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관[鹽官]이 대중에게 말했다.
"허공으로 북을 삼고 수미산으로 망치를 삼는다면 누가 치겠는가?" 하니 아무도
말이 없었다.
남전이 이 말을 전해 듣고 "내가 그 때 보았더라면 '왕노사는 그런 찢어진 북을
치지 않겠다.'고 했으리라." 하였다.
☆법안[法眼]이 이 이야기를 들고 말했다.
"남전은 무엇 때문에 찢어진 북이란 말까지 했을까? 그저 '왕노사는 치지 않겠다.'
고 하였으면 되리니, 원래 찢어진 북이기 때문이리라."
☆설두[雪竇]가 상당하여 말했다.
"허공으로 북을 삼고 수미산으로 망치를 삼으니, 치는 이는 많으나 듣는 이는 드물다.
여러분에게 물어니, 누가 칠 줄 아는가? 염관을 비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남전이 말하기를 '그런 찢어진 북은 치지 않겠다.'하고, 법안은 '왕노사는 치지 않겠다.'
고 하였으니, 두 개로는 어쩔 수 없고 한 개로는 어리둥절하리라."
다시 어떤 중에게 묻기를
"허공으로 북을 삼고 수미산으로 망치를 삼았는데 왕노사는 '치지 않겠다.'고 했으니
제방을 긍정하였는가?"
중이 말이 없자 대신 대답했다.
"천년묵은 밭은 주인이 팔백 명이니라."
☆보녕수[保寧秀]가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하였다.
"고인을 곰곰히 생각하니 헛수고만 하고 공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허공으로 북을 삼는다 하니 무슨 소리가 나며, 수미산으로 망치를 삼으니 어떤
모양인가? 치는 이가 많다 하니 무슨 까닭이며, 듣는 이는 적으니 귀는 어디에 있는가?
왕노사는 치지 않더라도 작가가 못되고, 법안의 안목도 도적이 마음 설래는 격이다.
말해 보라. 그대들은 무슨 별 다른 수가 있겠는가?" 하고는 주장자로 선상을 쳤다.
☆황룡심[黃龍心]이 말하였다.
"남전과 법안은 앞만 살필 줄 알고 뒤는 돌아 볼 줄을 모르는구나. 염관이 '허공으로
북을 삼고 수미산으로 망치를 삼는다.'고 하였으니 어디가 찢어진 곳인가? 설사
찾아서 찢어진 곳이 분명하여도 나는 다시 '북은 어디에 있는가?' 물어리라."
*위의 의미를 점검해 낼 수 있다면 한 줄기 소나기에 천 산이 수려해 지겠으나, 그렇지
못하다면 벽안 호승의 비웃음을 면치 못하고 괜스리 눈살을 찌푸리리라.
○허공으로 북을 삼고 수미산으로 망치를 삼는다면 누가 치겠는가? 여기에 내놓은 남전과
법안의 견해는 가히 안목이 투철하여 벗어날 길이 없다. 그러나, 선사의 안목으로 이르지
못하는 곳이 있으니 염관의 용심이 헛되이 허공으로 사라지려 하지만 끝내 돌아 오리라.
설두는 눈이 밝아서 치는 이는 많다고 하니, 치는 이는 누구인가? 아마도 귀는 어두워
듣느 이는 드물다고 하지만 귀는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허공과 수미산은 스스로 치고 울리니 누구에게 치고 들어라 하는가? 눈과 귀를 찾으려
의심하지 말라. 천지가 눈이요, 귀 아닌게 어디 있는가?
그래도, 남전과 법안의 안목을 부정한다면 그대 역시 천년묵은 밭의 주인이 되어 남전과
법안에 이어 설두 보녕 황룡의 끝자락에 서서 팔백하고도 한번째가 되리라.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