인간은 예로부터 인생 70을 사는 게 드물다는 뜻이다. 두보는 그의 시처럼 70세를 채우지 못하고 59세에 죽었다.
朝回日日典春衣 조정에서 돌아와 하루하루 춘의를 저당잡혀
每日江頭盡醉歸 매일 강두에서 취하여 돌아오네
酒債尋常行處有 술빚이야 가는 곳마다 흔히 있지만
人生七十古來稀 인생 칠십은 예부터 드물구나
16. 71세는 망팔(望八)이라 한다.
17. 70~80세는 모질(耄耋)이라 하며, 모(耄)는 70세 노인을, 질(耋)은 80세 노인을 뜻한다.
18. 80을 산수(傘壽), 팔순(八旬), 팔질(八耋) 등으로 부르는데, 예전에는 70을 의미하는 고희(古稀) 이후의 80, 90세를 칭하는 말이 따로 없었다 한다. ‘산(傘) 자의 간체자를 파자(破字)하면 '팔(八)+십(十)'이 되므로 80세가 된다는 뜻으로 쓰였다.
19. 여기서 예기(禮記) 왕제(王制)의 사장지제(四杖之制)의 내용을 소개한다. 사장지제란 지팡이를 짚는 네 가지의 제도란 뜻이다. 즉 지팡이를 짚을 수 있는 나이는 50세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부터 몸이 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50세 때는 집[家]에서만 짚을 수 있다 하여 장가(杖家)라 하였다. 60세는 마을[鄕]에서도 짚을 수 있다 하여 장향(杖鄕)이라 하였고, 70세는 제후의 나라[國]에서 짚을 수 있다 하여 장국(杖國)이라 하였고, 80세는 천자의 나라인 조정[朝]에서도 짚을 수 있다 하여 장조(杖朝)라 하였다.
20. 81세는 90을 바라본다고 해서 망구(望九)라 한다. 지금 나쁜 말로 쓰는 할망구는 망구(妄嫗), 즉 나잇값도 못 하는 망령된 할미라는 뜻인데 이 말과 望九를 연관지우기도 하나, 이는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말이다.
또 81세를 반수(半壽)라고도 하는데, 이는 반(半) 자를 파자하면 ‘八十一’이 되는 되는 데서 왔다.
21. 88세 미수(米壽)는 두산백과에 의하면, 일본식 조어(造語) 가운데 하나로 88세 또는 여든여덟 살과 같은 의미지만 버려야 할 용어로, 이들 모두 초서(草書)와 파자(破字)의 원리를 응용한 것이라 한다.
22. 90세는 졸수(卒壽)라 하고, ‘卒’ 자의 초서가 九 자와 十 자가 합성된 것에서 유래했는데, 나이 90세를 일컫는 우리말은 '구순(九旬)' 또는 '아흔 살'이다. '순(旬)'은 '열[十]'을 뜻하는 한자로, 9×10은 90이 되는 것이다.
23. 91세는 망백(望百)으로, 말 그대로 백세(百歲)를 바라본다는 뜻이다.
24. 99세는 백수(白壽)라 하는데, 숫자 백의 百에서 위의 한 획을 뺀 白을 사용하여 99를 나타냈다.
25. 100세 또는 그 이상은 상수(上壽) 또는 기이지수(期頤之壽)라 한다. 하수(下壽)는 60세, 중수(中壽)는 80세를 말하며, 이 셋을 삼로(三老)라고 한다.
기이지수(期頤之壽)에서 기(期)는 사람 수명은 100을 1주기로 한다고 해서 기(期)라 했고, 이(頤)는 몹시 늙어서 먹고사는 것을 누구에게 의지한다는 뜻으로 100세를 기이지수(期頤之壽)라 한다. 기의(期頤)는 예기에 나오는 말로 이때의 ‘頤’는 ‘봉양하다’의 뜻이다.
이수(頤壽)는 100세가 되면 치아가 다시 난다고 해서 ‘턱 이(頤)’ 자를 써서 100세를 이수(頤壽)라고도 한다는 설이 있으나 이는 믿을 바가 못 된다.
26. 다수(茶壽)는 108세를 가리킨다. ‘茶’ 자를 파자하면 ⺿(20), 八十八(88)이 되어 곧 108이 된다는 뜻이다.
27. 황수(皇壽)는 111세다. ‘皇’ 자를 파자하면 백(百)에 하나를 뺀 ‘白’ 즉 99에 ‘王’ 자의 一, 十, 一을 더하면 111이 된다는 데 기인한다.
첫댓글 나이를 뜻하는 의미 귀한 자료 올려주신 박사님 고맙습니다.
부족한 몇자의 댓글로 송구쓰렵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십시요.
김 선생님, 늘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좋은 자료로 공부가 많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장 진호 선생님!ㅡ저 도 이미 望八은 넘어섰고,70세-80세를 넘나드는 耄<모>.耋<질>.帶입니다. 모는 이미 넘어섰고, 질은 곧 到來할 것입니다. 여기 국어科공부 하기가 이렇게 좋은 독학房이 있었습니다. 자주 들려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