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얘기를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식재료 중 달걀이 떨어졌기에, 오늘 아침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 갔습니다.
거기 도착하는데,
"참외가 세일! 만 원으로, 아주 쌉니다!"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저는, 우선 그 가게를 한 바퀴 눈으로 돌아보고는, 달걀 한 판과 오이 두 봉지, 마늘도 떨어졌기에 깐 마늘도 한 봉지 풋고추 등을 챙긴 뒤 계산하면서,
"참외도 하나 가져갑니다." 하고는 아까 들은 대로 만 원을 더 얹어 주었더니,
거기 계산하는 부인이,
"봉지로요?" 하면서 세 갠가를 주기에,
"하나면 돼요." 하고는 하나만을 가지고, 일단 제 자전거 있는 곳으로 갔고,
"참외 하나 주세요. 계산은 했거든요?" 하면서, 자전거에 짐 실을 궁리를 하는데,
"큰 걸로 드릴까요, 아니면 작은 걸로..." 하기에,
"중간 치기로 주세요!" 하고 있는데,
그 상인(대장)이 참외 한 박스를 가져오더니,
"이거면 될까요?" 해서 보니,
참외가 주먹만은 해서...
"예!" 하긴 했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왜냐면, 저는 참외 한 바구니를 봉지에 담아 줄 걸로 생각했었는데, 박스 채 가져왔고,
그냥 돌아서는 것 아니겠습니까?
'왜 그러지?' 하고 생각하다가 살펴보니,
거기 바구니에 담겨있는 참외는 한 바구니에 3천 원이었습니다.
'응?'(뭔가 잘 못 된 것 같아) 하고 저는 놀랐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럴 것이었습니다.
어쩐지 참외 바구니에 담긴 참외로 보면, 만 원에 그 정도는 안 될 것 같아 보였고,
아까 처음 도착했을 때, 그가,
"세일요!" 하고 소리를 쳤던 걸로만 봐도,
'아, 한 박스에 만 원이었구나!' 하고 그제야 저는 현실감각을 찾았던 겁니다.
제가 원래 그렇답니다.
뭔가를 사려면, 한 번 사겠다고 결정을 내리면, 이것저것 따지는 것도 없고 두 말 없는...
그러니까 그 상인이 저에게 그 한 바구니만 담아 줬다고 해도, 그런 걸 따지고 확인할 생각 같은 건 하지도 않은 채 그냥 가지고 왔을 사람이 바로 저거든요.
(근데, 이건 자랑이 아닌... 제 무신경이고, 단순함 때문이지요.)
그런데, 그 순간에도,
'내가 왜 그랬다지?' 하기는 하면서도,
그 한 상자나 되는 참외를(그가 주었기 때문에) 그대로 자전거에 실을 생각만을 하는데,
'이걸 언제 다 먹는다지?' 하는 걱정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저 혼자 먹기엔 너무 많은 양이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더운 여름이라 너무 오래 뒀다 먹었다간 상할 염려가 있어서였지요.
그렇다고 참외를 한 박스 씩이나 살 정도로 돈이 많기를 하나(더군다나 쪼들리는 요즘 형편에), 냉장고에 여유 공간이 있기나 하나......
어느 모로 보나, 그렇게나 많은 참외는 저에겐 뭔가 부담스럽기만 했던 거지요.
근데, 그러면,
"아, 내 실수로... 나는 한 바구니에 만 원이라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많은 참외는 당장 필요하지 않답니다." 하고 그 상인에게 말하면서, 한 바구니만 사야 했는데(그러려면 돈을 거슬러 받아야만 하는데),
마침, 아침 시간이라 손님들도 많고 계산대의 부인이 정신이 하나도 없이 바쁜 모습을 보면서는,
'내 실수로 산 건데... 저들을 귀찮게 하기는... 싫은데......' 하면서,
한 박스의 참외를 그냥 자전거에 싣고 말았답니다.
좌우간 그렇게 '세일 참외' 한 박스를 사고,
다른 먹거리를 담은, 기존에 있던 박스와 참외 박스, 두 박스를 싣고 돌아오는 길이,
결코 즐겁지만은 않더라구요.
'남 생각 해주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이게 무슨 꼴이람? 더구나 집구석도 좁아 어디 둘 데도 없는데, 참외를 한 박스 씩이나 사다가 뭘 하려고? 나눠먹을 사람도 없는데......' 하면서 저는,
자전거 패달을 밟으며 돌아오고 있었답니다.
짐이 무겁다 보니 자전거도 무게가 있어서, 뒤뚱뒤뚱... 자전거 다루기도 쉽지만은 않은 상태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