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응룡 감독이 28일 사직구장에서 승리에 대한 식지 않는 열정을 드러내며 롯데와의 더블헤더를 모두 쓸어담아 프로 첫 개인통산 1400승 고지에 올랐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김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감독들이 900승 문턱도 넘지 못한 가운데 나홀로 1000승을 넘어 400승을 추가했다. 해태 감독으로 취임한 83년부터 22년 2542경기 만에 돌파한 대기록이다. 이 부문 역대 2위는 김성근 감독으로 866승이며 현역 감독 2위는 현대 김재박 감독으로 595승을 올렸다.
경기 후 1400승 달성 소감을 묻자 더블헤더를 독식한 때문인지 무뚝뚝한 표정을 버리고 "무슨 멋진 말이 없나"라며 슬쩍 미소를 띤 뒤 "같이 뛴 선수들에게 영광을 돌려야지. 난 가만히 앉아 있었지 뭐"라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김 감독은 또 "더블헤더에 들어가기 전에야 1400승에 2승을 남겨놓은 것을 알았다"고 밝힌 뒤 힘든 때가 없었느냐는 말에 "돌이켜보면 목이 달랑달랑한 고비도 많았다"며 시간의 필름을 돌려 구비구비 헤쳐온 과거의 역경들을 떠올렸다.
김 감독은 롯데와의 더블헤더에서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집념어린 작전들을 펼쳤다. 승리에 대한 갈증은 야구장을 떠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언제가 가장 힘들었느냐는 질문에 "오늘이 가장 힘들었다"고 농을 던졌는데 그게 단순한 조크로 여겨기지 않았다. 1400승은 매 경기에서 강인한 승부근성과 집중력을 보여준 산물이기 때문이다.
제1경기에서부터 김 감독의 투지는 예사롭지 않았다. 4-4로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었던 5회초에는 이전 타석에서 홈런을 날리며 쾌조의 타격감을 보인 양준혁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양준혁은 한 시즌에 많아야 두세 차례 희생번트를 대는 선수여서 김 감독의 승리에 대한 갈망을 읽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의 예측불허 작전은 제2경기에서도 계속됐다. 4-3으로 앞선 5회초 무사 1·3루서 이번에는 스퀴즈번트 대신 강공을 선택했다. 비록 결과는 투수앞 땅볼로 끝났지만 롯데 벤치는 의외의 승부수에 화들짝 놀랐다. 제1경기에서 양준혁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한 김 감독이 역으로 강공을 펼친 것. 7회말에는 김락기 주심이 볼카운트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자 주심 쪽으로 걸어나와 어필을 했다. 6-4로 앞서 있어 그럴 필요까지 있나 싶었지만 김 감독은 롯데 공격의 맥을 끊기 위해 무거운 몸을 기꺼이 움직였다. 김 감독의 노련미를 읽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5월부터는 잘할 거야"라면서 앞으로의 경기에 대한 예상도 잊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 감독이 한 말이기에 귀담아 듣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