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47&8 산행동우회 소식지 (제79호)
2011년 8월 25일 발행
제목 제89차 산행모임—서울대공원 산림욕장
몇 달에 걸쳐 예년에 볼 수 없었던 국지성 호우가 전국 곳곳을 강타하며 귀중한 인명과 국민의 재산을 앗아가는 이상한 여름을 보내는가 했는데 이는 자연만이 휘두르는 이상현상만은 아닌가 봅니다.
소위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대한민국 땅에서 그것도 이 나라의 수도 서울에서 이번 8월에는 참으로 기기괴괴한 선거가 치러지며 블랙 코미디를 연출했습니다.
이번 주민투표를 앞두고 우선 내 개인적 생각을 밝힌다면, 점점 과열되어가는 복지포퓰리즘에 저항하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음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초중고생의 무상급식이라는 매우 원초적 밥그릇싸움을 가지고 주민투표까지 이끌고 가야만 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군요. 무상복지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터져나올 것이고 시장은 이번의 밥그릇싸움만큼은 더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의회와 끝없는 입씨름을 벌이고 여론의 흐름을 보아가며 타협에 타협을 거듭하고 시정의 파탄을 회피할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민주사회의 주권을 행사하는 투표행위를 놓고도 한쪽에서는 ‘나쁜 선거’이니 투표를 거부하자고 불참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미래를 위한 선거’라면서 시정행위의 일부를 묻는 정책투표에 시장직까지 내걸고 투표를 독려했으나 결과는 투표율 25.7%로 개함기준인 33.3%에 미달,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역사 속에 묻히게 되었군요.
나 역시 시민의 주권을 행사코저 투표장에 입장했으나 썰렁한 장내 분위기에 선거참가인단의 무표정한 얼굴, 한 두명 보이는 투표권자, 그런 침묵속에 투표를 하자니 내 정치성향이 그들에게 노출되는 것 같아 영 씁쓸하고 벌레 씹은 것 같았던 그 기분….
180억의 예산을 들여 오세훈시장이 기획한 이번의 대형 쇼프로그램은 청와대와 여당의 후원을 받긴 했으나 자원한 출연진이 216만여명으로 쇼의 성공을 위한 나머지 57만의 유효 출연자가 불참하는 바람에 아까운 예산만 낭비한 채 관객의 환호를 얻지도 못하고 쓸쓸히 퇴장한 셈이지요.
무대 역시 재미있는 현상을 보여주었죠. 우면산 산사태로 민심이 이반되었을 것으로 보여지는 서초구를 비롯 강남 3구에서는 오히려 35% 이상의 적극적 참여율을 보인 반면, 상당수 강북지역은 20% 남짓한 참여로 서울이라는 무대에서도 동네에 따라 편차가 크게 나타났지요.
결과적으로 부자동네에서는 ‘내 돈 내고 아이들 밥먹이겠다’고 투표소에 줄을 서는 겸손을 보인 반면 소득이 다소 뒤처진 동네에서는 부잣집 아이들까지 배려하여 ‘부잣집 아이들도 무료로 밥 먹여야 한다’는 선심을 쓰는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지요. 이번 선거를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웃을 아끼는 서울시민의 위대한 포용정신만은 높이 칭송해줘도 아까울 게 없겠지요.
헌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거겠죠. 그까짓 아이들 밥값이야 다른 예산을 줄여서라도 해결할 수 있겠지만 내년의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나타난 민심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을 터. 여야 가릴 것 없이 복지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겠지요. 선거 이전부터 야당에서는 무상복지--급식, 보육, 의료--서비스에 반값등록금 정책을 들고 나왔고, 여당 역시 반값등록금에 0세부터 무상보육이라는 무상시리즈로 국민을 현혹하며 차기정권잡기에 올인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 아니던가요.
기재부의 예측에 따르면 정치권이 주장하는 무상시리즈의 복지정책에 드는 예산은 50조원으로 금년 예산(약 309조원)의 6분의 1 규모라 하네요. 이는 해마다 증가하여 2014년에는 102조원에 이를 것이라 추정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예산 역시 더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이기는 쉽지 않을 터, 늘어나는 재정적자는 결국 국민 각자의 주머니를 터는 세금폭탄이 되어 되돌아오지 않기만을 기도하는 건 희망사항이 되는 건가요.
권력을 잡기 위해서라면 온갖 기발한 묘안을 짜내는 우리네 정치권이니 아마도 50조 아니라 100조라 해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수익창출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지도 모르고, 아니면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도록 마술을 부리는 법안이라도 가결할지 모르니 국민들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공짜 시리즈를 고맙게 받아먹고 더 이상의 조세부담 걱정일랑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수 있기만을….
지난 8월 초순의 산행은 가까운 북한산을 다녀왔습니다.
한여름의 무더위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차는 날씨였지만 몸이 불편한 몇몇 친구는 중간에 밤골계곡으로 내려가 여름피서를 즐기게 하고 남은 친구들만 능선을 따라 세시간 정도의 산행을 즐겼습니다. 이 날은 특히 초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얼굴을 보는, 실로 오십 몇 년 만에 만나게 된 김중호 목사가 사기막골 입구에서 부인과 함께 우리를 맞아 주었습니다.
함께 산행을 즐기지는 못했으나 입구의 음식점에서 일행을 기다리다가 하산한 친구들과 오랜만에 보양식과 술잔을 앞에 놓고 지나온 이야기를 나누며 옛날을 회상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반가운 고향친구들을 위해 산행 뒤풀이모임을 함께 해주고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준 김중호 목사에게 감사 드립니다.
한편 지난 7월28일 부친상을 당한 한기백 동우는 대사를 치르고 피로가 가시지 않았을 터인데 친구들과의 산행모임에 참석하는 열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뿐인가요. 우리 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찬조금까지 총무에게 건네주었죠.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8월도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조석으로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스쳐 가을이 머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네요.
오는 9월 3일의 첫토요일에는 아주 특별한 코스로 동우 여러분을 초대할 예정입니다. 이곳은 특히 황인환 회장님이 60, 70세대에게 딱 알맞은 코스로 우리도 꼭 한번 가봐야 할 곳이라고 적극 추천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름하여 서울대공원 산림욕장. 이곳은 대공원 외곽을 따라 조성된 산림욕장으로 전체를 일주하려면 약 3시간은 잡아야 하니 짧은 코스는 아니겠죠.
이 산림욕장은 1994년 서울대공원 외곽 청계산 능선에 8km의 길을 정비하여 조성한 숲길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연달아 이어지는 주길 6.9km와 공원으로 다시 돌아오는 샛길 1.08km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네요. 코스 곳곳에는 선녀못이 있는 숲, 원양숲, 밤나무숲, 독서의 숲, 사귐의 숲 등 11개소의 휴식공간과 옹달샘, 맨발로 걷는 길 등 편의 시설이 조성되어 있다니 하루 산행을 즐기며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겠지요.
많은 친구들이 참석하여 초가을의 정취를 즐기시기를.
참석자 : 김중호, 나순연, 이영구, 임형복, 전종옥, 정서현, 최상옥, 한기백, 황교섭, 황순호, 황영숙, 황인환 외 1명
회비 지출 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