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아련한 추억처럼 파도 소리 위에 꿈처럼 떠있는 섬...관매도는 진도면 조도면에 딸린 섬이다
관매도는 진도 서남쪽 끝 팽목항에서 24km거리에 있는데 배로 약 2시간 정도 가야 닿을 수 있다
약 1700년경 제주도로 귀양가던 선비가 해변에 매화가 무성하게 핀 것을 보고 관매도(觀梅島)라 하였다 한다
2010년 전국에서 처음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지정된데다.. '1박2일'에 방영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그러나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서까지 찾아갈 정도로 매력있는 섬은 아닌 것 같다
진도 팽목항
전주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하여 약 3시간을 달린 끝에 진도 서남쪽 끝에 있는 팽목항에 도착하였다
진도의 관문 역할을 하는 팽목항은 1998년 2월 24일 국가지정어항으로 지정되었다
과거에는 목포-팽목-제주도를 잇는 항구였으나 현재는 진도 근해의 섬을 연결하는 항로의 출발지가 되고 있다
관매도에 내리다
여객선은 네 개의 올망졸망한 섬에 들려 손님들을 내리고 실으며 약 2시간 만에 관매도에 도착하였다
비좁은 객실에 200여 명의 관광객이 쭈그리고 앉아서 오는 바람에 선착장에 내리니 다리가 저리고 허리도 아팠다
인구가 220명 남짓한 외딴 섬은 한산하기 그지 없었으며, 우리 일행이 내리자 시끌벅적해졌다
관매도에는 수령 800년의 후박나무가 있으며, 돌미역, 멸치, 꽃게, 돔 등의 특산물이 유명하다고 한다
관매1경, 곰솔해변
관매도 트레킹로는 해수욕장 위에 있는 소나무숲 속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약 3만여 평에 이르는 관매해수욕장 해송림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고 한다
연무가 스멀스멀 번져오는 해송림은 환상적이기까지 하였으며 나무데크와 밧줄로 길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관매도 해변
관매도의 해변은 자잘한 모래와 갯벌이 적당하게 어우러져 신발을 신고 걸어도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관매도의 백사장은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백령도 사곶해안을 닮았다
그런 해변이 동서로 3km에 이르는데.. 툭~ 트인 청정의 바다를 바라보노라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독립문바위
트레킹로를 벗어나 샛길로 10여분 들어가니 해안 절벽으로 이루어진 독립문바위가 나타났다
전망대에서는 실체가 보이지 않아 출입금지구역으로 약간 더 내려갔더니 거대한 바위동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만년 동안의 침식작용으로 이루어진 바위굴을 독립문바위로 명명했는데...내가 보기에는 독립문을 닮지 않은 것 같았다
수줍은 진달래
독립문바위를 돌아 나오다가 수줍은 속살을 드러낸 진달래 꽃봉오리를 만났다
혹독한 지난 겨울의 추위와 매서운 해풍을 견디어낸 진달래의 속살은 경이롭고 신비스러웠다
귀엽고 앙증맞은 꽃봉오리는 이제 막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열여섯살 소녀의 젖몽우리 같아 내 얼굴이 붉어졌다
방아섬으로 가는 길
해변을 따라 잘 조성된 산책로를 걷다 보니 땀이 흘러내려서 모두들 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나무기둥과 동앗줄을 이용하여 만들어 놓은 산책로는 매우 경겨웁고 편안해서 참 좋았다
봄기운을 받아 이제 한창 개화를 준비하는 주위의 풀과 나무들이 풍기는 향기가 싱그럽기 그지없었다
산자고(山慈姑)
관매도의 양지쪽에는 '산자고'라는 야생화가 널려 있었다. 순우리말 이름 '까치무릇'이 더 정겹다
'봄처녀'라는 꽃말과 함께 며느리를 사랑한 자애로운 시어머니의 전설이 전해오기도 한다
산행길의 길섶에서 봄처녀의 하얀 속살처럼 피어 엎드려 있는 산자고는 우리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였다
관매2경, 방아섬(남근바위)
관매도 동북쪽에 있는 방아섬은 옛날에 선녀가 내려와서 방아를 찧었다는 전설이 깃들어있다
정상에는 남자의 상징처럼 생긴 바위가 솟아 있는데,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 정성껏 기도하면 아이를 갖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걷히지 않는 연무인가 황사 때문에 남근바위의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함이 안타까웠다
해풍으로 땀을 닦다
아침 기온이 쌀쌀하여 겨울 등산복 차림으로 나온 탓으로 몸에는 땀이 많이 흘렀다
남도의 해풍은 별로 시원하지 않고 말초신경만 간지럽혀서 땀이 그치지 않고 갈증이 심해졌다
버스 두 대로 온 산악회 멤버들은 몇 갈래로 나뉘어져서, 계획된 코스를 제대로 답사하는 팀은 십여명에 불과하였다
기막힌 점심식사
예닐곱명의 회원들과 함께 해안 쪽으로 위험하게 튀어나온 바위에 주저앉아 점심을 먹었다
우연히 동행하게 된 양선배님 모습에서 은퇴한 후의 내 모습을 발견하고 동류의식이 느껴졌다
이제 5년 반만 지나면 은퇴하는데...어떻게 사는 삶이 건강하고 행복할지 고민이 되었다
셋배쉼터
식사를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다가 셋배쉼터에서 식사하고 있는 일행들을 만났다
일행들은 막걸리잔을 기울이는 남자들과 지천에 널린 쑥을 캐느라 여념이 없는 여인들로 이등분되어 있었다
셋배쉼터 현판의 현대식 글씨체가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노란색으로 양각된 매화 무늬가 세련되어 보였다
돈대산으로 가자!
셋배쉼터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일행을 뒤로 한채 관매도의 최고봉인 돈대산으로 가기 위해서 돌아섰다
돈대산은 높이가 해발 219m밖에 되지 않지만 무더운 날씨와 점심식사 직후라서 오르기가 많이 힘들었다
은퇴한 후에 등산과 골프로 건강을 다지고 사시는 양선배의 모습이 참으로 좋아보였다(나도 이렇게 살아야 할텐데...)
노루귀를 만나다
관매도 돈대산을 오르다가 산자고에 이어 봄의 전령사 노루귀를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데..눈속에서 꽃이 피는 노루귀는 파설초(破雪草) 혹은 설할초(雪割草)라 불리우기도 한다
꽃이 필 때 말려있는 모양이 노루의 귀와 비슷하다 하여 '노루귀'란 이름이 붙여졌으며, 꽃말은 '인내'다
연약한 몸으로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얼었던 땅이 녹기 무섭게 고운 꽃을 피우는 걸 보면 애잔하다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유안진의 詩 <들꽃 언덕> 전문
돈대산 정상(해발 219m)
한 시간 가량 땀을 흘린 끝에 돈대산 정상에 다달았지만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그 흔한 정상석 하나도 없었다. 이름에 걸맞는 돌탑 하나라도 세워놓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꼬?
나는 측량의 기준이 되는 삼각점 표지석에 주저앉아 만세를 부르며 인증샷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제3경, 돌묘와 꽁돌
돈대산을 내려와 하늘다리로 가는 길옆의 왕돌끼미에 하늘장사가 묻혔다는 돌묘와 꽁돌이 있다
기묘하게 생긴 3m에 이르는 꽁돌(공깃돌의 방언)은 옥황상제가 아끼던 공깃돌이 떨어졌다는 전설이 있다
실제 꽁돌에는 큼직한 손자국이 나있어 전설을 뒷받침해주고 있는데, 옆에는 하늘장사가 묻혔다는 돌묘가 있다
하늘다리를 가슴에 품다
제5경인 하늘다리로 가려고 출발하였지만 여객선이 출발하는 시간을 맞출 수 없을듯 하여 그냥 돌아섰다
그 대신에 하늘다리가 그려진 표지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었다
바위산 중심부가 칼로 자른듯이 똑바로 갈라져 그 폭이 3~4m인데... 그 사이에 아슬아슬한 다리가 놓여있다
원점으로 돌아오다
약 4시간 동안 섬의 반쪽을 돌아서 출발지인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걷고 싶은 매화의 섬, 관매도>라고 씌여 있는 표지석 앞에서 일행들이 함께 모였다
영화 <천년학>의 배경이 되었고, 지난 해에 <1박2일>에 방영된 덕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었는데 별로 매력이 없다
하산주를 마시다
처음 출발하였던 팽목항에 도착하여 전주에서 가져온 생선회 안주로 이슬이을 몇 잔 마셨다
산악회 회장님이 고향의 중학교 선배라고 하셔서 반갑게 악수하고 술잔을 주고 받았다
다시 3시간을 달려서 전주로 돌아오는데 너무너무 멀게 느껴져서 힘이 들었다
첫댓글 언제 또 다녀왔나요.
기회있으면 같이 데리고 가주어요. 부럽다.
주중에 개교기념일이 끼어서 선배님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저는 사목방문길 걸었습니다
21년 전통의 건축과팀과 교구 순레담당팀과 25Km 라나 ㅋㅋ
봄바다의 여유가 느껴지네요
소박한 섬이죠.. 지난 추억이 떠오르네요..
남근바위며 관매도의 표지판이며~
그저섬여행은 느림으로 나 자신을 힐링하는 여행이죠.
소박하기 그지없는~ 풍경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