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줄박이 편지
- 박재숙
아침이면
나의 귀는 너를 마중 나갔다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연둣빛 햇살 아래
곤줄박이 한 쌍
악보 없이 부르는 노래에 빠져
사월의 꿈이 영글어가던 어느 날
녹스는 빨간 우체통 안
몰래 두고 간
반가운 여섯 통의 편지
잠자는 그 숨결
들리는 것 같아
다시 고이 넣어 두었다
도담도담 아기 곤줄이가 깨어나
여린 부리로 먹이 물고 하늘 날며
노래하는 그날까지 기다릴밖에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바라볼밖에
ㅡ시사진집 『천 년쯤 견디어 비로소 눈부신』 (詩와에세이,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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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아동문학소백동인회 연간집 제목이 "소백산 곤줄박이"였습니다
곤줄박이는 체구가 작으면서도 예쁜 텃새입니다
언젠가 집 앞 우치통에 보금자리를 꾸미고 6개의 알을 낳았더라는 기사를 보랐지요
시인은 그걸 소재로 이렇게 다정한 시를 빚었습니다
가끔 아파트 베란다에 보금자리를 튼 송골매라든가,
에어컨 실외기에 보금자리를 튼 까지도 있습니다
빈집이 늘어가는 시골집 처마에 빈 제비집도 남아 있다고도 하더군요
가만히 지켜보고 돌보는 이들이 있다면 에나 지금이나 공존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곤줄박이 알 여섯개는 그 내용이 무척 궁금해지는 사랑의 편지일 게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