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할 지인들
거실 걸레질하다 청소기 밑을 건드렸다.
넘어지며 약지 손톱을 때렸다.
멍이 들어 서서히 빠졌다.
찢긴 손톱! 뭔가 스치면 온몸이 움찔거렸다.
상당 기간 밴드를 붙이자 새로 났다.
어머니 떠나고 보이지 않은 까만 멍울이 생겼다.
상실의 아픔이 쉬 가시지 않았다.
어머니 아파트 관리비를 냈다.
핸드폰, 가스 자동이체 변경한 날 마음이 씻겼다.
금융 조회한 결과 문자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 계셨던 요양병원 야간 교대 시간에 찾아갔다.
그들 수고 알기에 파파존스 피자 두 판 사들고 3층 문에 섰다.
눈 큰 간호사가 ‘신윤엽 님 보호자가 오셨네!’ 반겼다.
근무자들이 덩달아 나와 맞았다.
‘이렇게 안 하셔도 되는데 맛있게 먹겠습니다.’
어머니 생전, 그들에게 피자 시켜 주고 인사받은 일이 떠올랐다.
눈물샘이 터졌다.
선한 어머니 주셨음에 감사하며 다시 돌아볼 것이다.
며칠 전, 수련회에서 만난 목사님!
모친 잃은 경험자로 격려차 방문하여 밥을 샀다.
요양병원 예배가 오후 2시라 이른 점심을 먹었다.
첫마디에 ‘목사님은 어머니 위해 겉으로 수고한 거였어요.
사모님 내조 없이 불가능했을 거예요,
그 심정 인정하고 사례하세요?’
그래, 챙기지 못한 것 맞았다.
일부러 여수에서 찾아온 열정에 힘이 났다.
짧은 만남이지만 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물었다.
헤아리는 인애를 배웠다.
일본 동생이 출국할 때 터미널에서 승용차 뒤 좌석에 봉투를 넣었다.
‘오빠! 올케언니가 머리카락 영양제 선물했고요,
또 돈 많이 썼네요. 고마웠어요.’
아내에게 말하고 엔화 하락으로 그냥 두었다.
여수 목사님 다녀간 날,
저녁 밥상머리에서 엔화 팔면 아내 통장에 입금키로 하였다.
일 년에 한번 꼴로 돌아온 우리 교회 시찰 예배가 부담스러웠다.
어머니 상사(喪事) 후 남 앞에 선 일이 어려웠다.
어머니 집 식탁에서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으며 뜻을 세웠다.
‘생명의 삶’ 그날 본문을 전할 참이었다.
말씀 묵상 위해 저녁 운동을 쉬었다.
아침 뜀질도 미뤘다.
이발소 갈 걸음도 멈췄다.
소 예배 실을 벗어나지 않았다.
정한 날, 예상보다 적게 모였다.
난 빠짐없이 다녔는데 일정이 틀어진 분들이 많았다.
품앗이인데 말 없는 불참에 서운함이 깃들었다.
하나님의 은혜는 분량대로 채우셨다.
어린 시절 재앙 치지 말라는 소리를 들은 자,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는 맛을 보게 하셨다.
긍휼을 얻은 하나님의 자녀로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게 만드셨다.
고난의 위치에 나그네로 머물지만 신분에 걸맞은 삶을 살아내란다.
식사 대접과 스벅의 차담 회에서 일궈낸 교제의 힘은 참으로 놀라웠다.
미국 현지 자바칩 프라푸치노 메뉴 경험자의 관심으로 그 맛을 봤다.
지난 연말, 지인 어머니 명지 전문대 합격 소식을 알려왔다.
SBS 주름진 손으로 초등 과정부터 차근차근..
꿈 이뤄낸 ‘87세’ 영상을 첨부시켰다.
눈으로 확인하고 답을 보냈다.
‘우형! 놀랍구먼. 금년에 가장 좋은 빅뉴스네.
도전과 가능! 어머니 마음이 한 일..
한국의 시바타 도요(일본의 할머니 시인 1911-2013..
아들 권유로 92세 처음 시 쓰기.. 100세 시집 발간..
저금/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 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탄생 시간문제네.
배움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네.
대신해 축하드리게. 감동 또 감동! 졸업 기원할게..
어머니 삶에 도전과 소망을 품게 하여 긴 여운으로 남구만..
응원하며 기도할게..’
‘목사님을 알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지난 수요 예배 설교 준비 마무리 시간에 카톡이 울렸다.
이번에는
‘만 88세 어머니가 1학기 마치는 기말고사’에 낸 과제물을 보내왔다.
사회 복지과 건강한 가정론 과목 김금자 님의 ‘가족 에세이’였다.
5남매가 어머니를 살뜰하게 섬김이 아름다웠다.
서로 불평 한마디 없이 어울렸다.
자녀들이 우애 깊게 나누는 모습으로 잘 살아 준 일에 감사하셨다.
나이 든 어머니를 대학 보낸 자녀들의 삶이 빛났다.
그런 자식들을 자랑스럽게 드러낸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졌다.
못 다닐 것 같은 대학 1학기 끝을 보며 신기하고 흥분된 일로 여겼다.
어린 친구들과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을 보람 있게 말씀한 어머니!
학문의 길 위해 하나같이 응원함은 건강한 가족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부족함 채워준 가족으로 행복 누린 김금자 할머니!
그 배움은 현재 진행형으로 자쾌(自快) 하셨다.
난 답을 써 내려갔다.
‘전능한 가족! 학문보다 삶으로 보여 준 식구들,
시대의 모범과 모델 된 명문 가문이네.
요즘 잘 알면 뭐 하고 많이 가지고들 이혼 소송하면 뭐해?
어머니의 희생한 삶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인 자녀들,
서로 존재 가치를 인정한 가정,
내 것 내놓고 기뻐한 삶의 현장이 천국을 누리는 것 아닐까?
실생활을 쓰신 어머니 과제의 글,
A 플 안 주면 교수 자질 없는 것..
우형이!
난 어머니 보내고 통장과 보훈 위로금 한 푼 손대지 않았어.
수고한 동생에게 넘겼어.
보훈금은 두 올케에게 나눈다 했어.
말리며 어머니 잘 모시려고 마련한 자동차 대금 갚으라 했네.
동생이 날 생각한 것 보면 얻은 것 더 크게 보이네.
우형! 어머니가 감동과 감격이네..
가까이 계시면 밥 한 끼 대접하고 싶다는..
어머니께서 졸업한 후 전국 가정 세미나 강사로 세워지길 기도할게..’
‘에고, 목사님! 과찬의 말씀 같습니다. 존경합니다.’
2024. 6. 8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