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반도정세와 우리의 과제
- 정전 70주년, 자주 평화의 촛불을 높이 들자!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
나라의 평화가 위협받으면 서민의 생계가 더욱 어려워진다. 지금은 민생위기와 평화위기가 겹쳐 있고 검찰공화국의 민주주의 위기까지 결합된 복합위기 상황이다. 2023년 한반도는 한마디로 긴장과 대결의 최고점에서 전쟁이냐 평화냐의 길을 찾는 형국이다. 그 원인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격화, 즉 세계 일극 패권을 고수하려는 미국이 다극화-다자화 질서를 주도하는 중국을 더욱 강력하게 견제하는 세계 권력 교체기에서 친미사대주의자들이 초래하는 악영향, 둘째,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유지 강화, 특히 대북 전쟁시나리오에 입각한 미국 주도의 대규모 한미-한미일 군사연습 강행과 윤석열 정권의 반북대결정책, 셋째, 실제 핵 보유 군사 강국인 북한의 미국과 남한에 대한 수세적 대응에서 공세적 대응으로의 전략 전환 등이다.
미-중 전략대결 격화와 윤석열의 친미사대주의 정책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남중국해 무력시위, 반중 동맹 강화, 무역 제재에 이어 국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기존 한미-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삼각 동맹을 집요하게 추진하는 동시에, 쿼드(Quad,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자 안보 대화), 오커스(AUKUS, 미국 영국 호주 3자 안보 파트너십)을 새롭게 구축했다. 이에 반해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북한, 이란, 파키스탄 등 기존 우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미군 철수 이후의 아프간, 미국과 사이가 나빠진 사우디, 일대일로 구상에 따른 아프리카, 중남미까지 우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11월 두 차례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 견제, 러시아 봉쇄, 북한 압박을 위한 미사일 경보‧방어훈련, 탄도미사일 추적훈련 정례화, 대잠수함 훈련, 북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 등에 합의하고 한미일 해상-공중 연합훈련을 감행했다. 친미친일 성향의 윤석열 정권을 앞세워 그간 한국민의 반일 감정으로 쉽지 않았던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유사시 일본의 한반도 개입을 허용하는 동시에 사과도 배상도 없는 식민지배 전범국과 손잡고 동족을 공격하는 매국 배족 행위다. 윤석열 정권은 일본 극우세력에도 놀아나고 있다. 그들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대만해협 위기, 우크라이나전쟁의 안보 불안 심리를 이용하고 미국의 동맹 강화에 편승하여 군사 대국화, 평화헌법을 개악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1979년 1월 미-중 수교 때부터 인정해왔던 ‘하나의 중국’을 사실상 거부하는 미국의 무력 시위로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이 대만에 향후 5년간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융자하여 미제 무기 구매에 사용하도록 하는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하자 중국은 대만해협 실전훈련으로 반발했다. 중국은 제20차 당 대회에서 대만과의 일국양제 통일 의지를 강력하게 내보였고 분리 독립 기도 시 무력 사용까지 밝혔다. 이런 양안 긴장 고조에 따른 안보와 경제의 불안 심리로 대만의 반중 집권당, 민주진보당이 지난해 11월 26일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대만 분리독립 세력을 앞세운 미국의 대중 견제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반도체 과학법 제정으로 전 세계 반도체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대만, 일본과 기술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반도체 제품 수출의 60%, 반도체 관련 핵심 원료 수입의 6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도 비슷한 처지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권이 완전히 결별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미 미국은 중국 수입품에 부과한 높은 관세를 완화하고 있다. 대신에 첨단 기술과 제품의 중국 유입을 통제하는 방향을 잡았다. 여기에 맞서 중국은 자국의 희토류, 리튬, 코발트 등 반도체, 전략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자원의 수출을 통제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자발적 친미사대주의 정책으로 중국의 보복을 자초할 뿐 아니라 4대 재벌의 막대한 투자를 미국에 약속했는데도 인플레 방지법에 의해 한국 전기차 수출이 막히는 실정을 범했다. 술 받아주고 뺨 맞는 것처럼, 이렇듯 윤석열 정권의 대미 굴종이 민생경제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과 윤석열의 ‘확전 각오’
2023년에도 북·미 대화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은 말로만 조건 없는 대화를 외치는 반면, 북한은 대화 시작의 조건으로 제재 해제 또는 완화,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에 핵보유국 인정까지 추가한 대북 적대 정책의 수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은 대중 견제, 대러 봉쇄에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대북 정책의 진지한 검토를 게을리하고 있다. 미국은 보복능력이 입증된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지도 못하면서 종전-평화협정에 합의할 생각도 아직 없다. 이른바 ‘전략적 인내’의 버전 2를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북은 다양한 핵-미사일을 선보이고 핵 무력의 법제화로 미국의 실질적 대화 준비를 재촉하는 것이다.
북한의 빠른 핵 무력 발전에 공포를 느낀 한국과 일본의 보수층이 미국의 안보 약속에 의구심을 보이면서 독자 핵 개발, 전술핵무기 재배치, 전략자산 상시 전개 등의 논의가 분분하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 핵 패권 질서를 붕괴시키는 독자 핵 개발을 절대 허용할 수 없고 북 핵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전술핵무기 재배치도 명백히 반대하며 돈이 많이 들어가는 전략자산의 상시 전개도 재정적자의 미국으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확장억제’ ‘압도적 대응’이라며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전개와 운용의 지속’에 대해 합의했다.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나 전략자산 배치 빈도 증가, 한미-미일-한미일 군사연습 강화가 그것이다. 전략자산 상시 전개의 효과를 내게 하고 그 비용 부담은 동맹국에 더 많이 전가하는 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2023년 3월과 8월의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북의 공세적 대응으로 한반도가 전쟁 접경으로 몰리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박근혜 정권 시기 사상 최대규모로 감행된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 군사연습을 5년 만에 부활시키는 셈이다. 주한미군 2만 7,000여 명, 한국군 30만여 명 등 방대한 병력과 핵 항모, B-52 B-2 핵 전략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 전쟁 무기가 투입된다. 물론 미국이나 북한 모두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운반수단에 의해 주한-주일 미군 기지는 물론이고 본토까지 위협받기 때문이며, 북한은 중국, 러시아도 지지하지 않는 한반도 전쟁을 단독으로 감당할만한 처지에 있지 않다.
그러나 대북 전쟁시나리오에 입각한 대규모 한미 군사연습의 실기동훈련과정에서 우발적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이것이 군사 충돌로 국지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 전시작전통제권도 없는 남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제 타격’ ‘사드 추가 배치’에 이은 ‘북 무인기 1대에 남 무인기 3대 파견’ ‘확전 각오’ 같은 발언이 얼마나 철없는 소리인가. 이에 부화뇌동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일전불사를 각오한 응징만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언급은 마치 휘하 부대에 ‘사고를 치면 포상을 하겠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전쟁 참화를 불러올지 모르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망동이다. 막상 전쟁이 터지면, 임진왜란 당시의 선조나 한국전쟁 때의 이승만과 같이 백성은 내버려두고 먼저 줄행랑을 칠 자들이 말만 세게 하는 꼴이다.
북한의 핵 무력 강화와 대미 대남 공세적 대응
북한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을 천명한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이 바뀌지 않자 지난해 1월부터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이후 다양한 발사체의 시험을 지속했다. 특히 3월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미국의 약속 불이행에 대한 응답으로 핵-미사일 유예를 파기하면서도 한미연합훈련에 맞대응한 미사일 시험발사와 방사포 훈련은 방어적 성격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 무력 정책법을 채택하여 ‘책임 있는 핵무기보유국’으로 규정하고 선제적 비핵화 불가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 또 2022년 하반기에 들어 무역을 중심으로 중국, 러시아와의 대외경제활동을 재개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미국에 대해 ”2022년에 들어와 각종 핵 타격 수단들을 남조선에 상시적인 배치수준으로 자주 들이밀면서 우리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한편 일본, 남조선과의 3각 공조 실현을 본격적으로 추진, 동맹 강화의 간판 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 블록을 형성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또 남한에 대해서는 “그 무슨 위협에 대처한다는 간판 밑에 무분별하고 위험천만한 군비증강 책동에 광분하는 한편 적대적 군사활동들을 활발히 하며 대결적 자세로 도전해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과 적대 세력들의 우려스러운 군사적 동태에 대처하여 압도적인 군사력 강화에 배가의 노력” “우리의 핵 무력은 전쟁 억제 실패 시 제2의 사명도 결행”(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 “또 다른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과업 제시”(고체 연료 출력 ICBM) “우리를 주적으로 규제하고 전쟁 준비를 외치는 남한 정권이 우리의 명백한 적”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 나라의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요구” “마감 단계에 있는 정찰위성(4월까지 정찰위성 1호기 개발 완료 계획)과 운반발사체 준비를 내밀어 최단기간 내 첫 군사위성 발사” 등을 천명했다. 또 경제발전 5개년계획 3년 차의 목표 달성에 매진하고 방역 상황을 고려하면서 대외경제협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북의 내외 조건은 ‘압박을 지속하면 손들고 나올 것’이라는 남한 보수층 일각의 생각이 전혀 비현실적이며, 오히려 핵 무력만 키워놓는 결과를 가져왔음을 웅변해준다.
정전 70주년, 자주 평화의 촛불을! 위기를 기회로!!
이상과 같이 윤석열 정권은 미-중 전략대결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자주성에 기초한 균형 외교가 아니라 친미친일 일변도의 대외정책으로 나라의 안보와 경제를 더 위태롭게 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실질적 북미대화를 매개할 대신에 가공할 핵전쟁 무기를 동원한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하고 확전 각오, 일전 불사를 주문하여 군사 충돌을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대북 고립 압살 정책과 윤석열 정권의 돌격대 역할에 대한 북한의 핵 무력 강화와 공세적 맞대응으로 한반도의 2023년은 긴장과 대결의 최고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쟁위기 상황을 앞두고 평화를 사랑하는 노동자, 시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경제위기 상황에서 평화협력이 민생경제를 어떻게 살리는지, 평화위협이 민생경제를 어떻게 죽이는지 광범하게 토론해야 한다. 둘째, 한반도 평화 수호를 위해 대북 전쟁연습인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남북대결-무력충돌을 부추기는 돌격대 윤석열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을 들어야 한다. 셋째, 미국과 북한에 관계 정상화,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 핵 군축을 통한 단계적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촉구하는 폭넓은 국내외 연대에 동참해야 한다. 정전 70주년을 맞아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식으로 나아가는 평화협상이 시작되도록 미국을 압박 설득해야 한다. 자진 대북강경책으로 한반도 전쟁위기를 조장하고 IPEF-반도체동맹 ‘칩4’-반도체·배터리·전기차 생산기지 미국 이전 등 미국의 대중 탈동조화, 미국 주도 경제 블럭 편입의 돌격대 역할을 자임하는 윤석열 검찰파쇼정권을 퇴진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윤석열 퇴진이 평화고 민생이고 민주다.
중장기적으로는 한반도와 주변 정세가 우리 민족과 민중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미국이 조금만 더 약화되고 중미 세력교체가 이뤄질 때가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의 최적기이다. 남측의 경제역량과 북측의 자주-핵 역량의 올바른 결합으로 자주평화통일의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 노동자 시민의 대미자주화(대북 전쟁연습 및 경제제재 중단,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불평등 한미행정협정 철폐 등) 움직임이 커질수록 미국의 대중 견제를 위한 줄 세우기 압박, 남북관계 회복을 가로막는 대북 적대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의 대외전략 제1순위인 대중국 견제를 위해 대 한반도 전략의 유연성을 모색(99세 키신저의 조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끝 - 2023.1.2 시화노동정책연구소 2023년 한반도정세 부분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