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이었다….
기차가 지나간다는 경고음…. 그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순간이었다.
병원에서 어머니가 위급하다는 문자를 보고, 지난 15년 동안 나가지 않았던, 농장을 나와 최대한 빠르게 병원으로 가기 위해, 악셀을 밟았을 뿐인데….
갑자기 눈앞에 밝은 빛이 보이고, 주변이 어수선해졌다.
“운전자분 괜찮으신가요!”
차는 멈춰있었고, 악셀을 밟고 있던 발은 다른 곳을 밟고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열려있었고, 양쪽 바깥에는 사람 3~5명이 서성거리며 분주히 뭔가 작업하고 있었고, 한 명이 내 눈에 손전등을 비추며 소리치고 있었다.
당황스러움에 눈을 찡그리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을 때, 나에게 손전등을 비추던 사람 옆에 있는 사람이 소리쳤다.
“건강에는 이상이 없을 확률이 높으니까, 호들갑 떨지 말고 그거 내려!”
“아…. 네!”
그가 손전등을 끄자, 주변이 좀 더 선명하게 보였다.
앞에 있는 사람은, 경찰복을 입고 있었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 모두 경찰복과 정장을 입고 있었다.
“무슨 일이죠? 전 분명히 병원을 가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주변이 너무 밝았다. 분명 운전하고 있었을 때는 밤이었는데, 어느 순간 해가 떠 있었다.
“정지장 오작동입니다.”
앞에 있는 사람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지장 오작동으로 인해 귀하는 시간 정지 상태로 최대 15년 정도 정지된 상태로 있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네?”
당황스러웠다…. 정지장 오작동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는 상황이었다.
“멍청아 그런 식으로 설명하지 말라니까….”
그 옆에 있는 사람이 소리치며 그를 밀치고 들어왔다.
“에…. 당황스러우셨죠? 저희는 ㅁㅁ시 담당 공무원들입니다. 신고를 받고 찾아왔더니, 정지장이 풀리지 않은 상태로 계셨더라고요? 구조 작업 중에 알아낸 사실은 저 정지장은 15년 정도 전에 고장 나 있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뭐라고요! 그럼 저희 어머니는….”
경찰들이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보이며 말했다.
“그…. 실례지만, 신분증과 언제 이곳을 지나가셨는지 시간을 말씀드려주시겠습니까?”
나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를 뒤져 지갑 안에 운전면허증을 건네며, 말했다.
“2ㅁ10년 12월 2일 밤 8시쯤에 나왔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나는 말하면서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저희 어머니는요? 지금 날짜가 어떻게 되죠?”
“에…. 그게…. 2ㅁ20년 12월 7일이네요….”
그가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잠깐 전화를 해야겠어요….”
나는 핸드폰을 들며, 말했다.
그러자 경찰관 사수는 밖으로 나가며, 주변 사람에게 내 신분증을 건네며 뭐라고 말하는데, 내용에 ‘보험’이라는 소리가 얼핏 들렸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로….]
전혀 쓸모없는 전화에 망연자실해졌고, 손에 힘이 빠져 주르륵 내려갔다.
“괜찮으세요?”
아직 남아있던 경찰관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현재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일단 구조작업은 끝나셨고, 신원 조회 신청 넣어둔 상태니까, 다시 운전하시면 되겠습니다…. 결과 나오면 바로 그쪽으로 연락드릴 거고요, 혹시 긴 공백기 동안 정지된 통장이나, 계속 빠져나가던 월정액 서비스 같은 것들은, 저희를 통해서 복구 및 환불처리가 가능하시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경찰관 사수가 다시 안으로 들어와 상황설명을 해줬다.
“...”
대답하지 않고, 침울한 내 표정을 보고, 사수는 안에 있던 경찰관 부사수에게 무슨 일인지 알려달라는 눈치를 줬고, 부사수가 사수에게 잠시 속삭였다.
“그…. 어머니 일은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책임지고 어떻게 되셨는지, 소식을 가져오겠습니다.”
사수는 내 어깨를 두 번 토닥여주고는 부사수와 다시 바깥으로 나갔다.
“어머니….”
나는 한동안 운전대에 손을 댈 수 없었다.
#뉴스
정부가 주도하여 수행한, 정지장 오작동 피해자들을 구조하는 작업이 수행된 지, 단 3일 만에 15명의 피해자를 발견했습니다.
그중 최고 정지장에 갇힌 시간만 10년이 넘는 피해자도 있었는데요.
ㅁ기자?
네 정부가 주도하여 시행했던, 정지장 설치작업….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하여, 이제는 빨간불이 없는 도로를 만들었습니다. 도로를 빠르게 주행하다가, 사고가 날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자동으로 사고가 날 지점의 시간을 정지시키고, 상황이 해결되면, 정지가 풀려서, 운전자는 그냥 목적지로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교통문제를 해결하였고, 이제 정지장은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설치만 하고, 주기적인 점검을 하지 못한 외곽지역에는 고장 난 정지장들이 있었고, 그중에는 15년 동안 점검조차 하지 않은 정지장이 있었는데요….
그동안 자동차가 거의 지나가지 않다가, 피해자 A 씨가 기차가 지나가는 순간에 지나가려고 하자, 정지장이 발동했습니다.
그렇게 운전자 A씨는 무려 10년이란 시간 동안 정지장에 갇혀 있었고, 그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어머니가 위독하여, 담당 의사가 A 씨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자, 15년 동안 만나지 않은 어머니와의 연락을 끊어버린 것으로 판단하고, 그냥 두었다고 하는데요.
구조 이후, A 씨는 병원에서 온 문자를 보고 급하게 나왔다가 봉변을 당한 것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ㅁㅁ뉴스 ㅁ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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