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사하구 감천동에 위치한 감천문화마을은 벽화마을로 소문나 있다. 2017년 한국인이 꼭 찾아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돼 있을
정도다. 사실 필자는 방문하기 전까지 ‘벽화마을로 소문나 봐야 그 정도까지 유명하겠나’ 싶었다. 그저께 우연히 부산에 갔다가 그곳을
탐방했다.
노을이 감천문화마을의 뒷산에 걸리는 석양 무렵이어서 두 시간 남짓 동안만 그 곳을 둘러 봤다. 벽화 마을을 둘러 본 뒤 어느 것이든
괜한 허세로 유명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감동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며 홍보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먼저 지역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창의성이 돋보였다. 감천동은 ‘도심의 외딴 섬’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들이 개발과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이곳은 낙후의 늪에 빠져 있었다. 더구나 언덕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어 대중교통은커녕 도보로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탓에 마을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벽화마을로 거듭나면서 감천동의 이런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됐다. 도시 속의 외딴 섬을 찾으러
지난 한 해 국내외에서 186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단순히 벽화 때문만이 아니라 도심재생의 슬로건을 걸고 지자체와 주민협의회 그리고
예술가들의 의지와 아이디어가 반영됐기 때문에 빛을 발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 1950년대 6.25 피난민의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돼 현재까지 부산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정서가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측면도 있다. 테마파크나 명물거리처럼 인위적으로 계획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삶의 발자취와 흔적이 그 대로 남아 있다. 산자락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누군가의 표현처럼 '미로미로(美路迷路) 골목길'은 결국 우리네 삶의
언저리와 통한다.
감천의 이런 특색과 역사적 가치를 살리기 위해 지역 예술인들과 마을 주민들이 사업의 디딤돌이 됐다고 한다. 지금까지 백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했다면 주차문제, 소음, 무질서 등으로 주민들이 적지 않은 불편을 겪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이 주민협의체와 더불어 공공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이런 불편을 이겨내고 전국의 관광명소로 발돋움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방문객들이 다시 찾고 싶도록 알차게 기획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감천 문화마을엔 그저 벽화만 그려져 있는 게 아니라
갖가지 공방이나 도자기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 돼 있다. 그림엽서의 경우 손 글씨를 직접 써서 보내면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게 해 놨다. 게다가 갖가지 먹거리나 아기자기한 생활용품도 판매하고 있어 2~3만 원의 소액으로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옥탑방 카페와 옥상카페 등의 이름을 붙인 쉼터에서 커피와 음료를 마시고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친구들의 칭찬하는 댓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것도 이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특미’다. 마을 안 언덕배기에 어린왕자가 걸터앉아 항구를 바라보는 뒷모습을 사진 찍으려면 긴 줄을 서서 족히
30분은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온다. 시간이 짧아 감천문화마을을 다 둘러보진 못했지만 울산에도 분명 이와 같은 곳이 있을 터이다. 아직 진 흙
속에 묻혀 있을 뿐. 기사입력: 2017/03/20 [13:58]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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