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착 과정에서의 슬픈 역사
이 책은 조선족동포들이 중화인민공화국 공민의 일원인 조선족으로 정착하게 된 과정에 초점을 맞춰 문화대혁명 무렵까지 다루고 있다.
조선족동포들이 왜 중국 동북지역에서 살게 됐으며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중국에서 현재와 같은 정치사회적 위상을 갖게 됐는지, 그리고 그들의 의식과 행동의 원천은 무엇이며 그것들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우리들은 그 모든 것을 잘 모르면서 그들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고 말해 왔다.
조선족동포들은 중국 동북지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시련과 고통을 겪으면서 중화인민공화국의 공민인 소수민족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왔다. 조선동포들은 그 신산의 세월을 거치면서 그들 나름의 정체성과 행동양식을 함양했다. 그것은 세월 속에서 익힌 삶의 방식이었다.
한국에 거주하는 조선동포들이 50여만 명이 넘었고,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 간 적극적인 관계 맺기를 한 시간이 20여년이 넘었다는 것은 양자 관계가 양적 질적으로 크게 변했음을 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한국사회가 조선족동포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것은 물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보다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더불어 사는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보다 능동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그것은 조선족동포들을 많이, 그리고 깊이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선족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2000년 192만 → 2010년 183만 → 2020년 170만 명. 조선족 출산율은 0.98명
조선족사회의 변화와 새로운 경향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중국 공민으로서 동북지역에 터 잡고 살아온 조선족동포들은 한중수교가 이루어진 1990년대 초까지 변함없이 그 지역을 지키고 가꾸며 살아왔다.
그러나 조선족동포들의 이러한 삶은 1992년에 이루어진 두 가지 사건 -남순강화와 한중수교-에 의해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두 사건은 조선족동포들에게 두 가지 기회를 제공했다. 하나는 연해지역의 개방도시에 진출한 한국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이렇게 조선족동포들의 중국 동북지역에서의 탈영역화가 시작되었다. 탈영역화의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자 조선족동포들의 동북지역에서의 안정적인 삶은 크게 바뀌었다. 많은 동포들이 연해지역의 개방도시로 혹은 한국으로 떠나면서 동북지역 조선족마을은 공동화되거나 사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