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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더 오춘우 씨는 목조주택 빌더를 양성하는 '나무집 짓는 배움터' 출신이다. 지금껏 95기 교육생을 배출한 긴 역사가 있는 이곳에서, 그는 2002년 8기로 수료한 거의 초창기 멤버나 다름없다. 정식 빌더가 되어 전국을 다니다 보면 학교를 다시 찾긴 좀처럼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는 고향처럼 이곳을 다니며, 기회 될 때마다 수업을 복습한다. 자칫하면 원칙이 흐트러질 수 있는 현장에서 기본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이번 인터뷰도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나무집 짓는 배움터'에서 이루어졌다.
인터뷰 전 사전조사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내가 블로그나 카페 등을 하지 않아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 그런 게 좀처럼 쑥스럽다. 언젠가는 한 건축주가 당연하다는 듯이 블로그 주소를 불러달라고 해 서로 멋쩍었던 경우도 있다. 올해부터 시작해볼까 생각도 해봤는데, 사실 기약은 없다(하하).
지난 호 특집에 나왔던 '니어바이 공방'을 지은 빌더를 수소문했다. 작업실 천장의 가새를 보고, 뭔가 다른 빌더란 촉이 왔다
그 집의 작업장 폭이 7.2m에 달했다. 국내에는 장선용 부재가 20피트(6m)까지 유통되다 보니 부재를 연결해야 하는데, 조인트 부분이 내심 불안했다. 가새를 천장에 대어 구조적인 안정을 꾀한 것이다. 내가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건 전직이 토목 설계였기 때문이다. 목조주택을 짓기 전에는 교량이나 지하철을 설계하는 게 내 업이었다.
어떤 경위로 목조주택 빌더가 되었나
취미 삼아 가구DIY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하게 되었다. 그러다 목조주택 교육을 우연히 받고서 '사람과 만나서 하는 일'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사실 토목과 관계된 일은 발주처가 거의 정부다 보니, 모든 진행이 경직되어 있다. 사람끼리 부딪히는 정이 없고, 그냥 자연과의 싸움이다. 자연과 일하는 것보다 사람과 일하는 것이 나한테 더 맞았다. 그래서 과감히 직업을 바꾸게 되었고, 지금껏 후회는 없다.
사람 상대하는 일이 더 힘들지 않나
현장을 다니다 보면 건축주 고생한 이야기, 업자들 도망 간 이야기, 숱하게 듣는다. 그런데 난 모든 현장의 건축주들과 허물없이 지내고, 언제든 지나는 길이면 방문한다. 차에 가끔 취미로 만든 새 집(Bird house)을 두고, 오며가며 들리는 집에 선물도 하고 그런다.
쉽지 않은 일인데, 특별한 비결이 있나
대화다. 건축주들은 늘 자신의 집을 궁금해 한다. 모든 공정에 앞서, 다음에 진행되는 일을 자세히 설명한다. 내가 주장할 것, 건축주가 선택할 것들을 제시해 주고 꾸준히 의사소통을 한다.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랄까.
그래도 모든 건축주가 내 맘 같지는 않을텐데
*갬브럴 지붕(Gambrel Roof)
말뒷다리의 뒤로 굽은 부분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미국 동부와 캐나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지붕이다. 박공 지붕의 일종으로, 아랫부분이 위보다 급경사인 2단 경사를 이루고 있다. 1층 공간의 좌우는 경사진 천장으로 낮은데, 그 부분은 수납이나 침대를 놓고 활용하면 다락방처럼 쓴다.
직영 시스템으로 공사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나
빌더라는 직업을 정의한다면
비정규직이다(하하). 늘 객지생활을 해야 하고, 한 장소에도 몇 달 이상 머물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음식도 자주 바뀌고 교통비도 많이 든다. 게다가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일들이 항상 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작업 중 주위 동료들 얼굴을 들여다 보면 행복해 보인다.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오래 일한 팀이라면 서로를 믿고 서로의 안전을 챙겨주기 때문에 호흡도 잘 맞는다.
또 하나, 학구적인 면이 있다. 계속 공부를 하면 오래지 않아 성과가 돌아온다. 본인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동료들의 인정도 받을 수 있다. 공부를 하면 이 일에서 얻는 성취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새로운 아이디어, 팁 등은 어떤 경로를 통해 주로 얻나
목조주택 건축은 현장 경험만으로 기술이나 기능의 전부를 얻을 수 없다. 또 가구 만들기 같은 섬세한 일도 아니다. 한마디로 학습이 중요하는 뜻이다. 자재상이나 서점을 통해 원하는 책을 구하여 보면 아주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외서들은 책에서 보고 익힌 내용을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 있다. 예를 들어 'Framing', 'Finish Carpentry', 'Kitchen & Bath', 'Tile', 'Wiring', 'Handbook' 등이다.
일할 때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서까래를 올려 오차 없이 들어맞을 때 보람이 있다. 틈 없이 밀착이 될 때 느끼는 기쁨이다. 그래서 내가 올린 서까래는 좀처럼 다시 내려 재작업하는 일이 없다. 이 공정이 빌더 일의 절정이라고 생각해, 내 카메라를 보면 하늘을 배경으로 한 나무 뼈대 사진이 유독 많다.
지금껏 작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집이 있다면
모든 집에는 나름의 이야기가 있다. 어떤 집은 영하 20~30도에서 작업했던 추위가 떠오르고, 어떤 집은 지붕면이 많아서 하늘에서 보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래도 한 집을 꼽으라면 2010년 겨울, 대관령에서 강추위와 싸우며 지었던 집이다. 매일 드나드는 길이 참 어려웠고, 온 몸을 굼벵이처럼 웅크리고 움직였던 기억이 남는다.
앞으로의 계획은
집은 똑같지 않다. 그때그때 하늘이 다르고, 바람이 다르고, 주위의 풍경이 다르다. 그래서 이 일이 재미있고 행복하다. 누군가 '현재에 만족하는 것은 멈추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나는 현재도 좋고, 다가올 내일도 기대된다. 특히 올해엔 오래도록 꿈꾸던 나의 집짓기를 시작할 것이라 더욱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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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목조주택 현장에 디모도를 가보고 생각한 것인데 나무사이에 넣는 가시같은 것을 대체하지않는한 목조주택은 짓지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