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그들의 귀향을 기다리며
식품중의 오염지표는 대장균입니다. 만약 식품 중에 대장균이 많다면 필시 만들거나 보관과정에 비위생적으로 처리되었음을 뜻합니다. 마찬가지로 1급수의 지표어종은 버들치나 열목어입니다. 과거에 이런 어종이 많았는데 지금은 볼 수 없다면 그곳의 물은 1급수 이하의 물로 더러워 졌음을 의미합니다. 한편 대기오염의 지표식물은 나팔꽃이라고 합니다. 나팔꽃 잎은 대기 중에 각종 공해물질이 미량이라도 있으면 민감하게 반응하여 잎 표면에 붉은 반점을 형성시킨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환경오염에 대해 각각의 지표생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환경오염을 한꺼번에 판단 해 줄 수 있는 지표생물이 있다고 하는데, 다름 아닌 개구리와 같은 양서동물이라고 합니다.
양서류가 환경오염 지표로 유용한 이유는 물과 땅을 오가며 살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래서 공기가 오염된 곳도, 물이 오염된 곳도 개구리의 서식 조건이 되지 못합니다. 또 개구리는 저항성이 약하여 오염된 곳에서 잘 살아남지 못하며 형태이상을 일으키기도 쉽습니다. 더러운 물에서는 개구리 알이 부화하지지 못하거나, 깨어나더라도 기형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개구리가 살지 못한다는 뜻은 땅과 물과 공기가 오염되었음을 뜻합니다. 개구리는 그 지역의 생태환경지수를 나타내는 가장 유용한 동물이며, 그 땅이 살만한 곳인가는 개구리가 얼마나 살고 있는가를 놓고 따질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고 합니다.
뉴스를 보니 원흥이 방죽에 두꺼비가 산란을 하기 위하여 구룡산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휴일 봄빛이 화사하여 멀리 큰 산에 등산이나 할까하던 계획은 원흥이 마을의 두꺼비를 만나는 걸로 바꾸었습니다. 아들과 함께 간단한 배낭을 메고 구룡산을 찾았습니다. 구룡산은 청주의 남부에서 동쪽과 서쪽을 길게 연결하는 해발 163M의 작은 산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넓은 면적의 녹지를 거느린 아홉용의 모습으로, 주로 농사짓는 사람들이 드나들던 산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앞뒤에 택지개발로 산자락이 헐려나가고, 흉터투성이의 등뼈만 남긴 모습처럼 바뀌었습니다. 대신 헐려나간 산자락에는 길도 나고 건물이 들어서서 각광받는 개발지역으로 변신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구룡산을 제물로 삼아 몸집을 불려가는 공룡처럼 말입니다.
구룡산 능선 길을 밟으니 산도 꿈틀거리는 듯합니다. 몰려드는 도시의 사람들을 모두 감당하기엔 역시나 힘겨워 보입니다. 뿌리를 드러낸 소나무가 그렇고, 사방팔방으로 나 있는 사람들의 길이 그랬습니다. 늘어나는 사람들의 발자국과 공사 소리에 원흥이 방죽을 오가던 수천마리의 두꺼비는 구룡산에 서식한다기보다는 숨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드디어 구룡산 정상에 섰습니다. 산 아래로 내려 보는 시내는 온통 흰색, 살색의 아파트천지였습니다. 오늘은 빌딩들이 자꾸만자꾸만 도심의 외곽 쪽으로 새끼를 번식시키는 괴물처럼 보였습니다.
원흥이 방죽이 있다는 산남지구도 발 아래로 보입니다. 수백 마리의 두꺼비 떼는 볼 수 없겠지만, 다만 몇 마리라도 볼 요량으로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산남지구에 내려오니 새로 난 신작로가 구룡산과 시가지를 갈라놓았습니다. 쌩쌩 달리는 차량들의 소리, 쿵쾅쾅하는 굴착기 소리에 땅이 다 흔들렸습니다. 원흥이 방죽은 그 개발지구 공사장 안에 있다고 했는데 그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신 법원 신청사 건물만이 앞에 버티고 있었습니다.
방죽은 법원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 주변의 높이보다 월등하게 내려 앉아 동서로는 옹벽이 쳐져 있고, 남북으로는 아파트 빌딩 사이로 구룡산과 연결되었습니다. 둠벙으로 흘러 들어오던 물은 사방에 둘러친 옹벽에 의해 물길이 막혔고, 구룡산 물줄기도 말랐습니다. 둠벙의 물은 아무리 보아도 흐리고 탁했으며 수면을 떠다니는 이끼로 보아 오염된 것 같았습니다. 이때쯤이면 암놈두꺼비를 차지 하기위해 수놈들의 경쟁이 여간 치열하지 않을 텐데 둠벙은 고요하기만 할 뿐입니다.
구룡산과 둠벙을 연결하는 길은 아파트 건물 사이로 나 있었습니다. 아직 얼음이 녹지 않은 이 통로에도 두꺼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소음들이 두꺼비에게는 얼마나 두려울까요? 그런 실개울을 지나 지하도까지 통과해야하는 길이 적어도 그들에게는 목숨을 건 모험이 될 것 같았습니다.
마침내 구룡산 산기슭 아래에 도착했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함정에 두꺼비 암수 한 쌍이 갇혀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목마다 이런 함정을 파서 몇 마리가 내려오는지 조사한다고 합니다. 함정을 벗어나지 못해 하늘을 향해 몸부림치는 그들은 이미 지쳐 보입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산기슭과 아파트 사이에 조경석으로 경계를 지었는데 그 곳을 내려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고행이었습니다.
원흥이 방죽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천마리 두꺼비에겐 생명의 원천이었습니다. 지금 그들과 함께 살겠다며 생태공원을 만들었지만 얼마나 갈 지 걱정이 됩니다. 애초에 택지의 수백 미터만 두꺼비에게 양보했다면 두꺼비도 사람도 함께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어릴 적엔 뱀과 두꺼비를 보면 징그럽다는 이유 하나로 돌멩이질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두꺼비에게는 몹쓸 짓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 마리에 천만금을 들여서라도 살려내야 할 의무와도 같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무자비한 개발논리에 외에도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할 가치는 훨씬 더 높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만큼 이들의 터전을 빌렸는데 더 이상은 훼손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원흥이 마을에 두꺼비를 살리는 것은 우리 삶의 터전을 살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두꺼비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생태통로가 곧 두꺼비들의 생명 통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껏 원흥이 방죽을 찾는 두꺼비가 줄었지만 올해부터는 많이 찾기 들길 바랍니다. 그래서 어미 두꺼비가 산란한 알들은 무사히 부화되어, 구룡산으로 향하는 새끼 두꺼비들의 귀향을 다시 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첫댓글 두꺼비들의 평화롭던 서식처, 원흥이방죽을 빼앗기고 그들은 또 어디로 가야하는지..... 미동산 수목원 연못으로 몇마리 잡아다가 번식시켜주고 싶네요.
가까이 있으면서도 옛모습을 오래전에 한번 가본 기억이 나네요. 원흥이 방죽 답사 안타까운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