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나라 한국의 정치를 바라보면 참으로 근시안적인 사고를 가진 인사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대부분 그렇지만 특히 야당 정치인들을 보면 참 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여당 정치인들이야 그래도 권력을 장악했으니 좀 느슨해도, 잠시 한눈을 팔아도, 좀 여유를 부려도 그래도 여당이다. 집단 여당이라는 것이다. 권력을 쥐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야당 정치인들을 다르다. 느슨하거나, 한눈을 팔거나,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다. 야당이기에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제 1야당은 이래저래 전체적인 난국이다. 저 당이 얼마전까지 여당행세를 한 당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헌정사상 여당과 최대 의석 차이를 보이는 절대적 여소야대 정국의 바로 그 제 1야당이다. 하지만 그 엄청난 표를 누가 주었는가. 어떻게 그렇게 여소야대를 이루었는가에 대해서는 이미 망각했거나 아예 생각을 하지 않고 사는 그런 조직처럼 느껴진다.
지난 2016년 늦가을 갑자기 터져 나온 당시 정권 최고책임자에 대한 엄청난 사항이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그것은 특정 신문사와 특정 방송사의 특종으로 이뤄진 것이다. 정권의 최고책임자와 특정 주변인과의 있을 수 없는 국정농단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고 그것이 촛불집회로 이어지고 촛불혁명을 이뤄냈다. 당시 야당이었던 정치인들이 해 낸 것이 아닌 것이다. 당시 그들도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아직 대선이 꽤 남았는데 곧 대선을 치뤄야하는 위급한 상황으로 변했다. 당시 여당도 화들짝 놀랐겠지만 야당도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당시 야당인사들은 촛불집회에 숟가락 하나 더 얹은 모양새였다. 촛불집회자들이 만들고 촛불혁명자들이 이끈 그 거대한 흐름속에 그냥 묻어가는 그런 형국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다 정권은 무너지고 대선을 거쳐 새 정부가 수립됐다. 그리고 이어서 치뤄진 총선에서 국민들은 압도적인 의석차이를 만들어주었다. 당시 여당 인사들이 유능하거나 정의로워서가 아니였다. 전 정권 사람들이 싫어서 그리고 대안이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하지만 승리에 취했다. 적당히 해도 다음 대선에서 정권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여당 대선후보사이에도 갈등과 알력이 존재했다. 당에서 오랫동안 있었던 인사와 치고 올라오는 신예의 대결에서 신예가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당은 분열된다. 지지세력도 나눠진다.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지만 말이다. 게다가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심이 이반되고 검찰개혁의 후유증으로 검찰 수장이 야권 대선후보가 되는 그야말로 헌정사상 처음인 상황이 펼쳐진다. 모두 당시 집권세력과 집권 여당이 만든 상황이다.
그 결과는 현재 보는 바와 같다. 그런데 요즘 야당의 행태는 가관이다. 존재의 의미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검찰에 불려다는 것이 다반사가 되었는데도 고작 검찰 조사 마치고 나오는 것을 기다려 주는 것이 최선처럼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뭔가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당 대표의 일에 나서려는 모양을 보이지 않는다. 극히 일부 핵심들만 제외하고 말이다. 그리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바라보는 시선도 각양각색이다. 최대 위기를 맞은 조직같아 보이지 않는다. 여기 저기서 대표와 조직을 향해 총질하기 바쁜 모양새이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받기만을 생각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총선 공천 지상주의자들처럼 보이는 것이다.
어느 당이나 분란도 있고 서로 갈등도 당연히 존재한다. 인간이 만든 조직인데 왜 그러지 않겠는가. 하지만 지금 제 1야당이라는 그곳에서는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당도 내분이 있고 갈등이 존재하지만 그곳은 그래도 집권 여당이다. 지금 조금 분란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당 대표 선출이라는 이벤트만 끝나면 그런 상황이 봉합될 가능성이 높다. 권력이라는 구심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 구심점으로 모이니 웬만한 갈등은 수면아래도 가라앉게 되어 있다. 하지만 야당은 다르다. 당 대표가 구심점일 수 있지만 그것은 조직 구성원의 대부분이 따르고 뜻을 같이할 때 이야기이다. 지금 제 1야당은 한국 최고의 칼잡이라는 검찰과 운명을 건 승부를 겨루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일사불란한 대오에 맞서야 할 야당 조직은 지리멸렬한 모양새이다. 그냥 내년 총선 공천만 받으면 오케이다라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벌써 여기저기서 공천권을 내놓으라는 소리가 나온다. 당 대표가 공천권을 갖지않으면 그 존재가 존립 가능한가. 대표를 허수아비로 만들려는 의도가 그냥 읽힌다. 검찰의 집중포화를 받는 대표에 내놓고 협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총구의 과녁이 전혀 엉뚱한 데를 겨냥하고 있다.대선에서 패하더니 전의를 상실했는지 정부와 여당에게 저항할 능력도 자세도 잊어버렸는지 그냥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하는 모양새이다. 자신들의 대표를 제외하고는 구렁이 담넘어 가는 그런 행보를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여당은 여유가 그래도 있다. 하지만 야당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구심점도 없고 저항 의지도 없으면 더욱 그렇다. 지금 제 1야당이 가진 유일한 무기는 여소야대지만 내년 총선에서 그 구도가 허물어지면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자신들의 당 대표가 정말 검찰이 제기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버리든지, 그런 혐의가 허구라고 생각되면 제대로 저항하든지 양자 택일을 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20년전 집권 여당이 갈등속에 분열돼 힘들게 잡은 권력을 송두리채 그리고 너무도 쉽게 당시 야당에게 넘긴 그런 전철을 또다시 밟지 않으려면 말이다. 제 1야당은 알아야 한다. 위기속에 최대의 적은 유능한 적군이 아니고 무능한 아군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2023년 2월 2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