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두달 전에 어느 제3세계 국가에 여행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머무는 숙박업소 내의 미용실에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레게머리를 땋아주더군요. 제3세계 국가라서 인건비가 워낙 쌌거든요. (우리 돈으로 만 오천원) 순간적으로 마음이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제가 시댁출입이 불가피한 처지라 (....유부녀라) 레게머리라는 건 크나큰 모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존과 유사한 신체적 체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에 눈이 멀어 그 미용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습니다. 제 경우에는 약 1시간이 걸렸습니다. 지존처럼 색실을 넣고 땋은 머리는 아니었지만 제가 긴머리에 워낙 머리숱이 많아서 제3세계 여성 3명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무척 고생을 했습니다. 결과는.....물론 상당히 엽기적이었죠.... (결코 저와 어울린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T.T)
그래도 레게머리를 했을 때의 그 기분 해보신 분이 아니면 모를겁니다. 왠지 저 자신이 그루브하면서 오프비트하면서 펑키하면서 언더틱해진 그 느낌.....! 정말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헤드뱅잉을 해보니 역시 감이 다르더군요. 하지만....역시 모든 분들이 예상하신대로 그 기분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머리를 땋은 다음 날부터 스물 스물 간질 간질....
이상하게 신체의 다른 부분까지 다 간지러워지는 거였습니다. 물론 머리, 감을 수는 있습니다. 단, 아주 정교하게 감아야 합니다. 땋은 머리 사이 사이의 두피에 (논두렁같은 그 부분) 일일이 샴푸를 솔솔 짜가며 아주 살살 감아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박박 문지르면 어렵게 땋은 머리가 끊기면서 슬슬 풀리거든요. (프펙 포스터를 보시면서 많은 분들이 혹시 지존의 비듬이 아닌가 의심한 하얀 부분... 절대 비듬 아닙니다. 머리가 끊겨서 풀린 부분 끝이 딱 그렇게 보입니다.)
그래서 머리 감는 시간이 평소의 두 배가 걸립니다. 머리 감는 횟수는 반으로 줄어 들구요. 게다가 잠 잘 때 땋은 머리가 베게에 배기는 것도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닙니다. 바로 자면 뒤통수가, 옆으로 자면 옆통수가 아침에 일어나면 그렇게 뻐근할 수 없습니다. 저, 결국 일주일만에 레게머리 풀었습니다. 간지러워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풀 때는 두시간 걸렸습니다.)
결국....깨달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