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빚어놓은
초록의 세상에 빠져
/梅谷堂 김 경숙
그 옆을 스쳐지날 때마다 도드
라진 능선의 모습에 난 늘 선망
의 눈초리를 보내오곤 했었다.
언젠간 쇠뿔처럼 솟아난 너의
머리를 밟고 땀을 흘리다 기쁨
의 탄성을 부르며 또 한번 성취
감에 쾌제(快哉)를 외칠 날이
있으리라.
말만 들어도 치가 떨려오는 이름 "치악산!", 과연 그는 날 어떤 모습으로 맞아 줄 것인지,
별러왔던 그와의 첫대면에 학창시절 소풍날을 받아놓고 가슴을 설레왔던 기분으로 며칠
간의 날을 흘려보내야 했다.
드디어 그와의 상봉이 이루어지는 날, 말이 종주길이지 뜨거운 여름날의 대장정을 어찌
감당하여 낼 것인지, 치악산을 향한 염원이 설레임 반 걱정반이다.
다행히도 날씨는 쾌청하고 하늘엔 종종 뭉게구름 한조각 떠가는 모습이 괜스레 벌렁이
는 가슴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해온다.
*산행코스;성남리 높은다리 주차장-상원사-남대봉-향로봉-곧은치-원통재-
비로봉-구룡사-신흥동주차장(약 22Km)
도착시간 9 ; 27, 산행 시작기점인 높은다리 주차장에 세워진 표지판엔 비로봉까지
16Km의 사인이 보인다. 시간당 3시간씩 이동해도 비로봉까지는 5시간이 걸릴 것이
다.
임도를 따라 얼마간을 오르다 '치악산 국립공원 안내도'가 세워진 곳을 지나 등로가
좁아지면서, 우거진 숲속길을 따라 상원사로 향하는 상원골 오름이 시작된다. 우거진
수풀밑에 배암의 간교한 유혹만큼이나 붉을대로 붉어진 뱀딸기가 입안가득 침을 돌
게 한다. 옛생각을 하며 잠시 멈춰서서 농익은 열매 한알을 입안에 넣고 씹어본다. 단
맛이 있을 줄 알았던 그 추억의 아스라한 장면하나가 싱거운 입맛으로 하여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애써 기억을 잊고자 녹음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사매(蛇苺) 또는 지매(地苺)라고도 하는, 장미과(薔薇科 Rosaceae)에 속하는 덩굴성
다년생초. 4-5월에 꽃잎 5장의 노란꽃을 피워 붉은 열매를 맺는 위과(僞果)로 예전엔
열매에 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설이 있다. 어려서는
이 열매도 꽤나 따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지루한 감이 들려 할 즈음 첫번째의 철다리를 건너면서 온 몸으로 스며드는 계곡의 청
량감을 맛보게 된다.
지척에 맑고 시원한 계곡물소리가 들려온다. 상원골로 접어들은 듯하다. 숲이 얼마나
우거졌으면 몇미터 앞에 가고 있는 일행들의 뒷모습이 카메라에 들듯말듯하다. 오늘
처럼 무더운 여름날 그늘속을 산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
른다. 갈길이 멀다 보니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알아서들 발걸음에 가속(加速)을
더한다.
적당히 분주한 듯 물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계곡에는 크고 작은 무명의 폭포들이 만들
어졌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흐름을 잇고 있다. 비오듯 흐르는 땀은 온데간데 없고 온
몸으로 스며드는 청량감에 잠시 힘든 기색도 잊는다.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지경의
신선감에 도취되면서 여름계곡산행의 참맛을 느껴보는 순간이다.
일단은 '악'소리가 난다는 전국 10대 ‘악(嶽)’자가 들어가는 치악산의 거친 선입견에
서 벗어나 보기로 한다. 능선을 타봐야 알 일이지만 우선은 오르막길이어서 힘에 겨운
산행길이지 생각했던대로의 바위오름길은 아니기에 조금은 부담감을 덜어본다.
상원골을 옆에 끼고 몇 개의 다리를 지나 능선을 비스듬히 치고 오른다. 산행시작 1시간
20여분 만에 상원사 300m남겨두고 샘(쌍룡수)에 도착하였다.
샘에서 물 한바가지 가득 떠서 해갈을 한 후 발길을 재촉하자 얼마 오르지 않아 상원사
(해발1100m) 입구가 보인다. 남대봉으로 오르는 길목에 배낭을 내려놓고 절내로 들어가
보았다.
상원사는 치악산의 남쪽 끝 남대봉(1,182m) 기슭에 있는 절로 100평 남짓한 돌바닥
위에 세워져 있다. 절 앞 바위틈에서는 시원한 샘물이 솟아오르고, 그 앞에는 40여m
의 벼랑이 있다. 벼랑 끝에는 희귀한 계수나무 3그루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서
있었다. 치악산의 유래가 된 은혜 갚은 꿩의 이야기는 이 절에서 생겨난 전설이다.
10 ; 50, 절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오른쪽 계곡아래로 펼쳐지는 조망이 가슴 후련하
도록 시원스럽다. 된비알을 오르며 그간에 흘렸던 땀방울이 일순간에 모두 푸르른
숲의 공간으로 달아나 버린다.
이곳에서는 상원사계곡과 매봉산 오른쪽으로 감악산이 깨끗하게 조망된다. 잠시 상
원사 절내를 둘러보았다.
상원사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해발 1,100m) 고찰답게 여러가지의 전설
이 담겨져 있는 곳이다.
신라시대 우착대사가 창건하였다는 내용과 그 유명한 나그네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종을
세번 울리고 죽은 꿩과 구렁이의 전설이 있어, 적악산(赤岳山)이 꿩치(雉)자를 써서 치악
산(雉岳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치악산은 강원도의 원주시와 횡성군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서 주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남대봉과 매화산등 1천여미터의 고봉들이 연이어 있고, 곳곳에 산성(금대산성, 영원산성,
해미산성)과 사찰(구룡사, 상원사, 석경사, 국형사, 보문사, 입석사) 사적지가 산재해 있
다. 1973년 3월 15일에 도립공원으로, 1988년 6월 11일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치악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원주 치악산에 한 절이 있어 하루는 불존(佛尊) 수좌(首座)가 법당(法堂) 뒤를 배회하고
있었는데, 큰 구렁이 한 마리가 꿩을 감싸고 있었고, 구렁이와 꿩이 서로를 삼키려 하고
있었다. 아, 이렇듯 서로 물고 버티며 놓지 않는 다툼이 있었는데, 둘이 서로 싸움하는 사
이에 어부지리(漁父之利)가 가까이에 있음을 알지 못하였다.
불존 수좌가 지팡이로 구렁이를 풀어 꿩을 구하니, 이날 이경(二更 밤10시경)에 하얀 형
상을 한 노인이 와서 전등(剪燈)의 왼쪽에 앉아 쇠붙이가 부딪치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말하기를, "나는 이내 이 절의 종을 주조하는 화주승(化主僧)이다. 사방에서 시주를 모아
자선(慈善)을 베풀고자 이 큰 종을 주조하였으나 종소리가 맑지 못하여 도리어 죄업(罪
業)에 대한 응보(應報)를 받았다.
살리고 죽이는 것은 구렁이의 뜻이었고, 지금에는 재앙과 액운이 헤아릴 수 없다. 오늘
다행히 꿩 한 마리를 얻어 점심으로 먹으려 하였다. 그대의 자비로 이와 같이 한번 굶주
렸으니 반드시 그대를 대신으로 먹어야겠다. 그대의 뜻은 어떠한가. 만약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나를 위해 종을 쳐서 소리를 내면 이러한 추한 응보를 면할 것이니, 이것 또한
자비이다." 하고 말이 끝나자 홀연히 떠나갔다.
의심스러워 괴상하게 여기는 사이에 앞에 있는 울리지 않던 종이 천천히 하늘 밖으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두운 속에서 한 쌍의 꿩을 보니 부리를 사용하여 종을 울렸다.
한 번은 소리가 크고 한 번은 소리가 작아 큰 소리와 작은 소리가 마디가 있었고 한 번
은 암컷의 소리였고 한 번은 수컷의 소리여서 암컷과 수컷의 차례가 있었다. 일종(一宗)
이 죽고 일종(一宗)이 살았으니 죽고 사는 것에는 표지(標識)가 있으며 이것이 불문(佛
門)에서 예악(禮樂)을 짓는 법이다.
동틀 무렵에 노인이 다시 와서 말하기를, "나는 종이 울리는 힘을 입어 얽어맸던 몸에서
벗어나 승천한다."고 하였다. 해가 솟아 밝아올 무렵에 가서 보니 금구렁이 한 마리가
남쪽 처마 아래에 죽어 있으므로 승(僧)이 죽었을 때의 예와 같이 장사지냈다.
아, 꿩은 자기의 몸을 희생하여 목숨을 구해준 승(僧)의 은혜를 보답했고 승(僧)은 꿩의
목숨을 구해 준 것으로 인하여 목숨을 구하는 보답을 받았다. 구렁이는 승(僧)으로 인하
여 생명을 아껴 꿩을 살려 주었고, 꿩으로 인하여 쌓였던 억겁(億劫)의 고통을 벗었으니
이것이 일거삼득(一擧三得)이다. 사물은 비록 같지 않았으니 세상에서 뛰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치악(雉樂)으로써 그 산의 이름으로 하고 종을 쳤던 소리로써 온 나라의 사찰에
퍼졌다고 한다. (자웅종기에는 雉岳이 雉樂으로 되어 있음.)
<해남 대흥사에서 1921년 발간한 「범해선사 문집」중의 '자웅종기(雌雄鐘記)'에서>
또한 대웅전 기둥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전각되어 있어 그 뜻을 찾아 옮겨 본다.
靑山疊疊彌陀窟 (청산첩첩미타굴)
겹겹으로 푸른산은 아미타불 법당이요
滄海茫茫寂滅宮 (창해망망적멸궁)
아득하게 넓은바다 적멸보궁 도량이라.
物物拈來無罣碍(물물염래무가애)
세상사의 모든것이 마음따라 자재한데
幾看松亭鶴頭紅 (기간송정학두홍)
소나무위 머리 붉은 학을 몇번이나 보았는가.
산산 물물이 불법 아님이 없으며
일체처 모두가 이 마음인 것이요
세상사 모든 것 마음의 나툼이니
볼줄 모를줄을 알면 참 봄이니라.
일행들과 기념촬영을 한 후 샘터에서 다시 목을 축이고 11시를 지나며 상원사를
나왔다.(사진;떼떼님)
상원사 일주문 바로 앞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돌아 10여분 오르면 또 다시 갈림길
이 나온다. 좌측으로는 금대리에서 영원사를 거쳐 올라오는 영원골과 서쪽으로
시명봉 방향이며 우측이 남대봉 방향이다. 신록의 계절 울창한 산림에 가려 조망은
전혀 없다. 상원사에서 남대봉으로 오르는 길은 완전히 녹음속에 파묻혀 여유로움
이 없는 발걸음으로 하여 체내에서 생성되는 땀과의 한판 승부를 겨루는 인내의 코
스이다. 나무 계단이 많아 잘 정돈된 휴양림에 온 기분이다.
상원사 갈림길에서 15분 정도를 올라 시야를 터주는 곳, 세존대를 배경으로 기념촬
영과 함께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여 보았다. 이 바위는 사람의 얼굴 모습을 하고 있다.
상원사에서 0.7Km 오른 곳 남대봉이다. 예전에 망경봉으로 불리우던 곳이다. 남대봉
(1,181m)에는 초라한 산불감시초소와 헬기장이 있고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산정상
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원래 봉우리에서 이곳으로 이정목을 옮겨 놨다고 하
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이곳에서는 백덕산과 영월방향이 조망된다.
남대봉을 내려와 다시 오름길을 올라 바위능선을 넘으면서 치악산의 주능선이 눈
앞에 펼쳐진다.
오른쪽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향로봉과 멀리 비로봉까지도 시야에 들어온다. 햇
살은 뜨겁고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도 이곳에서 만큼은 눈앞이 시원하게 열려져
있다.
향로봉으로 오르는 중에 일행들이 돗자리를 편다. 앓는 소리 한번 없이 잘들 오른다
하였더니 허기가져서 도저히 안되겠던 모양이다. 오늘따라 점심상이 푸짐하고 고급
스럽다. 국수를 비비고 갑오징어 숙회, 가오리찜등 한상 차려놓고 일행들이 잔치집
분위기에 젖어보았다.
향로봉까지는 거의 조망이 없어 우거진 산림사이를 거침없이 내달리 듯 걷는다. 힘
들다고 엄살부릴 사이도 없이 향로봉 직전 금두고원(치악평전)을 지나쳤다. 뒤돌아
보니 저 멀리 서남쪽으로 남대봉이 수줍은 듯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오래간만에 다
시 조망권이 트이는 곳에 서보았다.
멀리 평안촌님 스틱이 가리키는 쪽에 비로봉이 바라다 보인다.
치악평전에서 약10여분 지나면 조그마한 돌탑과 삼각점(△)이 설치되어있다. 향로
봉 바로 직전이다. 이곳에서 우리 일행은 잠시 갈팡질팡하다 오른쪽 길로 잘못 내리
는 착오를 일으킨다. 50m정도를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 좌측으로 잘 나있는 길을 택
해 다시 바쁜 걸음을 옮겼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이정목과 영원산성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는 향로봉 정상
(1,043m)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는 원주시 행구동쪽 시가지만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이라고 해봐야 조망권은 별로이다.
향로봉을 내려오며 기형의 아름드리나무를 지나며 예전 같으면 여인네들 폼한번
잡고 지나갈 듯 하였으나, 워낙 긴 거리를 산행하다 보니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가 보다. 내리막길을 순식간에 지나쳐 갔다.
다음에 이른 곳은 곧은치(860m)이다. 상원사 5.7Km, 비로봉 4.8Km.. 관음사 방향
(행구동)과 부곡지킴터(고든골)로 내릴 수 있는 갈림길이다.
수풀림이 우거진 숲속길을 달려서 앞이 뻥 뚫린 곳에 너른 평전이 나타났다. 젊은
여인네 두분이 풀밭 그늘에 앉아 한가로히 원주시내를 관망하고 있다. 아마도 이곳
은 활공장인 듯... 그야말로 한마리 새가 되어 푸른 창공을 날아보고 싶은 유혹이 이
는 곳이다.
통나무 계단길을 올라 원통재를 지나서 입석사 삼거리(해발 1,130m)이다. 비로봉
1.3Km.. 힘겹게도 달려왔건만 정대장님 이곳에 서서 "벌써 여기까지 왔네~" 하시는
바람에 한바탕 웃음을 날려본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막바지 오름길에 힘을 내어보
았다.
긴거리 산행을 처음 해본다는 여자 일행 한분이 바윗돌에 걸터앉아 많이 힘들어 하
는 통에 남정네들이 등을 두들겨준다 하며 잠시 수선을 피운다. 얼마 남지 않은 오름
길 내려갈 일을 생각하여 천천히 오르라 이르고서.....
입석사 갈림길에서 0.4Km 올라 쥐너미고개이다.
쥐너미재, 옛날 쥐떼가 넘어간 고개라 하여 쥐너미재라 한다라는 안내간판을 뒤로하
고 900m남은 비로봉까지의 마지막 오름길에 박차를 가한다. 헬기장에 올라서서 올려
다본 비로봉 정상의 모습이다. 돌탑 세개가 마치 황소 뿔처럼 솟아있다. 떡시루를 엎
어놓은 것 같아 시루봉이라고도 불리운다 하더니 정말 떡시루 엎어놓은 모습과 흡사
하다. 돌탑의 이름은 헬기장에 서서 좌측으로부터 칠성탑(북쪽), 신선탑(중앙), 용왕
탑(남쪽)이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비로봉 정상을 머리 위에 두고 한걸음에 달려서 올라갈 것 같
았으나 정상을 오르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만은 아니하였다. 구룡사 갈림길을 지나고
산불감시초소를 거쳐, 너덜길을 올라 몇차례 가파른 철계단을 사력을 다해 오르고서
야 겨우 정상에 설 수 있었다.
마지막 철계단을 올라서니 제일먼저 용왕탑이 반갑게 맞아준다. 계단길을 오르며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용왕탑의 모습은 비로봉까지 먼 거릴 달려오며 쌓
였던 피로감을 순식간에 말끔히 잊게 해준다.
중앙에 있는 신선탑이다.
정상석에서 한계단 아래쪽에 있는 칠성탑의 모습이다.
비로봉 정상석..
비로봉 정상의 돌탑 3기는 20여년전에 작고한 고 용창중 할아버지가 신의 계시를
받아 지난 1964년에 시작해 1974년에 완성했다 한다. 오래전 태풍 매미 때 무너졌
지만 헬기로 돌을 실어 나르고, 시민들이 배낭에 돌을 담아 오르는 등 시와 시민들
그리고 국립공원 관리사무소가 일심단결해 수개월 만에 원상복구를 했다 한다. 고
용창중 할아버지가 탑을 쌓게 된 사연은 구룡사 인근 여자 화장실 문에 자세히 적
혀 있다고 한다.
비로봉에 서면 치악산의 봉우리는 모두 조망된다. 칠성탑 피뢰침 뒤로 매화산과
천지봉이 시계바늘 반대방향으로 헬기장이 있는 무영봉, 그 뒤로 삼봉 투구봉 토끼
봉이 보인다. 그곳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원주시가지를 지나면 향로봉과 남대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쁘게 사진 몇장 찍다보니 잘못하였다간 지각하산을 할 것 같아 서둘러 하산길에
들었다. 다람쥐녀석이 먹을 것을 좀 달라하며 따라다니는 것을 모르는 체하고, 정상
석 옆에 은하수방향표시지가 깔려있기에 칠성봉이 있는 계단길을 택하여 바삐 발걸
음을 내렸다. 그 긴 숲길을 달려왔건만 숲속길에 야생화 한송이 보기 어렵더니만,
구룡사로 내리는 계단길엔 아직도 산목련꽃이 한창이다. 짙어질대로 짙어진 녹음
사이사이로 하얗게 피어있는 함박꽃의 청초한 모습을 바라보며 계단길을 내려오다
일행들과 사진 몇장 더 찍어보았다.
하산길은 거의 마라톤수준으로 달려 내려왔다. 사다리병창길을 옆에 두고 계단길을
택하여 하산하였는데 성남리쪽에서 올라오는 길보다는 훨씬 거칠고 가파르기 때문에
사고 위험성이 높아 조심하여야 한다.
하산길 중간지점쯤에 사다리병창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사다리병창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올려다보면 우거진 숲 사이로 비로봉의 솟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사다리병창길이란, 거대한 암벽군이 사다리
꼴 모양으로 생겨있고 암벽 사이에 나무들과 잘 어울려 사시사철 독특한 풍광이 병
풍처럼 펼쳐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병창은 영서지방 방언으로 "벼랑",
"절벽"을 뜻하는 말이다.
계곡까지 내려오는 동안 거친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몇시간 만이든가, 상원사 오르는 길에 상원골에서 들어보았던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계곡물소리 들어본지가 여섯시간은 흘렀음직하다.
주차장까지 앞으로도 1시간은 더 내려가야 할 것 같으니 잠시 계곡물에 발을 담가보
았다. 7시간을 무엇을 위하여 허덕이며 이곳까지 숨차게 달려왔는지, 주인 잘못 만나
큰 고생하는 다리를 위하여 냉수 맛사지를 하며 스스로에게 그간의 노고를 위로 해
보았다.
세렴폭포까지 오르고 싶은 것을 남정네들이 그곳에서 몸을 씻는 것 같아 미련을 접
고 은하수차를 찾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내려오는 길에 기린초가 흐드러진 자
연학습장을 잠시 들리어 사진 몇장 카메라에 담고 대곡교를 건너면서 몇장 더 찍어
두었다.
첫댓글 치악산에 재미난 전설이 있네요...좋은 글 고맙습니다~
읽고 도움이 되셨다면 다행입니다요. 행복한 밤 되시고 내일 설악산 산행길에 뵈어요.
참 수고 하셨습니다. 치악산에 관한 것 '잘 아노라'하고 있었는데..................여기들렸다 임자 만나 공부 잘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저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유익한 글로 읽어주셨다니요. 늘 고운 시간들로 지내시고 건강하신 모습으로 산행길에 다시 뵙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늘 한발 앞서 다니시는 향기님!~~ 치악산 멀고 긴 대종주 하시느라 수고 마니 하셨습니다!~~
날이 무더워서 고생은 좀 되었습니다. 그럭저럭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나니 나름대로 보람도 되고 고생으로 생각되었던 일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네요. 늘 마음 써주심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건강한 여름 되소서
이 걸사랑맨이 없는사이 신이 나셨구만요. 은하수가 아니 우리나라의 산이 그리워서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이쁜 박꽃님뵈러 이번 토요일에 출동하렵니다. 만나서 이야기 나누십시다. 아참 역시 그곳에서도 걸들한테는 이 산사랑맨이 인기 짱 입디다. ㅎㅎㅎ
이곳을 떠나 있는동안 눈치볼 사람 없어 마음 편하더니 어찌하여 계획하셨던 만큼 못계시고 벌써 돌아오셨는지요 하기사 그 많은 여인네들 눈에 밟혀 오래 계실수도 없었을테지만요.... 한참 못뵈려니 하였더니 '나 돌아봤소'하는 소리가 싫지만은 않음은 또 어찌 해석을 내려야 할지 아무튼 무사히 잘 돌아오셨으니 걸사랑맨님의 귀환을 드리나이다. 가까운 시일내에 다시 뵙기로하죠.