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8
단어 하나로 두근 거리는 것들 중에 가보고 싶은 곳,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그리고 오랜 추억이 있는 것.
세시봉이란 단어가 그렇다. 특히 나같이 70년대 대학을 다니며 기타를 치고 노래하기에 미친 세대는 세시봉이란 단어, 트윈폴리오, 사월과 오월, 어니언스라는 단어만 들으면 가슴이 뛴다.
대학시절 기타하나 그리고 머리속에 저장된 수많은 노래가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했던가? 공부는 뒷전이고 노래부르는 행사가 있는 곳이면 시험보다 우선이었다.
그러나 당시 서울생활하고는 거리가 멀던 내게 세시봉이라는 단어보다는 트윈 폴리오가 더 친근했고,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이장희, 김정호라는 이름이 더 친숙했다.
비단 나 뿐만이 아니었다. 나이 50대 전후반 60대 전반에 있는 사람들 중에 트로트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은 온통 위의 가수들에게 혼이 빠졌었다.
정통 성악을 추구하던 조영남과 송창식 그리고 의학을 전공하는 엘리트 가수였던 윤형주. 그 하나 만으로도 사람들은 당시 다른 가수들과 크게 차별화를 했고 노래 또한 딴따라 냄새나는 기성 가수들과도 확연히 달랐다.
장발에 청바지를 입고 기타를 친다는 것. 당시는 모든 기성세대들에게 지극히 거부감을 주는 외적요소였다. 나 또한 대학 1학년 당시 교회에서 대예배시간에 기타치면서 헌금특송을 부른다 하니 교회 장로님들의 반발이 무척 심했지만 담임목사님이 나를 믿는다는 말 한마디로 교회가 생긴 이래 대예배시간에 기타치며 찬양을 한 역사적인 인물이 되었다.
지금도 여자들의 가장 좋은 남성상으로 교회에서 기타치면서 CCM 찬양대를 리드하는 교회오빠라고 말할 정도로 기타치며 노래를 부르는 젊은이는 언제나 호감이 갔다.
교회다니고 기타치며 노래하던 나. 그것도 남들보다 조금 잘하던 나.. 어찌 사연이 없었을까. 참 많았었다. 그러나... 군대를 제대하고 목전에 있는 취업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취업한 뒤로 기타생활은 내게서 아듀~~였다.
몇 년 전 추석 때 TV 특집으로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그리고 조영남이 출연해 중년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 뒤로 그 아류의 프로그램들이 종종 방영되었고 급기야는 영화까지 만들어 질 줄이야.
세시봉. 나도 몰랐는데 몇 년 전 추석 때 방영된 특집 프로그램에 당시 트윈폴리오가 세명이라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제 3의 인물. 원래 이익균이라는 사람인데 영화는 슬쩍 다른 이름으로 바꾸고 다른 스토리를 끼워 넣었다.
영화는 영화답게 실존인물이 모두 살아 있다 보니 약간의 허구를 집어 넣어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영화내용은 이미 윤형주가 오래 전 신문에 연재로 기고한 글이 있어 영화의 배경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
영화의 스토리는 제쳐 두고라도, 트윈폴리오가 결성되기까지의 얘기들이 참 재미있다. 그리고 그 들의 노래들.. 이 청년?이 어느 날 해변에 놀러 갔다가 해변에서 밤새며 놀고 싶었던 아가씨들을 만났는데 밤이 되어 서울로 돌아간다 하니 윤형주가 즉석에서 노래를 작곡해 그 아가씨들의 마음을 움직여 하룻밤 더 지내며 밤새 노래하며 놀았던 에피소드가 있는 노래. 조개껍질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포크송 작곡가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 번안곡들을 많이 불러 인기를 끌었던 트윈 폴리오의 노래들. 그 중 웨딩케이크. 이 영화의 테마는 이 웨딩케이크로 사연으로 이끌어 간다.
이제 밤도 깊어 고요한데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영화의 큰 스토리는 웨딩케익의 가사대로 이끌어간다. 대마초 파동으로 1년만에 해체된 트윈폴리오와 사라진 포크송들. 그리고 절묘하게 집어 넣은 세시봉트리오의 사라진 가수 한 명의 이야기. 허구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그럴 듯 하게 짜집기 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해설자 이장희. 어쩌면 당시의 이야기들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가수일 것이다. 멋진 젊은이들. 한 때 그 들의 모습이 그리워 나도 가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나는 집을 떠나 학업을 포기하고 노래할 용기도 없었고 서울이라는 곳은 내게 상당히 먼 곳이었다. 인천이라는 좁은 곳에서는 그래도 목소리크고 노래 잘한다고 친구들에게서 인정받았었는데...내 노래 인생은 거기까지였다.
요즘도 수없이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꾸고 있지만 정작 꿈을 이루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날개를 접었던 나의 젊은 시절.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면 할 수 있을까?
내가 가장 아끼던 당시 불렀던 몇 백 곡의 노래가 실린 필사본 악보들을 최근에야 스캔해서 파일로 만들었다.
영화를 보며 가슴이 뛴다. 기타치며 노래가 부르고 싶다. 이런 노래를 같이 부르기를 즐거워 하는 사람들과 같이 노래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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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우니 향기롭다 원문보기 글쓴이: 까르미나
첫댓글 저 내일 보러가요.가족들과...
사실은 국제시장 보고 싶었는데
아내가 봤다고 해서...흑흑...
혼자 즐기는 것도 때론 필요하답니다.
다녀오셨군요.
오후는 늘 바쁘니 조조할인으로 얼른 다녀왔습니다.
까르미나님의 글만으로도
모든 추억이 응집되어 눈물로 나타납니다
감사합니다. 나도 영화보면서 뭉클했습니다.
맞습니다
저 같이 그 세대가 아니어도
웨딩케익
한번만더
나는 피리부는 사나이
미련
나는너를을 흥얼거리니까요 ...
까르미나 선생님 글 참 잘 쓰시네요
명절 끄트머리에 마음 따스한글 잘 읽습니다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과 이런 노래들을 같이 부르면서
당시의 얘기들을 같이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도 국제시장은 보고픈데..
이건 별루 안 땡기드만...^^
보라고 주변 사람에게 권유할만 하던가요?
그 시대를 같이하고픈 마음으로 보세요. 사오모 노래는 안나와요.
이따가 제가 보고 느낀
그대로 올릴께요
문과반출신이 아니라
잘 쓰진 못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