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 전, 헬스클럽에서 런닝머신 앞에 켜진 TV에서 우연히 CNN으로 채널을 돌렸다. 그런데, BREAKING NEWS라면서 마이클 잭슨이 죽었다는 기사가 뜬다. 그런가 보다...성형중독이니 아니면 피부 빛깔이 하얗게 변하는 무슨 희귀 난치병이 있다느니 하는 기사는 읽은 적이 있어 무슨 건강상 문제가 있나 보다 생각하면서, 그런데, 그 많은 재산을 상속 받을 아이는 있는 건지 궁금해 한다. 멀리 바다 건너 부자 나라 부자 가수가 죽은 것이 평소 연예계 뉴스와 별로 상관도 없이 사는 내게는 관심 밖이다.
그런데, 오후에 구치소에 잠깐 갔다 와서 뉴스 검색을 하니, "마이클 잭슨이 생전 1억 파운드(한화 약 2,000여억원)의 빚 때문에 경제적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져"라는 기사를 본다. 그럴 수가.............(하다가).......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잘 나가던 리만브라더스, 씨티은행 같은 유수의 은행들도, 잘 나가던 유통업체 Circuit City도 무너지고 크라이슬러, GM 같은 거대기업들도 채권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채 파산보호를 받는데
삶 자체가 거대기업이라고는 하나 일개 살아 숨쉬는 육신에 불과한 마이클 잭슨이라고 빚이 없었다면 이상한 것이다. 이자를 보고, 장차 거래를 계속 할 것을 기대하고, 그밖에 여러가지 동기로 인간 또는 기업으로서의 마이클 잭슨에게 투자한 사람들이 저 정도 물렸다는 것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 생전에 마이클 잭슨이 가졌던 재산이 그 빚에 대한 반대계정으로서 존재하고 있다면, 그것은 위 1억 파운드 채무에 대한 일반담보인 것을...
마이클 잭슨이 죽은 마당에는 그가 가졌던 재산이 상속재단(estate)으로 귀속되고, 유언집행자는 상속재단에 속하는 재산을 현금화(liquidate)하여 권리자와 채권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남은 재산은 유족에게 인도합니다. 물론 채무를 다 갚기에 부족하면 상속재단도 파산을 하지요. 이 경우 유족들은 채무는 상속 받지 않습니다.
우리는, 재산, 채무라고 할만한 것이 있는 중산층들이 별로 없었던기 때문인 지, 이런 법제적 전통이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부모의 빚을 상속 받게 되는 불합리는 여전히 생기고, 채무 상속을 받지 않기 위하여는 자손들이 법적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가 있지요.
마이클 잭슨이 죽었다는 기사를 보고, 다시 한번 우리 민법의 후진성을 느낍니다.
당대에만 빚에 시달리게 하고 후손에게는 절대로 빚 만을 넘겨 주지 않는 영국/미국의 태도가 합당하지 않을까요.
유명한 사람들이, 그것도 재산이 많고 권력이 많던 사람들이 죽고 나서 보면 빚 투성이였다는 말은 흔히 들려옵니다.
역사에 남은 미국 독립선언서의 기초자 토마스 제퍼슨도 그 전형이지요. 루이지애나 영토를 프랑스 나폴레옹으로부터 취득하고 또 루이스와 클락 원정대를 서부로 보내서 오늘의 미국 영도의 기반을 닦았고, 권력분산의 이념에 의한 정당을 형성한 그 유명한 토마스 제퍼슨은 은퇴하여 버지니아 샬롯츠빌 근교의 장원에 살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장원 이름을 몬티첼로라고 짓고, 노예를 거느리며 곡식과 채소를 경작하게 하고(그 중 젊은 여자 노예와는 밀접한 관계로 트고 지내면서 둘 사이에 후손이 있었다는 말이 유력한 증거에 의하여 뒷받침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또 화초도 가꾸면서 유유자적하게 지냈습니다. 물론 자신의 묘지도 거기 있지요. (거기에는 버지니아종교자유선언의 기초자로, 독립선언의 기초자로 또 버지니아대학의 설립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쓰여 있답니다. 미국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은 없지요. 하긴 당연한 것 아닌가 몰라요.) 그 대단한 사람도 죽고 나서는 빚에 몬티첼로 장원이 넘어가는 일을 당했고, 후손은 장원을 넘겨 받지 못한 채 장원도 적당한 관리를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세기 후반에 어느 유태인 해군장교가 장원을 취득하여 보존하기에 이르렀고, 전전하여 지금은 몬티첼로 유지를 위한 재단에 넘어갔다고 하지요.
하긴 파산에 이를 정도로 빚에 시달린 것이 이 분 뿐인가요. 링컨 대통령도 두어번 파산했다고 하고, 음... 하인츠 케첩의 창시자도, 굳이어 타이어의 창시자도, 또 월트 디즈니도.... 말만 하면 알 수 있는 유명한 정치인들도 선거 빚에, 사업실패 빚에 시달리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하는 예를 종종 듣지요...
훌륭한 사람을 살리는 제도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잘 운영되는 파산제도 이외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파산은 인간을 재활용하는 제도이며, 그것을 위하여 공적 자금의 투입을 최소한으로 억제합니다. 왜냐 하면, 채권자들과 채무자 사이의 관계로 내부화(internalize)하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좋은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