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의 마라의 죽음
장 폴 마라 Jean-Paul Marat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강경파인 산악당 Montagnard의 일원으로 로베스 피에르와 함께 공포정치를 이끌다가, 반대파인 지롱드당에 동조하던 샬롯 코르데 Charlotte Corday라는 여자의 칼에 암살을 당한 사람이다. 마라의 동지로, 혁명정부에 참여하여 프랑스 문화정책을 좌지우지하던 아카데미즘의 거두 자크 루이 다비드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유명한 마라의 죽음이라는 작품을 남겼다. 그리고 나중에 양쪽 정파를 지지하는 화가들이 산악당 편에서, 또는 지롱드당 편에서 마라와 코르데를 주인공으로 많은 그림을 남겼다.
하지만 뭉크의 그림은 실제로는 마라의 죽음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고 한다. 이 그림에서 죽어있는 남자는 뭉크 자신이고, 남자를 죽인 채 벌거벗은 몸으로 서있는 여자는 그가 심각하게 결혼을 생각하던 연인 툴라 라르센 Tulla Larsen이다. 1902년 여름별장에서 심각한 말다툼이 있었고, 언쟁 중에 권총이 오발되어 뭉크는 손가락 두개를 다쳤다고 한다. 그날 많은 피가 흘렀고, 뭉크는 이 일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둘은 결국 헤어졌고, 그녀는 뭉크의 다른 동료와 결혼을 했다 (뭉크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다). 위 그림은 이 사고가 있은지 5년이 지난 1907년에 그려진 것이고, 뭉크는 이와 관련된 그림을 두개나 그렸다. 아래 있는 두번째 그림에는 칼에 찔려 죽은 마라와는 달리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의 손에서 피가 나고 있다. 이 그림을 보면 마치 여자가 남자를 죽였을 것 같지만, 여러 자료에는 뭉크가 총을 쏜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국 마라의 죽음이라는 소재를 가져왔지만, 110년전에 일어난 살인 사건은 이 그림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그림들의 색상이나 붓질, 그리고 여자의 표정 등은 아주 전형적인 뭉크의 것이고, 불안과 트라우마가 그대로 들어나는 것 같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