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꿈 / 정보라 / 새파란상상

[평상심]

죽은 자의 꿈 / 정보라 / 새파란상상 

메모장에 남겨진 글귀가 하나도 없다. 앞에 읽은 작가의 단편과 느낌이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은 길이가 길어져 장편의 틀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야기가 길다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다. [식스 센스]를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다.

살아있는 것과 죽었다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 사람은 살아서 죽음을 행하여 하루하루를 살고, 또 한 사람은 (이상하지만) 죽었던 존재가 살아 있는 것의 온기를 얻어 얼마만큼의 삶을 누린다. 산 사람은 죽은 자를 보고 만날 수 있고, 죽었으나 살고 있는 자는 살아 있는 몸을 죽은 자에게 내어주기도 한다. 죽음과 “살아 있음”이 뒤죽박죽 혼재하는 구도이다.

살해당한 사람과 사람을 죽인 사람, 그리고 사람답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섞여 있다. 그 속에서 바르게 살고자 발버둥 치는 사람을 찾기는 참 어렵다. 이야기가 달갑지 않은 이유이다. 이런 이야기는 한 여름밤에 모기를 쫓으며 한두 시간 때우기 위하여 보는 영화를 통해서만 접했는데, 소설로 끝까지  읽을 수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