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 소설 |
전설2 [세포와 풍경화] 제61회
제1부 돌개바람
4. 과수원에서(7)
다리를 뒤로 곧게 벋어 몸을 수평으로 해서 앞으로 두어 바퀴 연속으로 돌고는, 한 쪽 다리를 철봉에 걸치고 뒤로 돌기를 했다.
그런 식으로 배를 철봉에 걸친 채 앞뒤로 돌기만 몇 차례 하고 철봉을 잡은 채 몸을 흔들어 내렸다.
그리고는 이어 턱걸이를 했다. 마흔 개를 억지로 채우고 내려섰다.
그가 내려섰을 때는 이미 벗어두었던 윗도리를 걸치고 모자를 쓴 광수와 우찬이가 체육관으로 쓰고 있는 강당 쪽으로 앞서서 걸음하고 있었다.
준호도 윗도리를 어깨에 걸치고 모자를 쓰고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서 이미 그러기로 약속했던 것처럼 그들 뒤를 따랐다.
그들은 강당에 있을 이배손과 함께 동촌 과수원에 가기로 했던 것이다.
동촌에 광수의 외가가 경영하는 사과 과수원이 있었다.
강당의 바닥은 마루였으나 윤을 내지 않고 물청소를 하는 탓인지 거칠게 튼 상태였다.
한쪽 구석에 낡은 농구 골대 둘이 한 자리에 밀려나 서 있었고, 홀 가운데는 기계체조 용구들이 적당히 자리 잡고 배치되어 있었다.
뜀틀 두어 세트와 안마, 이동식 철봉과 평행봉, 그리고 천정에 매달아 놓은 링까지.
그러나 거기에 있는 학생은 서너 명에 불과했다. 학교 체조 선수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운동을 한 바탕 한 끝이었는지 아무도 기구에 매달려 있지 않고 한쪽 벽에 나란히 기대어 쉬고 있었다.
준호 일행이 들어서자 그들 중 하나가 한 팔을 높이 들어 흔들어 보였다.
배손이다.
셋은 마루에 올라설 생각이 없는지 문 입구에 선채 배손을 향해 마주 손을 들어 흔들어 보였다. 그는 기계체조 선수였다. 기계체조는 공업학교 교기였다.
그래서 배손은 졸업 작품도 준비하지 않았다.
그는 졸업하면 6년제 중학교에는 진학하지 않고 그냥 후배들을 지도하는 코치로 머물게 되어 있었다.
일본인 선수들과 코치나 지도자까지 다 사라져버려 학교 교기로서 체조부가 해산될 지경에 있었다.
그 교기로서 기계체조의 명맥을 보존해야 할 책임이 그에게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언제 끝나노?”
우찬이가 그 쪽을 향해 소리쳤다.
“끝났다.”
그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일어서면서 나머지 서너 명의 선수들에게
“나 먼저 나간다. 뒷정리 제대로 해놓고 나가라. 알았제?”
하고 지시하자 모두 일제히 “예, 알았심다!”하고 소리쳤다.
그는 옷을 갈아입고 걸어 나왔다. 소지품이 없는지 빈손으로 나왔다.
그들은 자전거 거치대 쪽으로 걸어갔다.
거기 거치대에는 아직도 자전거가 가득 차다시피 서있었다.
재학생들은 아직 한창 수업 중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뒤, 그들 넷은 자전거를 타고 교문을 나섰다.
----------------------5월 28일 (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