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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이어서 계속됩니다.
[150-204k]: 12시간 17분 소요/누계 34시간 58분…현재시각 9/17일 17시 39분
이제 차량은 거의 없고 인적도 없고…조용하고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포항의 한 분과
걸으면서 쉬기도 하지만…서서히 어둠 속으로 접어 들어간다.
지금은 비도 오지 않고 고요와 적막감속에 몸상태를 점검하니 발바닥이 뜨겁고
통증이 있으며 발가락은 튕튕 불어서 허옇게 웨이브 져있고 물집조짐은 아직 없다.
신발의 쿠션이 약함을 느끼고 양쪽으로 새끼발가락이 신발사이에 끼임을 느낀다.
나머지 신체부분은 이상없다.
약간씩 오르막이 진행되는데 159키로 지점의 공주sk주유소/휴게소가 나타나니
정말 반갑다. 안에는 여러명의 주자가 의자를 포개놓고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고…난 소머리곰탕을 시켜놓고 해골 눕혀 있다가 3분의 2가량을 먹고…
여기서 진주의 강동섭님을 잠시 만났는데 덕분에 내가 20분 가량을 자고 깨워주고는
헤어졌다. 강동섭님은 내가 보기에 아직 피로의 기색이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 일방적으로 주문(깨워주라고 해서)한 것이 아닌가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든다.
휴게소를 나오니 비는 조금씩 다시 시작되었고…계속 오르막을 올라가니 강원도라는
팻말이 보이고 이곳이 도둑머리고개인 모양이다.
165키로 지점의 서원파출소는 그냥 농촌의 양식집처럼 꾸며놓아 전혀 파출소의
느낌이 들지 않는다. 발바닥도 뜨겁고…새끼발가락 통증도 심해오고…피로하다.
주자들 구석구석 잠잘 곳을 잘도 찾아 눈을 쬐끔 붙이고 있다.
나도 잠이 와서 긴 벤치식 나무의자로 된 어느 버스정류소에 들어가 해골 눕힌다.
현재 혼자인데 마냥 자는 것이 아닌지 쪼렸지만…다행히 뒷 주자들 2명이 들어와
휴식을 취하는 중에 소리가 들려 얼떨결에 일어났다. 30~40분 소요된 듯하다.
(다시 말하지만 시계의 랩타임이 지워져 기억으로 되살린다.)
잠시 자고 일어나니 비는 다시 억수로 많이 세차게 때린다.
횡성터널 부근까지 4명의 주자 뒤를 따라 지루하지만 좀 헷갈리는 구간도 만나고
하면서 깨끗하고 밝은 횡성터널을 지나고 휘영청클럽은 불이 꺼져 있고…
좀 더 가니 193키로쯤에 동네가게가 하나 있고 많은 주자들 사발면을 먹고 있다.
나도 사발면 하나를 사먹고 물 보충하고 이제 500고지의 황재를 향해 올라간다.
초입에서 양산의 털보 박동철님의 만나 워낙 겁을 줘서 한 참을 왔는데도
아직 3배는 더 가야 한다느니…둘이서 계속 같이 올라간다.
작년보다 길을 넓혀서 포장하여 상태는 아주 좋다고 한다.
난 겁을 잔득 먹어서 긴장하여 올라가는데 내 느낌에 얼마 안가서
“여기는 황재 정상입니다”라는 표지판이 서있고…이후 내리막으로 이어져
둔내휴게소까지 박동철님,고화중님과 같이 대충 뛰어가니 아침 05시 58분이 되었다.
[204-250k]: 10시간 42분 소요/누계 45시간 40분 현재시각 05시58분
둔내휴게소에는 김부성님 등이 체크를 하고 있고…주자와 자봉자를 비롯하여
많은 인파가 북적된다. 제4cp이므로 두번째이자 마지막 물품교체가능 장소이기
때문이다. 밖에는 아직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고…
조금 있으니 아이구 행님 이형규 부시시 벌그스레한 얼굴로 어거정 나타나는
꼴이 한 눈에 포기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오죽했으면 포기했을까…위로의 말을
전하고…같이 갔는데 참 미안하고 이상한 기분이 든다. 빨리 내려가라고 하고…
음식물 교체 또는 보충하고…된장찌개 한 그릇하고…옷과 신발 등 물품을 교체하는데
지금 최고 문제는 신발이다. 현재 신은 신발은 200키로를 달려 왔는데…역시 쿠션이
약함을 느끼고 발이 팽창하여 꽉 낀다.
아~ 나머지 신발 2개도 크기는 같기에 작아도 할 수 없이 신어야 하고…
일단 훈련때 신어본 신발(메브릭4)을 택하여 교체한다.
뒷창쪽에 쿠션을 추가 삽입했는데도 쿠션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나무판 위를 걷는
느낌이다. 갈 길이 아직 먼데…고행길이 눈에 선하다. 지금 생각하니 과감히
형규의 신발(클라이마 쿨 신형)과 바꿔 신었어야 했다.
얼마를 쉬었는지 랩을 찍었는데 사라졌으니 알 수도 없고…
이제 비는 완전히 그치고 구름은 순식간에 걷히고 하늘은 맑고 구름 거의
없이 깨끗하다. 강렬한 태양광선이 내리쬔다. 당연히 오늘 하루도 흐릴
것이라 판단되어 햇빛보호 장치를 하지 않았다. 조건은 더 악화된다.
여기서부터 280키로 까지 신발의 수난시대는 계속되어 거의 뛰지를 못하고
쭈~욱~ 걷는다. 깔창을 오른쪽 왼쪽 바꿔도 보고…길이를 짤라도 보고…
추가 깔창을 빼도 보고…온갖 지랄을 다한다…박동철님,고화중님,이만식님,
이강연님 등 만나고…온 신경은 신발쪽으로 모이고…어느새 태기산을 오르고
있다. 장장 6키로 이상의 오르막이 천고지 가까이 이어진다.
전부 걷는다. 정창순님 오르막 걷는데 엄청 빠르다. 순식간에 저 멀리 가버렸네…
태기산 정상인 양구두미재에 고화중님과 같이 오르니 최부규님을 비롯하여
진행요원 여러분이 휴식을 취하고…고화중님은 휴식하고 난 수도꼭지에 물
한 모금하고 바로 내리막을 걸어서 내려간다.
신발 선택의 후회를 계속하는 사이 어느새 고화중님이 내려와 빠른 속도로
뛰어 내려간다. 아마 이후 계속 뛰어서 6번째로 골인 한 것같다.
나도 조금씩이라도 뛰어야 되는데…참 안타깝다. 이제는 제한시간 안에 완주만
해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는다.
안흥삼거리인지에 내려오니 뒤에서 나타난 조대원님과 같이 걸으면서
둘다 위드런 회원이고…강진군에서 내년에 울트라를 개최할 계획이며 여러가지
야그를 하다가 인원은 5~6명으로 뭉쳐지고…봉평면 소재지가 저기 좌측에 보이고…
뙤약볕에 먹을 곳은 없고…전부 불쾌지수는 높고…쓰벌 쓰벌 욕나온다.
236키로 지점을 통과하니 길건너 좌측에 막국수집이 있고 많은 주자들이
들락거린다. 김종훈님과 나는 같이 들어가 막국수를 시켜 놓고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여기에 고화중님,조희웅님을 비롯하여 10명 이상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한 30여분 잔 것 같다. 이제 다들 힘을 내어 대충 뛰어서 가는데…
나혼자만 걷고 있다. 처량한 신세다.
장평읍내로 가기전 배를 하나 사서 조금 먹다 버리고…장평읍에는 김종섭,
이희숙님이 감독하고 있고…난 스포츠가게에 들러 신발을 살려고 물어보니
등산화만 있단다. 진부읍으로 가면 신발가게가 제법 있다고 하여 희망을
가지고 진부로 갔으나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마땅한 신발은 없었다.
245.5키로 지점의 용평파출소에 들러서 물이나 얻어 먹으려니 한 분이 나오셔서
차에서 시원한 물을 내 주는데…보충도 하고 사진도 찍어주고 정말 고마운
분이 셨는데 작년에 횡단 도전하여 실패하였다고 하였고…진부읍에 가서 또
만났다.
조금 더 가다가 휴식을 위하여 당직자만 있는 면사무소에 들러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대충 씻고 머리도 감고…왼쪽발의 조그마한 물집을
치료하고(걸을 때 몇번 따끔거리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았다)
새끼발가락은 커다란 물집이 잡혔으나 주행상 문제는 없었다.
이제 편평한 길이 몇키로 이어지는데 대충 뛰니 뛸만했다. 너무 걸어서
몸도 변화를 요구한 모양이다. 250k의 이화주유소 cp5에 도착한다.
[250-280k]: 9시간 21분 소요/누계 55시간 01분 현재시각 02시 01분
cp5에는 이성윤님,강영석님 등이 계신다.
주자들도 몇 분 있고…박동철님,홍유수님,조대원님,온병환님,오봉수님…보인다.
아직 몸상태는 전반적으로 양호한데…발은 그렇지 않다. 난 어느 순간부터 주자들의
신발만 보면서 어떤 신발을 신었는지 보기 시작했다.
제5cp를 출발하자 대부분 주자들 뛰기 시작하고…난 얼마 가다가 오른 엄지발가락 위
위 관절이 아파서 원인이 뒷꿈치 깔창때문으로 생각하고 바꿔도 보고…잘라도 보고…
그래도 계속 아파서 추가된 깔창을 버렸다.(박동철님도 동의하기에…)
물론 쿠션을 더 나빠지고…처음엔 아프다가 어느 순간인가 별 통증이 없는 듯하다.
그래도 꾸준히 걸으니 앞서가던 사람도 보이기 시작하고…이제 속사리재 정상으로
올라간다. 박동철님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내리막길을 내려가나 역시 빨리 가지
못하고…해는 서서히 지기 시작한다.
드디어 진부읍내로 들어서서 다들 밥먹으로 가는데…난 밥이고 뭐고 없이 오직 신발을
구해야만 했다. 추석날이라 신발가게 모두 문닫고…딱 한군데 열어 놓았는데 구세주를
만났다 싶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쿠션신발을 신어 봤으나 비메이커의 쿠션은 한 수
아래였다. 더구나 260키로를 달려 온 뒤라 발의 피로가 극도에 다달아 감각이 무뎌져
별로 느끼지 못했다. 차라리 현재 신발이 더 좋았다.
할 수없이 허탈한 마음으로 마음을 비우고 이제는 정말 이 신발로 남은 거리를 가야 한다고
마음먹고 서둘러 아까 박동철님외 몇 명이 들어간 식당으로 갔다.
일부는 식사를 끝내고 출발했고…위드런의 송곡님과 해신님이 아직 머물고 있고…
박동철님은 막 출발하려고 한다. 난 대충 감자탕 하나를 시켜 같이 출발할려고
반도 안먹고 남겼다. 걷다가 조금씩 뛰다가를 반복하다가…월정삼거리에서 456번
지방도를 올라타고 캄캄한 야간으로 들어 가고 있었다.
오대산주유소를 지나고 어느 버스정류소에서 합류한 울산의 지만화님과 박동철님
그리고 나 3명은 잠시 눈을 붙이자고 합의 보고…둘이는 앉아서 자고 난 그래도
쪼구려 누워서 자도록 배려를 해준다. 억수로 고맙다. 아마 한시간 정도가 지난 것
같다. 이제 으시시 추위가 엄습해와 얇은 자켓을 입었는데도 춥다. 밑에 반타이즈도
추위를 상당히 느낀다. 난 더 이상 입을 옷도 없었다.
싸리재를 올라가니 조금씩 추위가 도망가고…지만화님은 저멀리 가버리고…
박동철님과 같이 간다. 얼마 뒤 나를 알아보는 이문학님이 안내하는 대관령옛길
갈림길에서 좌로 틀어서 올라가니 제6cp가 나타난다.
[280-308k 강릉경포대 도착]
최성열 형님외 감독관 몇 명 있고 포장마차가 있다가 조금 전 장사가 안되어 철수했다는
말을 들으니 대관령 올라 가기 전에 뭘 좀 먹어야 하는데…고민이다.
얼마의 휴식을 취하고 박동철님과 출발하여 3키로 구간의 대관령 오르막을 기어 가듯
올라간다. 뭐 3키로에 한시간 걸렸다나 뭐라나…
구대관령 휴게소는 흉물스럽게 건물만 남아있고 차는 거의 다니지 않는다.
정상쯤에서 반대편 공터에 우동을 먹고 가라는 포장마차 주인의 말에 갈등을 하다가
에이 기냥 생략하고 내리막을 내려간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구비 구비 99구비라 하는데…정말 미치도록 지겹고 환장할
내리막이다. 뛸 수도 없고…잠은 계속 오는데…비몽사몽간에 몇 번을 쉬다가 내려간다.
앞에 갈 사람은 다 가고 뒤에 올 사람은 아직 멀었고…그런 모양이다.
몇 시간을 내려가니 서서히 새벽이 밝아 오고 주변이 보이면서…정신 또한 맑아짐을
느낀다. 박동철님은 저 뒤 멀리서 계속 내려오고…이용재님과 잠시 걷다가…
내리막이 거의 끝나는 시점 뭐 먹을 곳을 찾았으나 없다. 일단의 주자들이
빠른 속도로 강릉방향으로 뛰어가고…어느 분이 “지금 빨리 가야 됩니다. 제한시간에
걸릴 지도 모릅니다”하면서 지나간다. 으잉~~ 진짜?
에이 모르겠다. 먹을 곳이고 뭐고…빨리 들어가고 보자면서…전열을 가다듬으니
무한한 힘이 생기는 듯하다. 구산휴게소도 어디있는지 모르겠고…
강릉방향 이정표가 보이고 하는 지점에서부터 냅다 뛰었다. 끝까지…아마 한 17~8키로
되나? 앞서가던 일단의 주자를 뒤로 하고…골인지점까지 상당히 많은 주자를
뒤로 하고…박길수님이 중간 중간에 찍어 주는 사진도 찍고…최성열 형님의 파이팅도
들으면서…
홍제ic,시외버스터미널,부영아파트,경포호,강릉지구전적비를 경유하여…마지막 김현우님이
연방 사진을 찍어 대는 가운데…경포대 해수욕장에 설치된 finish 라인을 밟았다.
제공하는 미역국밥은 정말 맛있었다.
난 창원으로 내려와야 하기에 서둘러 챙겨서 인사하고 원주로 해서 마산창원 직행을 타고
후딱 내려와 추석 명절의 언저리를 보냈다.
3.소감 기타
KUMF 이용식 회장님을 비롯한 여러 임원과 자원봉사자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봉사로
대회가 원만히 이루어진 것에 감사드린다.
역시 훈련량은 전 3개월 평균이 월 300k를 넘어서야 되겠고…
술을 두달 반 동안 안마시니 확실히 심장과 가슴에 부담이 없어져 좋은 상태가 지속
되었으며…
신발 종류와 사이즈 등을 재검토하여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하겠고…
중반이후 많이 걸어서 그런지 끝까지 체력이 남아 있음을 느꼈고…
서경석님과 김부성님의 완주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고…(물론 KUMF자료는 기본이고…)
주로상에서 마주친 많은 주자들의 대단한 정신자세와 의지력을 엿볼수 있었고…
대관령 쪽으로 갈 때는 추위에 대비한 옷가지들을 준비해야 하겠고…
지리를 잘 몰라서 식사할 곳을 대충 가다가 들어 갔는데 미리 예정장소 부근을
선택하여 잘 이용해야 할 것이고…
일기예보를 잘 파악하여 대비하는 자세가 꼭 필요하며…
물집과 부상예방을 위해 부단한 훈련,노력이 필요하고…
끝으로 한반도 횡단에 참가하신 주자,자원봉사자 여러분!!
빠른 회복을 기원드리고…봉사자 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쓰다 보니 길어 진 것 같은데 대충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충성!! 안녕히 계십시오. 산짐승 드림.
첫댓글 이선배, 고생많았고 다시축하드립니다. 올려주신글은 많은 분들께 도움이되리라믿고 (다시 정독해야겠네 )평일은 어렵겠고 토요일날 날한번 잡아서 토달 ( 금정체육공원부근 )에서 함 뵙시다. 이상헌 힘!
대단한 일 하셨습니다....
헉! 짐승이라 생각하고 읽는중............ 말미에 산짐승올림!.............. 느낌표 ㅊ하나 ㅊ찍는다!
완주를 축하 드립니다.
이 상헌님! 완주를 축하드림니다. 아직 만나 뵙지는 못햇지만 국토힝단를 완주하신 또한분의 회원을 가지게 된것은 우리 효마클의 자랑입니다.평일 정달 참석이 어려우시면 주말을 택하여 한번쯤 참석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지친몸 빠른 회복을 기원함니다. 이 상헌님! 힘!
완주후기 잘읽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병호입니다. 전후편의 완주기 많은 실감을 다시 느끼며 참 잘 읽었습니다. 무척 재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효원인의 재능도 듬뿍 느껴 매우 뜻이 깊군요. 무엇보다 여러 가지 고난을 극복하고 먼 국토횡단길을 끝내 완주했음에 큰 축하를 보냅니다. 수고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