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집(我執)
김병환
오뉴월
소나기에
호박꽃 떨어지듯
언젠가
너도 죽고
나도 죽는데
흉보고
허물 들추며
담쌓지 말고 살자
아집은
양날의 칼
내가 먼저 베이니
아집의
밧줄을 끊고
베푸는 삶을 살자
김병환 시인의 〈아집〉은 짧은 구절 속에 매서운 자각과 깊은 울림을 동시에 담아낸 한 편의 정갈한 성찰시입니다.
♡ ‘오뉴월 소나기에 호박꽃 떨어지듯’ 삶의 허무함과 찰나성을 일깨웁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고, 언젠가 우리 모두는 흙으로 돌아갈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얼마나 자주 사소한 자존심과 고집 때문에 누군가를 흉보고, 허물을 들추며, 마음의 담을 쌓고 살아가는지요.
♡ “아집은 양날의 칼 / 내가 먼저 베이니”라는 구절은 시 전체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깨달음을 줍니다. 남을 베기 위해 휘두른 고집과 집착이라는 칼날이, 사실은 내 영혼과 삶을 먼저 상처 입히고 있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남을 미워하고 담을 쌓는 행위가 결국 나 자신을 가두는 감옥이었음을 알게 하는 대목입니다.
♡ “아집의 밧줄을 끊고 베푸는 삶을 살자”며 명료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나를 얽매고 있던 집착의 밧줄을 스스로 끊어내는 순간, 타인을 향한 따뜻한 베풂과 손길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