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된 기아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12일 현재 2승6패로 두산과 함께 공동 7위다. 팀 방어율(5.75), 타율(0.236)에서도 꼴찌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 자체에 문제가 많아 향후 반전의 가능성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약점은 당초 예상보다 커 보이고, 강점은 별 위력이 없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선발 마운드. 국내파 투톱인 김진우, 최상덕의 부상 이탈로 변수를 안고 출발했지만 문제가 심각하다. 제1선발 리오스를 제외한 나머지 선발투수들은 지금 상태로는 승리요건을 갖출 만한 능력을 찾을 수 없다. 이대진, 김주철, 강철민 등은 시범경기까지는 괜찮은 성적표를 내밀었지만 정작 시즌에서는 맥을 못추고 있다. 제2선발인 강철민을 제5선발로 돌리고 마무리 훌리오 마뇽을 새로 선발진에 포함시키는 리모델링을 했지만 때늦은 감이 있다.
선발진의 부진은 고스란히 탄탄했던 불펜진에 전달돼 이들에게 당초 예상보다 큰 하중이 실리고 있다. 올 시즌 혜성처럼 등장했던 우완 임준혁이 부상으로 벌써 2군으로 내려갔다.
마운드 불안이 수비진으로 전염돼 실책도 연발하고 있다. 수비 실책이 매번 패배의 빌미가 됐다. 팀 실책이 8개로 한화(11개)에 이어 2위다. 게다가 중요한 순간에 나오고 있다.
8개 구단 중 최강이라는 타선은 꿀먹은 벙어리다. 이종범(0.161) 마해영(0.207) 박재홍(0.217) 심재학(0.222) 김상훈(0.158) 등 타순을 가리지 않고 부진이다. 11일 광주 현대전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위력을 되찾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여기에 우승에 목을 맨 구단 분위기가 선수들의 플레이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하와이 연습경기부터 승리가 최고의 가치로 부각돼 너무 일찍 페이스를 올린 것도 문제다. 당초 부르짖었던 ‘데이터 야구’도 별 위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래저래 팀 전체의 짜임새가 떨어진 상태다.
구단에서 벌써부터 “더 이상의 패배는 방관하지 않겠다”며 선수단을 압박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채찍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잔인한 4월을 실감하고 있는 기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