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준 씨와 김미순 여사의 장녀 조정선 양과 주계선 씨와 정정희 여사의 장남 주홍우 군의 결혼식이 3월 16일 서울에서 열렸다. 일주일 전 광주에서 조카 조정용의 결혼에 이어 두 번째다. 예전에는 문중에서 연거푸 식 올리는 걸 피했다고도 하지만 뭔 상관 있간디, 요즘에는 쓰는 것이 법인디.
조세준 씨 소원이 하객들 줄 세워 놓고 축의금 받는 것이었다는데 드디어 소원을 성취한 셈이다.
뭐니 뭐니 해도 여자의 일생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부대기실에 앉아 있을 때가 가장 기쁘지 않을까. 축하한다, 정선아!
신부의 친구들이 귀엽게 단장하고 축가를 불렀다. 알고 보니 친구들 가운데 정선이가 처음으로 테이프를 끊었다 한다. 풋풋한 젊음들을 물끄러미 지켜보며 칠순 가까운 노인은 탄식한다. 그래, 인생이란 너희들처럼 물이 잔뜩 올라 싱싱할 때가 아름다운 법이여!
나보다 네 살 더 자셨던가. 우리 어머님 승단숙 여사의 동생 승태숙 여사님. 춘천 사시는데 아드님의 차를 타고 오셨다. 오른쪽 사진 가운데가 나의 이종 사촌동생 지강훈.
왼쪽이 나와 육촌 내종형제인 조준호, 가운데가 조준호의 형인 조영호의 아들인 칠촌 조카 조정욱. 모두 우리 당숙과 당숙모를 닮아 훤칠하고 시원한 미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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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촌까지를 일가(一家 한 집안)라 하고 9촌부터는 친척이라 한다. 예전 같으면 오대동당(五代同堂)이라 했으니 한 지붕 아래 함께 살 법도 하건만 요즘에야 뿔뿔이 흩어져 소식이 격조하니 안타깝고 한스런 노릇이다.
왼쪽부터 셋째동생 조덕중의 장남 조정식, 나의 삼남 조정삼, 나의 차남 조정윤, 가운데가 나와 열아홉살 터울인 막내동생 조부덕, 다섯째동생 조영준의 장남 조정민, 여동생 조복덕의 장남 황인성, 조영준의 차남 조정주.
이제 나는 예비역으로 뒷전에 물러나고, 지금은 저 아이들이 이 세계를 움직이는 현역으로 뛰고 있다.
나의 친척 중에 나주 사시던 소설가가 한 분 계셨다. 평생을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지내셨다. 그분은 언제나 나한테 묵직한 화두였다. 과연 결혼하여 근심걱정 속에서 끊임없이 시달리고 사느냐, 아니면 혼자 맑게 고고하게 사느냐. 결론은 아무래도 결혼하여 자식 손자 얼크러지면서 부대끼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그게 행복이지 않을까.
정용이 결혼식 때에는 사정상 사진을 많이 못 찍었지만 정선이 결혼식 때에는 꽤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사람의 대소사 가운데 결혼하는 일이 가장 기쁘듯이 사진 찍는 일 가운데도 결혼사진 찍는 일이 가장 기쁘다.
우리 사랑스런 조카딸 정선이의 새 가정이 늘 웃음과 사랑으로 충만하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