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말잇기를 하자면서
형용사만을 말하는 당신은
반칙을 해서라도 이기고 싶은 걸까
아니면 어떻게든 지고 싶은 걸까
"예쁘네"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네루다" 같은 시인의 이름을 말한다거나
그래서 "다르지"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나 역시 "지겨워" 같은 형용사로 답하는 것은
겁나는 일인 것 같다
마치 그것은
단어를 생각하지 않고, 단어를 생각하지 않는 일들
마치 그것은
"빨리"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리버모륨"*이라고 답하는 것
"느리게"라고 말하는 당신에게는
"게르마늄"**이라고 답하는 것
빠르든 늦든 우리는 끝날 것이고,
새로운 놀이들을 생각하자
단어를 생각하지 않고, 단어를 생각하는 일들
"하모니" 와 "하모니카"
"미스터" 와 "미스터리"
"그레이" 와 "그레이드"
단어를 생각하고, 단어를 생각하는 일들
"자몽" 에 "이슬"
"만수" 와 "영자"
"오욕" 의 "세월"
무수한 핑계들을 댈 수 있다
웃자, 아니다, 지자,
울자, 아니다, 이기자.
말들은 끊임없이 돌아오고
필요와 피로가
쓸모와 몹쓸을
돌고 도는 일은 너무나도
귀엽잖아 귀엽지 않아
마치 그것은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을 생각하는 일
당신을 생각하지 않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일
* 원자번호 116. 반감기가 매우 짧아, 원자핵이 빨리 붕괴한다.
** 원자번호 32. 반감기가 메우 길어, 원자핵이 느리게 붕괴한다.
[고양이 게스트하우스 한국어],창비,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